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조무사를 사랑한 남자2화

간호조무사를 사랑한 정신과의사

박신경은 아토피의 톡 쏘이고 간질거리는 증상이 있을 때면

무심공원을 떠올렸다.

그리고 샘소슬 어머니가 밤마다 연결짓는 삼베실을 떠올렸다.

그 기억의 배경에는 삼을 찌는 향기가 몸소리쳤다. 삼이 익어가는 냄새는 마치 은은한 감자익는 향기 이지만 입으로 맛볼 수 없다.

먹을 수 없는 음식의 향기는 기억에 몸소리치게 절여졌다.

이 넘치는 기억과 함께 박신경은 테배병원의 직원인 그녀를 떠올렸다.

그녀가 샘소슬의 텃밭에서 두건을 쓰고, 삼대를 화덕에 찌는

향기나는 상상을 했다. 상상을 쫓아

무심공원으로 향했다. 무심하게 내려앉은 밤공기는 아득했다. 아늑했다.

풀냄새가 진공 상태처럼 공원에 잔향으로 맴돌았다.

박신경은 절 아래에서부터 주욱 훑어내렸다. 그녀가 어딘가에 머물거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그녀는 정말로 그곳에 있었다.

귀에 음악이 퍼지는지, 그녀는 무심하게 공원을 빠르고 바른 걸음으로 걷고 있었다.

그녀가 두 바퀴째 그를 스치고 지나갔다.

귀에 이어폰을 꽂은 그녀가 그를 두번째 스칠 때

온전히 경계가 허물어짐이 느껴졌다.

무심공원의 나무들과 잔풀들과 공기들 사이에 하나의 객체이자 주체인 그들이

어우러졌다. 우연이 펼연이 되기에 딱 좋은 환경이었다.

객체와 객체들이 서로 조화로울 때 인연이 탄생한다.

박신경의 설레임이 드디어 용기가 될 만큼 안정되었다.

그녀의 나풀거리는 긴 머리카락이 그녀의 어깨에 착지하는 순간이 곱고도 고왔다.

그제야 그는 그녀에게 인사할 자연스러운 순간임을 감지했다.

"아...안녕하셔요. 이제..괜찮으셔요?"

그녀의 시선이 그의 입술 모양을 감지하고, 몇 초 뒤에 조음 위치로

인사말을 해독했다. 그녀의 동공이 점점 커졌다.

빠르게 귀에 이어폰을 뽑는 동작이 절도있고 정확했다.

그 동작을 바라보는 몇 초간의 간극도 10분인양,

10년인양 마음에 파노라마쳤다.

"혹시...저를 구조해주신 분이신가요?"

다급하고, 다정한 그녀의 음성이 들렸다.

박신경은 이 사소한 말이 금방 해석이 되지 않았다. 하마터면 "보고싶었어요."라는

말을 할 뻔했다.

"남자 분..."

여성은 확신에찬 목소리로 그를 부르며 다가왔다.

박신경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오른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최대한 약자를 격려하는 느낌이 전해질 수 있도록 두 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녀도 그의 손등에 한 손을 더 올리며 통성명을 하였다.

"저를 구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테베병원에 근무합니다.

진정성입니다."

"아..저는 박신경입니다."

두 사람은 겹겹으로 쌓아올린 자신의 손을 의식했다.

몸은 자연스러웠고, 의식은 어색했다.

두 사람은 머쓱해져서 손을 풀고 나란히 걸었다.

그들은 이 마을 풍경을 주제로 대화를 하며 걸었다.

여름밤의 향기는 까슬하고 포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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