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신 #2 유명 토익강사 연봉 1억?!

by Lawside Mama

10년 전


학생들이 가득 찬 서울소재의 한 대학의 도서관

하얀 피부에 여리여리한 몸매.

긴 웨이브를 늘어뜨린 여성이 한손은 연필을 쥐고 한순은 턱을 괴고 앉아있다.

멍한 눈으로 허공을 응시하는 듯 싶더니 이내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다.

책상에는 두꺼운 토익문제집이 펼쳐져 있다.


그때 쭈볏대며 서성이는 한 남학생

수줍은 미소로 음료수 캔을 여성이 앉아있는 책상 위에 놓는다.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여성

간단한 목례 후 이내 문제집을 챙겨 자리를 빠져나간다.

손짓하는 남학생의 멍한 표정을 뒤로 한 채.


마침 지나가던 그녀의 친구가 이름을 부른다.

"소연아! 올~~ 뭐야?! 또 받은거야?

참나~ 세상 불공평하다니까!

솔직히 우리끼리 얘기지만 너가 그렇게 예쁜 얼굴은 아니잖아~

근데 왜 그렇게 다들 난리라니?! 헤헤 물론 매력적이긴 한데"


살포시 흘기는 눈과 입술에 얕게 퍼지는소현의 미소가 사랑스럽다.

"됐어~ 어차피 관심도 없는데"


"근데 왜? 그냥 한번 이야기 해볼 순 있잖아!

연애 좀 한다고 닳아지냐~

야 그냥 좀 만나봐라"


"저런얘들..

고작 한 두번 도서관에 본 게 다일텐데..

나에 대해 뭘 얼마나 안다고 날 좋아한다는 거야?

이해가 안돼. 관심없어.

금방 사그러져 버릴 것.."


"아이고~ 철학자 나셨네

뭐가 그리 복잡한지!

아효~ 나도 모르겠다! 너 알아서 해라~ 어차피 세상 불공한 거 내가 모르냐?!

가진 자만 계~속 갖게 되는 더러운 세상. 그래 너 혼자 다 가져라"


둘은 서로를 마주보고 이내 까르르 웃어 넘긴다.


소연은 겉보기에 평범했다.

어느 곳에서나 쉽게 마주칠 수 있는 옆집 여대생.

또렷한 이목구비가 있는 것도 아니고

멋진 몸매를 갖춘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녀를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른 신비스러움이 느껴졌다.

선해보이는 눈매에 아담한 코, 핑크빛이 살포시 도는 입술.

평소 말이 없는 탓인지

그녀가 조용히 바라보면 남자라면 이내 그녀가 궁금해지곤 했다.


"소현아! 우리 토익 스터디 들어가볼래?"


졸업 필수 요건으로 된 토익시험 점수.

나름 영어를 잘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처음으로 본 토익시험점수는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겨우 500점대.

뭐야 졸업요건이 750점이라고?

요즘은 초등학생도 990점 만점을 맞는다는데.. 도대체 그동안 학교를 뭐하고 다녔는지 모르겠다.

친구 은서의 추천으로 토익스터디를 가입하기로 했다.


경영학과 4학년, 취업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임장은 커다른 뿔테안경을 올리며

무미건조하게 모임의 진행방법과 지켜야 할 규칙들을 설명한다.

토익점수도 벌써 900점대라는데 더 높은 점수가 필요한가보다.


"일주일에 두번 만나는데 매번 part1부터 part6까지를 풀어와야 해요.

part7는 독해니까 각자 풀면 되구요

첫번째 모임에서는 listening part를 dictation할 거고

두번째때는 part5와 6에서 틀린문제를 각자 설명하고 해산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무단결석시 패널티로 1000원씩 부과되는 점 잊지 마세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했지만 사실 무슨 말인지 한개가 못알아먹었다.

토익은 스터디를 해야지 점수가 오르는 거고 점수가 낮을 수록 배워오는 게 많다는 선배의 조언이 생각나 무조건 알겠다고 했다.

잘 하는 건 없지만 그래도 열심하면 또 강소현이다!

한번 해보는 거지!


모임장은 처음이라 힘들 수 있으니 어려우면 참고하라고 해00토익이라는 웹사이트도 알려준다.

이곳에 해설강의가 올라와 있으니 참고하란다.


다시 펼쳐든 토익 모의고사 문제집.

눈을 부릅뜨고 읽어보지만 역시나..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알려준 웹사이트를 찾아본다.

와우~ 토익의 바다에 뛰어든 줄..

단어부터 듣기, 문법, 독해, 기출문제 분석을 그것도 유명강사별로 난이도별로 맞춤제공하기까지

그야말로 없는 것이 없었다.


조회수가 많은 어느 강사의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말끔하게 차려입은 강사의 똑부러진 설명이 통쾌하기까지 한다.

가만있어보자.. 문득 궁금증이 잃어 강사의 이름을 카페에 검색해본다.


000 유명 토익강사

연봉 1억.


1억??

지금 1억이라고 했나?


영어를 가르치는 데 1억을 번다고?


내가 이 더운날 땀흘려가며 미리 준비해서 만든 자료를 가서 수업해주고 와서 받는 영어과외비가 고작 한달에 25만원인데...


그 순간 소현의 눈이 반짝이며 살포시 미소를 짓는다.


'찾았다! 내 직업!'


(3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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