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의 모든 경단녀들에게
십년 만에 강의하러 왔습니다(이 세상의 모든 경단녀들을 위한 응원기)
나: “딸아, 이제 우리 딸 초등학생 되잖아,
엄마가 너 학교 가는 언니 되면 일해도 될까?”
딸: “당연하지~ 나 이제 언니야!”
나: “어?! 진짜? 정말이지? 너가 대답했다. 엄마 일 간다~”
사실 그냥 물어본 말이었다.
서른 중반에 나은 외동딸아이.
결혼 직후 신랑이직으로 단둘이 난생처음 오게 된 도시 인천.
가족, 친척, 친구 하나 없는 낯선 곳에서 낳은 아이었다.
결혼 전까지는 그저 착실하게 공부하고,
이후 사회생활을 하며
강사로서의 삶을 살아온 나였다.
매일 매순간 좋은 강의내용을 만들기 위해
연구한 뒤 수업을 했고,
매학기 살벌한 강의평가를 받았다.
지치고 힘들 때도 많았지만
강의실에 들어설 때의 설레임에 취했고,
성장해가는 수강생들과 나 자신에게 보람을 느꼈다.
얼마간은 멋져 보였으려나?!
그 땐 그랬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순간 문득 공허함이 찾아왔고,
이제 나의 가정을 꾸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 착하고 성실한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옛날이야기 같았으면
이후 ‘딴딴따라~ 이후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라고 끝나는 해피엔딩이었겠지만,
여기서부터 나의 인생 2막이 시작되었다.
가사 육아에는 소질이 전무했던 나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고,
체력관리를 하지도,
할수도 없었던 탓에
신체, 육체적으로 큰 고통이 따랐다.
다시 사회로 나가고 싶었다.
나도 에너지가 필요했다.
인정도 받고 싶었다.
정말. 간절했다.
그런데 드디어 딸아이가 초등학생이 된 것이다.
물론 아직 화장실도 엄마 없이는 홀로 가기 어려워하는 아이지만,
아이가 내게 얼마간의 자유를 허락한 것이다.
십여년을 학생들과 함께 살아온 나다.
아이의 눈빛에 비친 자신감을 읽었다.
아이는 진심이었다.
다음날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렇게 십년 만에 이력서를 다시 쓰기 시작했다.
과연 나의 취업은 성공했을까?
하하. 당연히 아니다.
탈락!! 서운했는가?
좌절했는가?
전혀 아니다!
나는 그래도 시작했으니까!
몇 달 취 우연히 십년전 함께 일했던 동료와의 인연으로
첫 수업을 맡을 수 있었다.
수업내용도, 결과도
한참때와 비교했을 때
당연히 부족했을 것이다.
그러나 괜찮다.
나는 앞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나의 목표를 묻는다면 대답한다.
80세에 즐겁게 강의하는 것이라고.
흰머리 가득한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강사.
나는 내 분야에서, 우리 모두가 자기 자리에서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자리로 함께 만나게 되길 기대해본다.
『10년 만에 다시, 나를 위한 첫 출근』
1. ‘나도 다시 일하고 싶다’는 마음, 그 자체가 첫 걸음
“내가 뭘 할 수 있을까?”보다
“지금 내가 다시 움직이고 싶다”는 감정이 가장 중요합니다.
자존감이 낮아졌을수록, 마음의 ‘시동’이 중요해요.
하루 10분이라도 ‘예전의 나’를 꺼내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이력서 작성이 부담된다면, 내가 잘했던 일 리스트부터 적어보기.
Tip: “나는 어떤 순간에 즐거웠는가?”를 떠올려보세요. 그게 시작입니다.
2. 경력공백이 불안하다면, ‘브릿지’를 만들자
공백은 약점이 아닙니다.
단지 설명이 필요한 구간일 뿐이에요.
자격증/강의 수강/소규모 활동 등
브릿지(Bridge)로 보여줄 수 있는 무엇이든 넣어두세요.
예시:
“육아 중 지역도서관에서 유아 독서지도 봉사 1년”
“온라인 강의 플랫폼에서 자기계발 과정 이수”
“블로그/브런치에 관련 분야 콘텐츠 연재 중”
→ 이것만으로도 자기소개서가 달라집니다.
3. 경단녀만이 가진 ‘유니크한 스토리’를 무기로
이력서엔 없지만,
내가 살아낸 시간에는 힘과 깊이가 있습니다.
아이와의 대화, 가족 돌봄, 소통력, 체력, 감정 조절력…
→ 경력은 없지만 경험은 많습니다.
Tip: ‘돌봄의 언어’를 ‘업무의 언어’로 번역해보세요.
“아이와 감정을 조율한 경험” → “갈등 중재 능력”
“한정된 시간 내 집안일 분담과 관리” → “시간관리와 계획수립 능력”
4. 작은 일이라도, 기회가 오면 잡아보자
“이 일은 나랑 안 맞는 것 같아요”라고 말할 기회는,
일단 한 번 해본 다음에도 늦지 않아요.
단기 아르바이트, 시간제 업무, 파트타임부터 시작해도 OK
다시 일하는 “근육”을 만드는 게 먼저입니다.
Tip: 첫 일자리는 결과보다 ‘회복의 마중물’이라는 생각으로.
5. 나의 일은, 곧 아이의 미래관이 된다
내가 일을 즐기는 모습은
아이에게 ‘일은 고통이 아니라 성장’이라는 메시지를 줍니다.
“우리 엄마 멋있어.”
그 한마디가 아이에겐 가장 훌륭한 진로교육입니다.
Tip: 아이에게 “엄마도 다시 배우는 중이야”라고 말해보세요.
배움에 유효기간이 없다는 걸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어요.
다시 일하려는 당신은 이미 멋진 사람입니다.
어떤 일이든, 다시 선택할 수 있다는 건 살아있다는 증거예요.
우리, 나이 들어도 일하며 빛나기로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