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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권태주 Dec 09. 2022

대천, 초등학교 동창생들과의 만남

  토요일 아침 초등학교 모임인 샛벌회 단톡방이 울림으로 요란하다. 오늘이 2018년 첫 번째 정기모임 일이기 때문이다. 나도 모처럼의 골프 라운딩을 취소하고 오산시에 있는 초등학교 시절 단짝에게 연락해서 모임에 같이 가기로 약속을 했다.

  혼자 고속도로를 타고 갈 수도 있지만 굳이 친구와 동행하는 이유는 여러 번의 모임에 얼굴을 보이지 않는 친구와 함께하고 싶어서였다. 옆자리에 앉아가는 친구는 70년대 국민학교 시절 나의 단짝이었다. 입담이 좋고 동네에서 가게를 하기 때문에 단 것이 귀하던 그 시절 친구가 가져오는 사탕이나 과자 맛을 보는 것도 즐거움이었다. 최근 모임에 자주 못 나온 이유를 들었다. 아내가 갑작스럽게 위암이 발견되어 수술하게 되고, 요양 중이었는데 모임이 있는 날 위통이 와서 못 오게 되었다는 것과 숙부의 갑작스러운 경운기 사고로 돌아가심과 독감 a, b형을 차례로 앓아 한 달 동안이나 아팠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모임에 못 나온 이유를 알게 되어 나의 오해도 풀리게 되었다.

  오랜만에 찾은 대천해수욕장은 엄청난 변화를 가져와 있었다. 여름철이 되면 머드축제로 유명해져 있었지만 외국의 여느 휴양지 못지않게 해변이 잘 정돈되어 있었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각 대학교와 교육청에서 세운 해양수련원들이었다. 수련원들은 일찍 터를 잡은 덕분에 바다가 보이는 좋은 곳에 있었다. 그다음으로 모텔과 호텔 등의 숙박시설, 횟집들이었다. 엄청난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규모로 3월 초인데도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새롭게 해안에 설치한 짚라인과 레일바이크였다. 짚라인을 타고 바다로 떨어지는 상쾌함과 해안을 풍광을 따라 타는 레일바이크의 낭만이 있었다.

  친구들과 해변을 걸으며 젊은 시절로 돌아가 사진도 찍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보니 어느새 저녁 모임 시간이 되어가고 있었다. 6년 동안 56명이 한 반에서 공부했는데 모임에는 26명이 참석했다. 벌써 40년째 만나는 모임이 되었다. 초기에는 총무를 보던 친구가 회비를 부도내는 바람에 힘들기도 했고, 몇 명이 빠져나가 아쉽기도 했지만 몇 년 전부터 여자 동창들이 들어오면서 활기가 넘치는 모임이 되었다. 어찌 보면 이제는 모임 자체를 여자들이 이끌어 간다는 느낌이다. 장소 선정이나 음식 준비도 바닷가 해산물을 좋아하는 친구들이기에 여자들의 역할이 중요해진 결과이리라.

  횟집에서 음식을 먹으며 왁자지껄 떠드는 친구들을 보고 있노라니 짠한 마음이 드는 친구들이 여럿 있다. 아직도 짝을 못 만나 노총각인 친구, 간판 일을 하다가 높은 곳에서 떨어져 발목을 다쳐 고생하는 친구, 신장이 안 좋아 죽음의 위기에 몰렸지만 여동생의 신장 기증으로 신앙생활을 잘하며 살고 있는 친구, 잘나가는 사업가에서 무리한 확장을 하다가 사업에 실패해서 부도가 나고 이혼까지 겪은 친구. 하지만 소주 한 잔, 청하 한 잔에 불그스레한 얼굴로 편안히 웃고 있는 친구들을 보니 이 모임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를 알 것 같다.

  옥, 숙, 금, 란, 화, 연, 자 등의 이름을 가진 여자 친구들도 구수한 안면도 사투리로 정담을 나누고 있다.

  고향이란 말만 들어도 눈물 나던 젊은 시절 타향에서의 역경들도 이겨내고 결혼하여 자녀들도 성장시킨 멋진 오십대 후반의 중년들. 의류가공업을 하는 친구가 선물한 부부 티셔츠를 보더니 누군가 불쑥 이야기를 꺼낸다. 3년 후 해외여행을 목표로 적금을 붓자고 말이다. 친구들의 동의가 이어져 일사천리로 안건은 통과되었다.

  야간 운전을 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어두운 밤길 해치 라이트의 불빛으로 안전하게 운전하는 것처럼 어린 시절 불알친구로 뛰놀며 공부했던 너희들이 있기에 내 마음은 따뜻한 달걀을 품은 마음이다. 가끔은 힘든 날들도 오겠지만 친구들의 만남이 삶의 자양분이 되고, 살아가는 힘이 될 것이다. 아름다운 추억과 우정을 보여준 친구들아.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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