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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side mama ④ 단 한줄이 지켜낸 300만원

이 집엔 우리가 함께 고른 마음이 있다.

by Lawside Mama

인테리어 공사를 앞두자 마음이 붕 떴다.
여느 이삿날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조금 오래 살 생각이었다.
아이도 컸고, 나도 이제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에 대해 말할 수 있는 나이가 된 것 같았다.


그 무렵,
나는 벽지 샘플을 뒤적이며 설레고 있었다.
남편은 계약서를 조용히 읽고 있었고.


“이 벽지 너무 예쁘지 않아?”
“응, 예뻐. 근데 이거 하나만 넣자.”

남편은 (말하지 않으면 절대 모를) 변호사다.


늘 수더분하고, 낯가림이 심하고, 말도 적다.
커피숍에선 늘 내 뒤에 서고,

택배아저씨 전화가 오면 내 귀에 수화기를 갖다 대는 사람.


그저 말없이 웃으며 무엇이든 괜찮다고 말하는 그는.. 변호사다.


그런 남편이 말없이 계약서 한 귀퉁이에
볼펜으로 조심스레 적은 문장.


‘계약된 자재 외에는 시공 전 소비자의 서면 동의를 받는다.’


나는 잠시 멈칫했다.
“이런 거 적으면… 괜히 불편해하지 않을까?”

남편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이건 기분을 상하게 하려는 게 아니라,
나중에 우리 기분이 상하지 않게 하려는 거야.”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우리를 지켜주는 문장을
내 대신 누군가 써준다는 건
꽤 든든한 일이었다.


며칠 뒤,
가장 설레는 일정이 찾아왔다.
아이와 함께 벽지와 몰딩을 고르러 가는 날.


아이 손에 들린 샘플북은
말 그대로 '색감의 우주' 같았다.

작은 손가락이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세상이 한 장 한 장 새롭게 펼쳐지는 느낌이었다.

인테리어.jpg

“엄마, 이거 완전 나 같지 않아?”
“이건 밤에 불 끄면 별빛궁전 같을 것 같아!”

아이의 말은 하나하나 소설 같았고,
나는 그 말들을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고른 건,
반짝이는 크림색 바탕에 반짝이는 별빛벽지와
나무색 몰딩이었다.


아이의 손끝에서 고른 색이

우리 집 안에 차곡차곡 채워지는 순간.

그 날의 설렘은,

이 집이 진짜 우리 집이 되어가는 첫걸음이었다.


공사가 한창일 무렵,
업체로부터 전화가 왔다.
“고객님, 기존 벽지가 품절이라 다른 걸로 바꿔야 해서요.
근데 이건 원래보다 조금 더 비싸거든요…”

머뭇거리는 내 옆에서,
남편은 조용히 전화를 바꿔들었다.

특약.jpg

“저.. 죄송하지만 사장님, 그건 저희가 동의하지 않은 자재인데요.
계약서에 특약 있으니,
동급 자재로 교체하시고 비용은 조정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업체 쪽은 한 박자 쉬더니, “네, 알겠습니다…” 하고 전화를 끊었다.


왠일~ 나는 의외라는 표정으로 남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장난스러운 얼굴과 함께 엄지를 치켜들었다.

쑥쓰러워 하는 남편.


그가 써둔 한 문장이
우리 가족을 얼마나 단단하게 지켜주고 있는지를
매일 새로이 체감했다.


나중에 계산서를 받아보고 알게 된 것이지만

자잘한 자재 변경, 추가 요청, 업체 측 실수까지 포함해

우리가 아낀 비용은 300만원 가량이었다.


이사한 후 어느 날 밤,
아이 방을 슬쩍 열어보았다.
은은한 조명 아래,
벽지가 정말 별빛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인테.jpg

아이의 방,
남편이 지킨 계약서,
그리고 내가 고른 커튼이 함께 있는 이 공간.

어쩌면 ‘집’이라는 건,
우리가 함께 고른 마음이 쌓여 만든 구조물 아닐까.


그래. 이 집엔 우리가 함께 고른 마음이 있다.

고마워 남편.


Lawside Mama’s 생활 팁

오늘의 상황: “인테리어 계약서에 특약, 꼭 넣어야 할까요?”

이런 마음, 저도 알아요

“괜히 업체가 불편해하진 않을까?”
“이런 말까지 적어야 하나… 너무 예민하게 보이지 않을까?”

사실 저도 그런 생각에
특약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조금 주춤했어요.
하지만 이번엔 남편이 조용히 적어준 한 문장이
우리 가족의 시간과 마음을 지켜줬습니다.


✔ 꼭 넣어야 할 ‘특약 한 줄’

“계약된 자재 외에는 시공 전 소비자의 서면 동의를 받는다.”

이 문장 하나로
- 업체의 임의 자재 변경 방지
- 동의 없는 추가 비용 요구 차단
- 예상치 못한 오해나 분쟁 예방


왜 이게 중요한가요?

인테리어 업체는 진행 중 자재 변경을 자연스럽게 제안하는 경우가 많아요.

“더 좋은 거예요~”라는 말에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면
나중에 추가 비용이 청구되거나, 내가 원하지 않은 자재가 시공될 수 있어요.

특약은 ‘예민한 요구’가 아니라,
내가 선택한 걸 끝까지 지키기 위한 ‘기본적인 합의’입니다.


작은 팁 하나 더

특약은 단호하게, 그러나 정중하게 적는 것이 포인트예요.
계약서에 손글씨로 직접 써도 법적 효력 있습니다.
구두 약속은 반드시 문서로 남겨야 합니다.
시공 전 자재 실물 or 사진 확인도 요청해 두세요


Lawside Mama's 마음 노트

좋은 집은 예쁜 벽지로만 만들어지지 않아요.
때로는 말없이 써둔 문장 하나가,
내 선택을 끝까지 지켜주는 작은 보호막이 되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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