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의 굴레 속에서
아니, 인수인계는 언제 하냐고?라는 말이 회전목마처럼 빙빙.
전 회장이란 녀석은 “형님, 술 한 잔 조만간 하시죠”라고 하는데 어느 순간 인스타 스토리를 보니 샌프란시스코에서 골프채를 쳐 휘두르고 있길래 DM으로 장난을 빙자한 어택 한 번 했는데 내용은 기억이 잘 나지 않고.
임기가 유지되는 부회장이란 녀석은 연애하느라 바빠서 그런지 통 연락을 받질 않는다. ‘술 마시자’가 내포된, 뜬금없는 술집 가게 주소를 띡 - 하고 보내는 카톡 등의 연락을 제외하고는. 이런 건 잘 나온다.
사랑해.
전 주장과 형님들, 친구들이 모였다. 워낙 취해서 기억은 딱히 없는데, 굳이 요약하자면 ‘제민이 하고 싶은 거 해’였다. 인수인계는 어떡하냐는 내 물음에 지금 이 순간이 인수인계라고 답하는, 만 냥 같은 시간. 김밥전이 정말 맛있다.
그래 씨이발 이제부터 나한테 토를 다는 새끼는 형이고 나발이고 월권인 거야 ~ 우승 간다.
밀당은 어디에 갔능교. 여름이 신명 나게 당기던 9월의 추석을 전후로 상민과 많은 대화를 했는데, 이것도 현재 시점에서 큰 의미는 없어서 굳이 요약하면 ‘이 새끼들이 얼마나 놀이에 열의가 있을까?’였고, ‘어떻게 성과를 내서 11/30을 맞이할까?’ 같은 망상도 있었던 것 같고. 대충 캡틴 고의 청사진이었던 것이다!
나 혼자만 북 치고 장구 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을 하면서도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하자는 마음은 변함이 없었기에, 차근차근 준비를 했다. 아, 이것도 얘기하자면 진짜 긴데 너무 지루할 것 같고. 봄의 끝과 여름의 시작에 반복했던 것처럼 ‘계속한다 vs 때려치운다’의 굴레 속에서 스트레스와 맞다이를 치는 이야기로 퉁 치겠다. 어차피 내 기억 속에 다 유지된다.
아무튼 10월이 되었다. 상대의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인해 당일 취소 같은 날벼락도 맞았는데, 여차저차 어이쿠로 예비 스케줄을 통한 대관이 이뤄졌다.
1006드포.pdf - 약 8페이지
솔직히 말하자면, 위당관에서 대우관 올라가는 중간에 자리 잡은 건물에서 전공 수업 듣는 어리지만 뛰어난 동생들과 함께 한다면 이렇게 하지 않았을 것 같지만.
어쨌든 수학의 정석 기본 편을 처음 펼친 중학생의 감정을 제공하는 악의 근원이 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가 무려 8페이지였다. 이미지가 다수였으니, 이해해주지 않을까…
정독을 강조했고, 요약 + 추가 메시지를 담은 약 2페이지의 장문 카톡을 또 전송했다. 이른 집합 시간 공지, 지각은 금물이란 경고, 미리 공지되는 라인업까지.
개인별로 원큐에 플레이가 끝나지 않게끔 연속성을 고려한 배치도 완벽했다. (위 내용은 추후 하나씩 까도록 합시다.)
그렇게 첫 데뷔전이 시작되었다. 개인 하나하나를 지정해서 해줘야 하는 역할과 보완점들을 지시해 줬다. 교정 타임을 그렇게 가졌음에도, 각각의 달성은 약 60%라 생각이 들었지만 팀으로서는 약 80%의 이행을 보였다고 느꼈다. 텍스트에 대한 이해가 현실의 실천으로 원활하게 이어지는 것은, 이러한 놀이를 삶으로 치환해서 생각하더라도 매우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읽은 것을 행동으로 옮긴 것이 좀 고마웠다. 물론 안 읽은 매우 극소수의 애들은 티가 잘 난다. 좀 읽어주라 힝.
결국 1:0으로 이겼다. 체급이고 나발이고 상대에게 뚜드려맞거나, 뽀록성 게임만을 주로 이어갔던 녀석들이 이렇게나 성장했나 싶다. 전술 기반의 게임을 처음 함에도 불구하고 라인을 내린 채 롱볼 역습의 축구만을 일반적으로 해왔을 (중고딩 급식축구는 제외하겠다) 친구들이 전방압박과 상대 진영에서의 소유를 2시간 동안 유지하는 것은 일관성의 측면에서 박수 보내야 마땅하다. 이 기형적 스쿼드 뎁스로도 거진 성과를 보고 어찌 자화자찬을 하지 않을 수가!
