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거기 서 있어라
올해 수능 만점자는 총 5명이다.
이 중 4명은 현역이고, 1명은 졸업생으로 알려졌다.
유퀴즈에 출연한 2명의 만점자의 순수하고 준수한 인성에 스며들었다.
두 학생의 모습은 잔잔하고 열정적이었다.
한 학생은 바로 일어나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대중가요를 덩실거릴 수 있는 열정이 보여주었다.
또 한 학생은 박노해 시인의 시 '나 거기 서 있다'의 일부를 거침없이
자신의 소신으로 읊었다.
"몸의 중심은 심장이 아니다
몸이 아플 때 아픈 곳이 중심이 된다."
이 구절을 말하며 자신이 의사가 되어
'피에 젖어 있는 그대 곁'에 있겠다는 소신을 보탰다.
문학적인 가슴과 이과적인 소신은 나의 심장을 뛰게 했다.
나의 아픈 곳이 다시 중심이 되었다.
세상도 이 만점자의 말처럼 아픈 곳이 중심이 되어야 하리라.
나 거기 서 있다
몸의 중심은 심장이 아니다
몸이 아플 때 아픈 곳이 중심이 된다
가족의 중심은 아빠가 아니다
아픈 사람이 가족의 중심이 된다
총구 앞에 인간의 존엄성이 짓밟히고
양심과 정의와 아이들이 학살되는 곳
이 순간 그곳이 세계의 중심이다
아 레바논이여
팔레스타인이여
이라크여
아프가니스탄이여
홀로 화염 속에 떨고 있는 너
국경과 종교와 인종을 넘어
피에 젖은 그대 곁에
지금 나 여기 서 있다
지금 나 거기 서 있다
― 박노해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수록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