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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권태주 Dec 09. 2022

문단 권력과 me too 운동을 보며

  요즘 jtbc 뉴스에 초대된 최영미 시인의 발언이 문단을 들끓게 하고 있다. 서지현검사의 검찰에 대한 me too의 연장선이라 하기에는 어울리지 않게 아주 오래전 이야기를 시 ‘괴물'로 드러낸 것이고, 그 결과 삼성 이재용부회장의 석방 건이 오히려 묻히지나 않을까 걱정이 드는 것은 왜일까?

  지금 회자되고 있는 것들은 남녀 간의 성적인 문제뿐만이 아니라 권력을 쥔 자와 아닌 자의 갑을의 횡포를 바꾸자는데 그 본질이 있다고 본다.

  나는 1993년에 지방지에 신춘문예로 시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첫 시집도 1995년 자비 출판으로 냈다. 하지만 중앙문예지에서 원고 청탁 하나 제대로 오질 않았고, 늘 변두리에서 시를 쓰는 시인이었다. 문단은 보수의 한국문인협회와 민족문학작가회의의 진보로 양립되어 있었다. 어느 정도 명망 있는 문인들 주위에는 늘 문하생들(여성 시인 포함)이 있었고, 그들은 행사 때만 되면 무리 지어 나타나곤 했다. 문예지를 통한 등단도 이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어려웠고, 신춘문예마저도 예정된 사람이 뽑힌다는 정도였다. 갑의 횡포가 대단하던 시절이었다.

  나는 1995년 예술의 전당에서 첫 시집의 합동 출판기념회를 마치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과연 시인으로서의 명함을 내밀며 시를 써야 할까 아니면 붓을 꺾고 시인이 아닌 교사로서의 삶에 충실할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초등학교 교장이 되고서야 22년 만에 제2 시집을 간행하게 되었다. 이재무시인은 "예술가들은 정년이 없고 죽을 때까지가 정년이다. "라고 하였다. 심지어 친일문학을 했던 문인들도 죽어서까지 비난받는 현실 아닌가?

  우리나라 국민이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한강과 같은 젊은 작가의 소설은 2017년 도서관 대출 순위 1위로 나타났다고 한다. 시인이나 작가들이 좋은 작품을 쓰면 우리나라에서도 노벨문학상도 나올 것이고 베스트셀러도 될 것이다. 남을 탓하고 환경을 탓하기 전에 치열하게 작품을 쓰려고 하는 장인정신이 나와 문인들에게 요구된다.

  아래의 시는 1990년대 시에 대한 나의 아픔과 고민이 묻어있기에 소개해 보고자 한다.   

  

시인의 마을



봄날 시골 앞 논배미에서 울어대는

개구리 소리 들어보았는가.

아무도 듣지 않아도 혼자 울어대는

하나하나의 울음소리가 모여

봄밤의 아름다운 합창이 되는

개구리 울음소리

사람들은 시인들에게 그런 것을 원했으나

시인들은 사람들의 마음을 읽지 못했다.

단지 사람들의 마음에 울림을 주지 못하고

변죽만을 울릴 뿐이었다.

하나둘씩 사람들은 시인 곁을 떠나갔다.     

사람들이 없는 시의 마을에는

괴괴한 밤바람 소리만 들려오고

뼈다귀를 서로 빼앗으려 이전투구하는

들개들의 날카로운 이빨만 번뜩였다.

영문도 모르고 찾아온 시인들에게

온몸에 상처만을 남겨 놓고 추방시키며

밤의 전갈이 되어 예리한 독침을 찌를

기회만을 서로 엿보고 있었다.     

헐벗은 시인의 마을

사람들이 떠나간 시인의 마을

시의 간판이 떨어진 시인의 마을

처마가 내려앉은 시인의 마을

엉겅퀴꽃만 무성히 핀 시인의 마을

시인의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가 막혀버린 시인의 마을

시인의 마을에서 돌아오지 못하는 시인의 마을

지나가는 까마귀가 똥만 싸고 날아가는 시인의 마을

쓰레기차가 오지도 않는 시인의 마을

시인들이 죽어버린 시인의 마을     

나중에 아주 나중에

앉은뱅이꽃이 피어난 시인의 마을

며느리밥풀꽃이 핀 시인의 마을

돌배나무에 새순이 돋는 시인의 마을

까치가 까악까악 울어대는 시인의 마을

산고양이가 새끼를 낳는 시인의 마을

지붕 위로 보랏빛 칡꽃이 피는 시인의 마을

참댓닢 밤바람에 머리 빗는 시인의 마을

새벽달 오래도록 달빛을 쏟아붓고 가는 시인의 마을

시인들의 무덤에 삐비꽃 하얗게 손 흔드는 시인의 마을

시인들을 기다리는 시인의 마을     

시인들은 도시의 한구석에나

산골짝이나 바닷가 마을에 산다.

살아가고 있었다.

사람들이 불러주지 않아도

봄날 개구리울음처럼

가을 풀벌레 소리처럼

낮게 낮게 떨리는 목소리로 사람들의 가슴을

울려주고 있었다.

울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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