커다란 솥에서 뽀얀 김이 폴폴. 사람들이 웅성웅성 거린다. 이곳은 나와 엄마의 단골 순대국밥집이다. 문을 열자마자 사장님은 김치와 깍두기를 갖고 오며, 우리를 맞는다. 주문을 하면 바로 부엌으로 가신다.
주문하지 않은 순대 한 접시가 테이블 위에 놓인다.
"서비스예요, 어머님! 맛있는 순대이니까 맛보세요."
"......"
엄마는 표정이 없다. 말도 없다. 나이가 드신 후, 한쪽 귀가 안 들린다. 하필 사장님이 안 들리는 한쪽 귀에 대고 말을 하고 있다. 안타깝지만, 나는 엄마의 귀가 어둡다고 말할 수가 없다. 엄마는 자신의 약점을 남들에게 말하는 것을 아주 싫어하기 때문이다.
"잘 먹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분위기가 멋쩍어 내가 대신 대답하고, 일단 내가 먹는다. 피가 많이 들어간 전통순대를 서비스로 주시다니, 이건 일반순대보다 좀 비싼 건데.
사장님은 갈 때도 잘 가라고 말하신다. 엄마가 할머니라서 더 신경 써 주시는 것 같다. 하지만 엄마는 멀리서 말하면 들을 수가 없는데. 무표정인 엄마대신 이번에도 내가 잘 먹었다고 인사한다.
엄마는 순대국밥의 그 많은 국물을 싹싹 다 드셨다.
"엄마, 양이 많은데 국물을 다 먹은 거야? 남겨야지. 배 터지겠어"
"대신 밥을 남겼지."
엄마가 먹고 난 자리에 뚝배기의 바닥이 보인다. 김치 접시도 깍두기 접시도 비었다. 순대도 순대국밥도 김치도 깍두기도, 그리고 엄마도 말은 못 했지만, 국밥집 사장님은 아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