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수능만점자

너 거기 서 있어라

올해 수능 만점자는 총 5명이다.

이 중 4명은 현역이고, 1명은 졸업생으로 알려졌다.

유퀴즈에 출연한 2명의 만점자의 순수하고 준수한 인성에 스며들었다.


두 학생의 모습은 잔잔하고 열정적이었다.

한 학생은 바로 일어나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대중가요를 덩실거릴 수 있는 열정이 보여주었다.

또 한 학생은 박노해 시인의 시 '나 거기 서 있다'의 일부를 거침없이

자신의 소신으로 읊었다.


"몸의 중심은 심장이 아니다

몸이 아플 때 아픈 곳이 중심이 된다."


이 구절을 말하며 자신이 의사가 되어

'피에 젖어 있는 그대 곁'에 있겠다는 소신을 보탰다.

문학적인 가슴과 이과적인 소신은 나의 심장을 뛰게 했다.

나의 아픈 곳이 다시 중심이 되었다.

세상도 이 만점자의 말처럼 아픈 곳이 중심이 되어야 하리라.


나 거기 서 있다


몸의 중심은 심장이 아니다

몸이 아플 때 아픈 곳이 중심이 된다


가족의 중심은 아빠가 아니다

아픈 사람이 가족의 중심이 된다


총구 앞에 인간의 존엄성이 짓밟히고

양심과 정의와 아이들이 학살되는 곳

이 순간 그곳이 세계의 중심이다


아 레바논이여

팔레스타인이여

이라크여

아프가니스탄이여

홀로 화염 속에 떨고 있는 너


국경과 종교와 인종을 넘어

피에 젖은 그대 곁에

지금 나 여기 서 있다

지금 나 거기 서 있다



― 박노해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수록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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