물론 클린스만식 개인 능력의 의존과 더불어, 시종일관 상대를 가두리 양식 플레이로 이끌면서도 정작 마무리는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시아 지역 월드컵 2차 예선 중동 원정을 치르는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같은 면모는 고쳐야 하는 부분이다. (이걸 단기간에 내가 아마추어 대상으로 어떻게 고칠지 고민인데, 제민아 잘하자 하..)
그래도 승리, 무실점, 2시간의 일관적 전술 실현, 데뷔전.
아주 좋다. 기가 막힌다.
단 이틀의 휴식 후, 멤버들과 동국대를 찾았다. 아니, 팀 이름을 보고 무슨 코리아의 필승을 바라는 팀인 줄 알았는데 우리로 치면 신촌동 독수리의 이름을 딴 팀인 줄 어떻게 알까. 그런 팀 네임을 쓴다는 것은 학교 대표성 커리어를 갖춘 녀석들일 텐데.
바로 입 싹 다물고 애들에게는 비밀로 했다. 괜히 상대 수준을 말했다가 ‘와, 우리가 쟤네 어떻게 이기지’하고 지레 겁먹을까 봐. (사실 그 정돈 아닌데!!)
향후 우리의 대회는 25/25의 시간 부여가 이뤄지기에, 25 min - 4Q의 구조 속에서, 시작과 끝인 1, 4Q에는 마음을 놓는 걸로 내심 생각했다. 그렇게 지각하지 말라고 외쳐도 지각하는 녀석들 (결국 참다가 한 번 좀 욕을 했고...), 몸 풀고 정신이 깨려면 시간이 걸릴 것을 이미 알았기에 경기 전날부터 Q별 플랜까지 세부적으로 구성했다. 결국 1Q는 크게 졌다.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2Q의 직전, 전체 집합을 한 후에 멤버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앞으로의 2개의 쿼터들이 우리의 메인 게임이며, 이것을 져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강조했다.
이후의 2-3Q는, (당연히는 아니겠으나) 일관적인 전방압박이 이어졌고 때때로 성공을 거두었다. 강팀을 상대로 한 맞불이 잘 이뤄진 채로 지속적인 라인 올리기와 간격 조절까지 해내며 모두 이길 수 있었다. 무엇보다 지속적인 11명의 상호 콜 플레이! 눈물이 앞을 가릴 뻔. 미쳤다 우리 개-잘해!
4Q는 지치고 지친 멤버들에게 다치지만 않은 채 잘 마무리하라 언급한 후, 페널티킥 1 실점을 통한 0-1 패배로 마무리되었다. 힘들어서 쓰러지려는 놈, 만족하는 놈, 아쉬운 놈 다 나온 게임에서, 종료 후 저녁에 멤버들에게 강조한 것은 우리가 애당초 계획한 두 개의 (중간 쿼터들) 게임들을 잡은 것이고 전체적으로도 대등한 플레이를 했다는 점이었다. 그제야 공개한 것이지만 상대는 거의 전원이 중앙 동아리, 축구가 주력인 체대 출신들이었고 내가 외부 대회에서 상대하거나 마주쳐본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한 점에서 계획의 성공적 이행이 더 값지다고 말을 했는데, 사실 말을 전하면서도 내가 더 뿌듯했던 것 같다.
0-3
2-1
1-0
0-1
음, 아주 순조로운 2번째 경기였다.
이후 세 번째 경기는 시험기간 도중 이뤄진 교내 경기였다. 대관이 아까웠으나, 교내 주장 및 회장들 약 25명으로 이뤄진 톡방에서 도저히 상대를 찾기 어려워 30대 아저씨들을 불렀다. 풋살팀 기반이라고 하는데, 우리 팀 애들이 좀 거칠게 하더라. 시험기간이니까 대충 즐겁게 다치지 않을 정도로 땀만 빼라고 했는데, 많이 흥분한 애들이 뭔가 신기했다. 그래, 축구는 폭력이고 들이받으면서 승리를 거둬야 할 때가 온다. 그런 적극성이 결여된 상태로 승리를 외치는 것은 루저들의 헛된 망상이다. 물론 상대 주장에게 계속 사과를 드렸고, 분위기를 가라앉히는 데에 집중한 나였지만 사실 속으로는 좀 기뻐했다. (이 잔인한 게임 ~)
상대팀에 SW에서 본 적 있는 아저씨(내 또래일 수도 있다 / 이 글을 쓰기 며칠 전에도 만났다)도 있어서 살짝 눈치가 보였지만, 사실 내 알 바는 아니다.
경기는 졌다. 상관없다. 한 주를 버리지 않았다.
