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작은도서관에 수업을 하러갔다.
다양한 분야의 성인 학생들이 모여서 그림을 그린 후
말주머니에 글을 쓰는 수업이었다.
학생들이 이해를 쉽게 하라고, 전래 동화의 줄글을 대화글로 바꾸는 수업을 하였다.
매우 쉬운 작업이라 척척 진행이 되었다.
그런데 한 모둠이 더디게 진행되었다.
수업의 전체적인 균형을 맞게 하려고 더딘 모둠을 계속 도와주었다.
알고보니, 한 사람이 계속 지우고 다시 하자는 바람에 그 모둠의 진행이 느렸다.
그 학생은 그 모둠에서 나이가 제일 많아서
학생들이 눈치를 살피는 분위기였다.
나는 그 학생의 옆에 서서 계속 흐름을 독려했다.
그런데 그 학생이 계속 나를 올려다보고, 돌아보면서 집중하지 못했다.
그 학생은 얼굴이 벌겋게 상기 되어 애매한 웃음을 배실거리며
전혀 집중하지 못했다.
급기야 그 학생은 두 손으로 자신의 뒤통수를 붙잡고,
나를 보며 배실거렸다.
"선생님, 제발....제 머리 꼭지 보지 마셔요...."
그 말에 당황스러웠지만
그 학생의 표정을 보며, 무슨 의미인지 알아차렸다.
그 학생은 강사가 자신의 뒤에 서서 수업을 진행하는 것에 매우 부담을 느꼈다.
또한 자신의 뒤통수를 보는 것으로 착각했다.
나는 크게 웃으며 농담으로 분위기를 전환했지만 걱정스러웠다.
"아이쿠, 머리에 보석이라도 달고 계시나봐요.
걱정마세요, 보석 안 떼 갑니다."
이렇게 농담을 건네며, 강사들은 수업의 긴장도 때문에 학생들에게
사소한 관심을 가질 수 없다고 말했다.
그 학생은 그제야 자기검열을 멈추고 진도를 빨리 빼기 시작했다.
그 학생은 불안의 정도가 매우 심한 사람이었다.
누군가 자신의 말, 태도, 외모를 평가한다고 여기는 불안한 내면이 보이는 듯 했다.
강사는 많은 학생을 바라보며
정해진 수업을 하기에 바빠서
학생의 뒤통수를 볼 여유가 없다.
당황스러웠지만 그녀의 뒤통수가 갑자기 궁금했다.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며
그녀의 뒤통수를 슬쩍 보았다.
그녀의 뒤통수에 머리카락이 듬성해 보였지만 심한 탈모는 아니었다.
이 수업을 마치며 나 자신을 돌아보았다.
강의 때마다 매번 다른 옷을 갈아입으며, 매 순간 양치를 하며 타인을 의식하는 시간들.
강의 도중에 한번이라도 버벅거리면
이불킥을 하며 자기검열을 하며 꿈에서도 몸서리 치는 시간들.
우리는 타인의 외모나 행동에 관심이 별로 없다.
말하지 않았으면 쳐다보지 않았을 그녀의 뒤통수처럼
우리는 남에게 관심이 없다.
오히려 온갖 행동을 하며 가리려하거나 방어기제를 사용하면
더 뚜렷하게 '숨기고 싶은' 그것이 드러난다.
편하게 살자.
불안한 사람은 온통 자기 자신으로 가득하다.
관심받지 못한 자아, 인정받지 못한 자아, 거부당한 자아.
자존감이 낮은 자아로 가득한 사람은
늘 자신이 검열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남들이 보기에는 착각이지만 본인은 모든 사람의 눈이 자신을 검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바꾸어 생각했을 때, 자신이 이렇게 자신만 바라보듯
타인도 자신을 중심으로 살아간다.
자신을 스스로 존중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자기검열과 존중은 완전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