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때녀’가 7세 떼쟁이에게 남긴 것
“엄마 축구 봐야 해!”
요즘 즐겨보는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나는 TV앞에 앉았다.
‘골때녀’는 모델, 아이엄마, 전직 국가대표, 90년대 아이돌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여러 여자들이
팀을 이루어 서로 축구시합을 하는 리얼리티 쇼이다.
축구 자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지만,
유명인들이 나와 함께 경기를 하고
시합에서 우승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매우 감동적이어서 매주 시청하고 있다.
만화를 사랑하는 7세 딸아이 앞에서
나의 프로그램을 시청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보는 프로그램을 아이도 흥미 있게 볼 수 있어야만
나의 시청권이 보장될 수 있다.
“너는 어느 팀 응원할래?”
“엄마는 빨간 팀이야!”
아이는 재빨리 본인은 파란 팀을 응원하겠다고 말하며 어느새 경기에 빠져들었다.
축구의 룰을 전혀 모르는 아이지만,
대충 설명을 해주니 어느 정도는 이해했는지 신이 나서 응원을 했다.
오늘의 우승은 딸아이가 응원했던 파란 팀!
아이는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내가 응원하던 팀이 졌지만 상관없다.
덕분에 오랜만에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던 프로그램을 다 보았으니
얼마나 행복했던가!
그런데 다음 장면에서
아이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떤 내용인가 하고 TV를 보니
경기에 진 빨간 팀 선수들이 눈물을 흘리며 아쉬워하다,
이내 웃으면서 파란 팀 선수들을 포옹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파란 팀 선수들 역시 상대팀에게 잘했다며 엄지를 치켜들어 주고 있었다.
아이가 물었다.
“엄마, 빨간 팀이 졌는데 왜 저러는 거야?
왜 칭찬을 해?
게임에서 우승을 해야만 해야 직성이 풀리는
7세 아이에게는 매우 의아한 광경이었던 것이다.
이긴 팀이 왜 진 팀에게 박수를 보내는 것이지?
진 팀은 매우 아쉬워하며 눈물을 흘리면서도 왜 화를 안내는 것일까?
사뭇 진지한 아이의 표정에 웃음이 났지만,
나는 웃음을 참으며 이야기 했다.
“어때? 멋지지?
저런 걸 스포츠 정신이라고 하는 거야!
서로 최선을 다해 경기를 한 상대선수들에게
승패와 상관없이 격려와 존경을 보내는 거지!”
몇 분 동안 방송되는 경기후반의 모습을 아이는 말없이 한동안 바라보았다.
온 몸과 얼굴에 땀이 범벅인 상태로
서로를 껴안고 등을 두드리는 모습.
눈에는 눈물이 가득하지만,
상대선수를 보며 웃음을 건네는 모습.
두 팀 너무 멋졌다고 최고의 경기를 보낸 서로에게 찬사를 보내는 캐스터의 목소리.
그리고 며칠이 지났다.
아이와 나는 우연히 가위 바위 보 게임을 하게 되었다.
늘 가위만 내는 아이에게 나는 몇 차례 져주다가 한번을 슬쩍 이겨보았다.
‘본인이 이길 때까지 또 다시 하자고 하겠지?’
싶었는데 이게 왠 일인가?
숨을 한번 들이키더니 아이는 나에게 잘했다며 칭찬을 했다.
이게 뭐지 싶어 잠자코 있던 내게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 나도 칭찬해줘! 열심히 했다고”
“아~ 그래그래! 엄마 칭찬해줘서 고마워! 너도 정말 잘했어~ 우리 딸 정말 멋진 걸~!”
나는 정말이지 깜짝 놀랐다.
외동딸이어서 그런지
늘 본인이 이겨야만 하고 양보조차 힘들어 하는 아이였는데
이런 모습을 보이다니 말이다.
패배를 인정하는 것과 상대에게 양보해야 한다는 말을
지금까지 수백 번은 했던 것 같은데
사실 아이는 받아들이지 않았었다.
머리로는 알겠다고 했고,
물어볼 때 마다 정답을 이야기 했지만
막상 실천으로는 연결되지 않았었다.
그런데
TV프로그램을 보고 바로 변화가 되다니... ...
아이는 이 날 이후 게임에서 지는 것에 더 이상 화를 내지 않았다.
나와의 게임 뿐만 아니라, 친구들과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억울한 마음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만,
나에게 안겨 있다 보면 금새 진정이 되었다. 실로 놀라운 변화였다.
역시 백 마디의 말 보다
한 번의 진정성 있는 경험이 진정한 교훈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요즘도 나는 ‘골때녀’를 종종 시청한다.
늘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에게
박수와 응원을 보내는 동시에
7세 떼쟁이를 단번에 다잡은 그녀들에게 은밀한 감사를 표한다.
Lawside Mama’s 생활 팁 – 아이의 콘텐츠 시청, 부모의 책임은 어디까지?
Q. 아이가 보는 TV나 유튜브 영상, 문제가 생기면 부모 책임일까?
네. 일정 부분, 부모에게 책임이 따릅니다.
민법과 청소년 보호법, 정보통신망법 등을 종합해 보면 다음과 같은 기본 원칙이 있습니다.
1. 부모의 ‘감독의무’는 법적 책임으로 연결될 수 있다
민법 제766조: 미성년자의 불법행위로 손해가 발생한 경우,
감독의무자(보통 부모)는 책임을 진다.
예: 아이가 자극적인 콘텐츠를 보고 폭력적인 행동을 하거나,
허위·조작 정보를 퍼뜨려 문제가 생기면 부모도 민사책임 가능성 있음.
부모가 아이가 어떤 콘텐츠를 보게 할지를 함께 정하고,
시청 중에도 설명하고 소통하는 건 정서 발달뿐 아니라 법적 보호에도 중요합니다.
사용자의 사례처럼
‘골때녀’ 시청을 통해 감정 훈육의 기회가 생겼다면,
이는 콘텐츠 소비에 대한 적극적 감독의 모범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이슈 중 하나는 미취학 아동의 유튜브 이용 중 광고/후원/게임 연동 노출
부모의 계정 관리 부주의는 과도한 결제, 개인정보 유출 등 위험으로 연결됨
TV는 나쁜 게 아니에요.
좋은 콘텐츠를 함께 보고, 함께 말하고, 함께 느끼는 것.
이게 진짜 ‘법적 책임을 다하는 보호자’의 모습입니다.
이기는 게 전부인 줄 알던 아이에게
지고도 웃는 사람을 본 순간이
진짜 교육이 되는 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