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주시인의 디카시
비 오는 풍경
메마른 대지의 속살이 그리웠더냐.
하늘은 바람을 먼저 보내
그리운 마음 흔들어놓고
손님처럼 살며시 대지에 스민다.
두 팔 흔들며 먼저 비를 맞이하는 해바라기들
온몸 흔들어대며 비에 젖는 들풀들
그리운 것들은 모두 한 방향만 바라보고 있다.*
이 초록들의 잔치는 7월이면 최고에 이를 것이다.
제각각 열매를 준비하는 과수들
그 틈새에 살아남아 자기들도 곱게 씨앗을 품어보는
들풀, 들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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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것들은 모두 한 방향만 바라보고 있다-권태주 제2 시집(천년의시작) 제목
물왕리에 가면
물왕리에 가면
작은 호수가 있고
새벽이면 물안개 수면 위를 떠올라
호수 가득 몽환적 풍경을 만들어낸다네
물왕리에 가면
연꽃들 피어
세상사 찌든 삶을 정화해 준다네
물왕리에 가면
젊은 날의 꿈들이 어느새
황혼의 그림자 되어
붉은 노을 드리우고 있다네
물왕리에 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젊은 날의 꿈들이지만
호숫가 촘촘히 솟아나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부들처럼
치열하게 살아온 젊은 날의 흔적들을 만나볼 수 있다네
물왕리에 가면
장마, 그리고 빗길
그녀는 이별의 눈물을 쉼 없이 흘렸다.
칠월 칠석날 오작교에서 만난 두 연인
헤어짐이 너무 서러워 뒤돌아서 흘리는 눈물
인간계에서는 장마다.
노아의 홍수인 양 50일이 넘게 내리는 장맛비
기후의 역습 자연재해라는 용어가
방송과 지면 SNS에 흩날리고
홍수를 피해 살고자 지붕 위에 올라선 한우 사진
몇 마리의 소들은 높은 산 암자까지 올라가서 뉴스를 탄다.
언제쯤 장마는 끝날까.
아침 출근길 쏟아지는 폭우는
와이퍼의 왕복운동으로도 앞을 분간하지 못하게 한다.
비상등을 깜박이며 앞으로 나가는 차들
세상이 온통 빗물과 구름일 뿐이다.
수고했어
교회 계단 모서리에서 싹을 틔우고
꽃까지 피운 너의 열정
먼지와 송홧가루에 꽃잎은 남루하지만
비가 내리면 다시 하늘 보며 주님을 찬양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