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것들은 모두 한 방향만 바라보고 있다》 시집 속의 시 한 편을 소개할까 합니다. 2017년 6월 어느 날이었습니다. 저는 안산시 대부도에 있는 밭에 과수와 식물들을 재배하는데 토요일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6월이면 장마가 와서 식물들이 잘 자라야 하는데 이 해에는 쉽게 비가 오지 않아 식물들이 잘 자라지 못하고 메말라 가고 있었습니다.
농부의 마음도 같이 타들어 갑니다. 물을 뿌려도 보지만 그것도 잠시 넓은 밭의 식물들은 만족하지를 못합니다. 대신 하늘만 쳐다보게 되지요. 그날도 밭에 있는 채소와 식물들을 가꾸느라 오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서쪽에서 비구름이 몰려오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하던 일을 멈추고 빨간 컨테이너 안에 들어와 비 오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먼저 봄에 씨를 뿌려서 자라고 있는 해바라기들이 좋다고 아우성이었습니다. 큰 키에 얼굴과 팔을 흔들어대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제 눈에 보이는 건 잡초라고 불리는 들풀들이었습니다. 키 큰 해바라기 아래 힘겹게 생명줄을 이어가던 풀들이 온몸으로 비를 맞으며 기뻐하고 있었습니다. 시 한 편이 탄생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그리워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그것이 사람일 수도 본인이 바라고 있는 간절한 것들일 겁니다. 간절하면 한 방향만 바라봅니다. 어릴 때 장터에 가신 어머니께서 타고 올 버스를 신작로 끝에서 기다리는 소년처럼 말입니다. 오늘 여러분은 무엇을 바라보고 계십니까? 간절하면 이루어집니다. *
비 오는 풍경
메마른 대지의 속살이 그리웠더냐.
하늘은 바람을 먼저 보내
그리운 마음 흔들어놓고
손님처럼 살며시 대지에 스민다.
두 팔 흔들며 먼저 비를 맞이하는 해바라기들
온몸 흔들어대며 비에 젖는 들풀들
그리운 것들은 모두 한 방향만 바라보고 있다.
이 초록들의 잔치는 7월이면 최고에 이를 것이다.
제각각 열매를 준비하는 과수들
그 틈새에 살아남아 자기들도 곱게 씨앗을 품어보는
들풀, 들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