네 번째 경기는 교내 팀과의 경기였다. 리뷰하고 싶지도 않을 정도로 처맞았고 개-발렸다. 내가 아무리 지랄하고 발광해도 2명-3명 제끼는 게 맥시멈이지 그 이상을 할 수는 없는 상황에서 실력이 밀리는 것을 넘어 의지까지 꺾인 멤버들을 데리고 경기하는 것은 고역이었다. 2시간 내내, 얼른 경기 종료하고 집 가고 싶단 생각밖에 들지 않았지만 티는 최대한 내지 않았다. 가장 많이 팀원들을 질책한 것 같다. 끝끝내 대회 직전의 마지막 연습 경기까지 지각하는 친구, 자기 멋대로 게임하는 친구, 무엇보다 의지가 꺾여서 승리나 역전을 쳐다보지도 않는 사람들. 누구보다 성실한 것처럼 보이는 대규모의 인원이 경기 1시간 전부터 집합하여 팀 토크와 워밍업을 진행하는 모습을 상대팀에서 찾아내며 묘한 부러움을 느낀 스스로까지. 여러 팀에 속하며 몇 년 동안 동일한 상대를 만났고 언제나 압도했다고 생각하는데 (개인과 팀 둘 다로서), 팀의 무게를 온전히 책임져야 하는 자리를 맡은 상황에서의 무기력한 패배는 정신적으로 참 힘듦을 경험했다. 공놀이는 혼자 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그리고 경기 외적인 개별적 문제들은 넘어가더라도, 내적인 것은 모두 내 선택과 책임임을 우선해야 한다. 운동장 출석부 만들어준다고 매번 농담하시는 (그만큼 내가 지박령이란 것이다) 관리자 선생님이, 우리 모두에게 몸의 무거움을 지적하셨는데 이와 같이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영역도 괜스레 내 문제 같은 상황은 더 고통스럽긴 하다. 극소수의 끝까지 내 지시를 따르지 않는 (솔직히 실력과 열정 모두 따라오지 못하는 구성원들, 단순히 친목이나 소속감이 목표인 이들) 멤버들도 감싸야한다. 모든 상황이 종료된 후에 아쉬워할 수 있고, 나도 사람이기에 그들을 탓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종료 전까지는, 모든 것을 감안하고 수용한 채로 내가 120%를 다 해서 준비하고 돌입할 수밖에 없다.
대표자회의 후 대진표도 1015에 마무리가 되었고, 끊임없이 대진이 만들어낼 결과의 경우의 수, 다양한 변수를 예상하며 각각의 로드를 구상했다. 팀 게임 영상을 수십 번 돌려보았고, 개별 보완을 구상했으며, 전체 자료를 반복해서 정리했다. 잠을 줄이고 또 줄이며 준비했다. 무엇보다, 나 자신의 몸과 마음을 정돈하고 발전시키고자 했다.
축구, 헬스, 축구, 헬스, 러닝, 자전거 … 기왕 몸 쓰는 일도 더욱 동적인 일들로 치환 (택배 배달 등)
10월이 끝났다.
1006의 자료를 기반으로 하여 팀원들에게 전달해야 하는 추가적인 메시지, 정보, 전술, 개별 피드백까지 정리하여
총 16페이지의 최종 자료를 만들었으며, 이 자료의 근거와 생각의 배경까지 모두 안에 담았다. 또 철학이야..
난 최선을 다 했다. 약 한 달이 지나 그 어떤 결과가 나오든, 감히 수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진심을 다해 이것이 나의 베스트라고 선언할 수 있다. 주변 사람들의 기대와 걱정, 부담감, 의심, 응원 등등 그 모든 감정도 짊어질 준비가 되어 있다. 독이 든 성배고 나발이고 일단 내가 선택한 것이니, 경기나 팀 운영을 떠나 그 외적인 삶의 영역에서도 선택의 책임을 져야만 한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이 과정의 치열함이 내 삶을 어떻게 더 다질지 잘 알고 있고, 축구가 삶에 가져다주는 그 모든 것을 나는 평생 배우며 자랐다. 그 가치를 담지 못하는 취업, 자격증, 언어, 여행, 연애, 휴식, 돈… 아, 돈은 좀 중요하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100%를 넘어 내 모든 걸 쏟아붓고 결과를 떠나 웃음을 짓고, 수용하면서 한 챕터를 마무리하는 것이다. 모든 마음을 불에 태워야 한다.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변하지 말아야 하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다시 한번 증명하고 위로 올라가겠다는 패기보다는, 인생에서 처음으로 부담과 책임, 최선에 초점을 둔 채 기쁘게 다 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난 나를 의심하지 않는다. ‘우승하고 싶다. 아니, 우승 무조건 한다. 다 제낀다. 나보다 아래인 놈들이 경기 종료 후 내 앞에서 웃는 모습 안 본다.’는 것이 기존 약 10년간 품은 내 생각이라면, 이번에는 ‘끝났다, 다 했다, 고생했다’는 생각이 더 앞설 11월이다.
진짜 10월이 끝났다. 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