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사람을 죽였다
신이 사람을 죽였다. 나의 상상을 현실로 만들었다.
그래서 이글은 사실과 상상의 그 어디즈음의 장르에 위치한다.
초등학교 다닐 때
운동장이 가장 커 보였다.
하지만 졸업 후
성인이 되어 다시 본 운동장은 한눈에 들어오는 정원처럼 느껴진다.
지금 너에게 닥친 고난이 하늘만큼 커보이거든
고향의 초등학교 운동장에 가보면 어떨까.
운동장에 다녀와서 복수를 계획해보면 어떨까.
그 학교에서 생긴 크고 작은 일들이
세상의 전부인양
기뻐서 울고, 슬퍼서 울었다.
하지만 운동장에서 경험한 일들이
자신의 손아귀에 들어오는 때가 온다.
그 운동장에서 경험한 일과 어른이 되어 당면한 일의 무게는 저울로 가늠할 일이 아니다.
지금 천금처럼 힘든 일도
지나고 나면 초등학교 운동장처럼 속절없어진다.
힘든 일의 속도와 정도는 자신이 결정한다.
그래도 힘들고 억울하거든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복수를 상상해보자.
현재 자신의 삶이 아무리 비극이더라도 '눈:눈, 이:이'를 실행하지는 말아라.
성경에서 '눈:눈, 이:이'의 복수를 권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복수는 사실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상대의 눈을 빼려고 할 때 눈 주위의 다른 신경이 다치고
이빨 한 개를 빼려고 하면 입속 전체가 다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눈:눈, 이:이'의 복수는 피의 복수로 이어진다. 그 만큼에 해당하는 복수가 어렵다는 말이다.
복수를 능가한 복수는 한 사람을 죽일 수 있고, 그 가족, 그 사회, 그 국가의 복수로 이어진다.
신은 거대한 복수를 계획한다.
'복수는 하나님의 것'이다.
직접 복수를 하지 않으면 하나님이 원수의 머리에 불덩이를 올려놓겠다는 약속을 하였다.
직접 심판 또는 복수하는 것은 자신이 하나님이 되는 거나 다름없다.
자신이 하나님이 되면 신이 설 자리가 사라진다.
나는 약해서 어쩔 수 없이 물러선 적이 3번 있었다.
너무 약해서 복수하지 못했을 뿐인데, 두 번의 처절한 신의 복수가 행해졌다.
부권이 상실된 집에 친척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밤마다 아랫목을 독차지 하던 남자가 죽었다.
나는 신이 죽인거라고 생각한다. 확신한다.
어린 내가 뜨개질 하는 척 하며 대바늘을 들고 살았던 그집.
내가 그 집에 살 때까지 그 남자는 나의 대바늘을 무서워했다.
그리고 아버지가 남긴 크리스탈 재털이가 희생되었다.
저녁마다 아랫목을 차지하고 잔심부름을 시키며 낄낄거렸던 그 악마.
그 악마를 향해 내 속의 악마가 뛰어나온 순간이 있었다.
그 거대한 악마를 어린 악마가 이길 수 없었다.
작은 악마는 눈과 입에 날아든 그의 주먹에 맞아 시퍼렇고 뜨거운 감자맛을 보았다.
내 입에서 피가 튀자, 동생들이 악마의 다리를 잡고 늘어졌다. 그 순간 나는 질 수 없었다.
나는 질 수 없었다. 그때 나에게는 하나님이 없었다.
나는 크리스탈 재털이를 집어서 그를 향해 던졌다.
그 순간 잠시 스친 생각을 지금도 뚜렷이 기억한다.
"저 악마의 머리에 맞으면 죽을 건데, 벽을 향해 던지자"
크리스탈 재털이는 약간 빗나가는 척 벽을 향했다.
재털이는 처절하게 조각조각 반짝반짝 부서졌다.
그 악마는 재털이에 대가리가 깨진 것처럼 참담한 패배자가 되어 사라졌다.
그 악마는 몇 년 후 뒷산에서 목매단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어린 나는 그 악마를 스스로 이겨보려고 많은 애를 썼다.
나무와 나무 사이를 날아다니고 싶었다.
나무에서 떨어져 허리를 심하게 다쳤었다. 그때 치료를 받지 않았지만 그대로 나았다.
그대로 나은 줄 알았는데, 최근 허리가 아파 MR촬영하니 허리뼈가 분리되어 있었다.
의사가 허리뼈 분리증이라고 말할 때, 어린 시절 나무에서 떨어지던 순간이 여지없이 떠올랐다.
초등학교 다닐 때, 나무에서 떨어져 며칠동안 누워서 지냈던 그 복수의 순간이 떠올랐다.
발목이 부러지던 날도 있었다.
복수하려다 부상만 당했다.
그 악마는 어차피 그렇게 심판을 받을 것인데, 괜한 부상만 입었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귀여운 악마는 허리뼈가 분리되고, 발목뼈가 부서지며
약함을 인정했다. 그 순간 신의 복수가 시작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의 조건을 몇 가지 제시했다.
그 중에 자신의 과오가 없을 때, 당면한 비극적 상황이 극적 요소 중의 하나라고 말한다.
자신에게 과오가 없이 닥친 비극은 가장 아프고 억울하다.
그래서 이런 비극이 가장 처절한 신의 복수가 이루어지는 지점이다.

*2번째, 3번째의 복수도 쓸 것이다.
신의 복수는 더디고 느렸다.
하지만 반드시 신은 복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