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인간적인 건축]을 읽고

주변의 건물을 둘러 보다

by 여록

새해의 습관으로 책을 전보다 더 자주 읽기로 했다.

소설, 역사서, 여행서, 자기계발서 등 여러 장르를 읽다가

기록으로 남겨 놓고 싶은 책을 만났다.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책은 소장하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토마스 헤더윅이 지은 [더 인간적인 건축]이다.


이 책의 부제는 <우리 세계를 짓는 제작자를 위한 안내서>라고 쓰여 있다.

하지만 나는 세계를 짓는 '제작자'의 마음으로 읽었다기 보다는

세계를 보는 '감상자'의 시선으로 새로운 세계를 보기 위한 노력을 했다.


세계여행을 다니다 보면 유난히 오래 머물고 싶은 도시가 있다.

미국보다는 유럽이 그러하였고,

호주보다는 베트남이 그러하였다.


머물고 싶은 도시들의 특징이 무엇일까,

막연하게 나마 '오랜 전통으로 빚어진 깊은 문화가 있는 도시들'

이라고 생각해 왔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인간적인' 건물을 많이 만날 수 있는

골목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된다.


나는 가우디의 과하게 화려한 건축물을 썩 좋아하지는 않지만

근대 이후 따분하게 지어진 빌딩들에 대한 반감 또한 크다.

그래서 헤더윅의 이야기가 후반부로 갈수록 감상하기에 좋았다.


이 책의 미덕은 건축에 대한 즐거운 시선을 갖게 해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책의 구성이 독창적이고 재미있어

"다음 페이지는 또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까?"

라는 호기심을 갖고 넘기게 된다.


책 속에 액자를 넣어 놓은 것처럼,

때로는 책을 읽으면서 내가 낙서를 하고 있는 것처럼

책을 단순히 읽는 행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책 속에 들어가 보고

헤드윅의 낙서장에 함께 펜으로 선을 그려나가는

기분을 갖게 한다.


도서관에서 많은 책을 빌려 온다.

이렇게 좋은 책을 발견하는 경우는

많으면 5권 중의 1권,

적으면 10권 중의 1권이다.


제목에 끌려서,

표지그림에 끌려서,

목차에 끌려서,

또는 작가에 끌려서..


아무런 정보없이 내 손끝으로

좋은책을 발견했을 때의

"유레카!"는

어떤 경험보다는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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