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연재 동화

시나나 라오스 남매들

연재동화/다문화가정을 위한 이야기 3

* 목차

P.4/ 1. 원곡동 다문화거리

P.14/ 2. 한국 속의 외국

P.28/ 3. 시나나 남매의 고통

P.41/ 4. 시나나 가족의 잠적

P.53/ 5. 전국초등학교 축구시합


* 개요

이 동화는 다문화가정을 위한 어린이 이야기입니다. ‘시나나 라오스 남매’는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 다문화 마을을 소재로 한 것입니다. 한국도 이제 약 2백만 외국인들이 들어와 우리 이웃에 같이 살고 있습니다. 특히 수도권 최대 다문화 특구 원곡동에는 많은 어린이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이 동화책과 같이 우리 어린이들이 다문화 어린이들과 행복하게 살도록 따듯하게 손잡아 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유엔 어린이헌장과 같이 다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세계 속의 한국 어린이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3. 시나나 남매의 고통


시나나가 앨범을 꺼내왔습니다. 라오스에서의 조부모님과 가족들 그리고 부모님 신혼 사진들이었습니다. 한국 농촌같이 순박하고 원시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짬룽과 시나나, 라오라오까지 3남매는 이곳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에서 출생하였습니다. 안산이 진짜 고향이 되었지요. 두경이, 현수, 왕짱구와 똑같이 한국 땅이 출생지이고 고향인데도 그들은 외국인이어서 한국 국적에는 올라가지 못한답니다.

왜 그런지 참 이상합니다. 어른들이 하는 일이라 잘 모르긴 해도 좀 이해가 안 되지요. 똑같은 땅에 태어나도 평등하지 못하고 신분적, 경제적 차이가 크게 납니다.

미국에서는 그곳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무조건 미국인이 된다고 합니다. 나라마다 국적법이 다르긴 해도 어쩐지 공평하지 못하단 생각이 지워지지 않습니다.

시나나 아버지는 한국에 두 번째 입국했답니다. 그들 부모님은 정말 열심히 일하지요. 밤 12시 넘어 귀가하거나 툭하면 야근으로 집에 들어오지 못할 때도 많답니다. 특근수당을 더 받기 위해 계속 일한답니다.

시나나는 학교에서 열리는 ‘한국어 말하기 대회’, ‘한국어 백일장’ 등에 입상도 했습니다. 또한 안산문인협회에서 실시하는 전국 어린이 글짓기대회에서 새날초등학교 대표로 참석하여 금상도 받았습니다.

권두경 우산소녀

짬룽도 새날초등학교 축구부에서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훈련이 다 끝난 뒤에도 혼자 남아 계속 훈련한답니다. 약 30여 명 축구부에는 20명이 짬룽과 같은 동남아 외국인 가정입니다.

이따금 ‘어린이축구 꿈나무’의 차범근 감독이 찾아와 축구 지도를 해주기도 합니다. 유럽 유명 축구선수였던 차범근 감독이 오는 날은 전교생들이 집에도 가지 않습니다. 운동장 관중석에서 기다리며 사인을 받으려고 아우성이랍니다. 짬룽은 차범근 감독에게서 받은 사인도 보여주며 자랑했습니다.

그때 현수 엄마에게서 핸드폰이 왔습니다.

“우와, 벌써 5시가 넘었네? 이제 우리 그만 집에 가자.”

“야, 현수야, 다음 주말에 또 올 수 있어?”

“다음 주말에는 너희 새날초등학교에서 축구 시합하기로 했잖아?”

“아, 맞아, 내가 깜박했네!”

그들은 새날초등학교 정문 앞까지 나와서 배웅을 해주었습니다. 버스 유리창에 비치는 시나나가 “빠이! 안녕!”하며 손을 크게 크게 흔들었습니다. 두경이는 돌아오는 버스 속에서 다시 시나나의 검은 눈동자를 떠올렸습니다.

시나나 삼남매는 특히 눈동자가 토끼같이 크고 깊어 보였습니다. 얼굴은 약간 검은 보석으로 빛나는 것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아, 내가 나중에 대학에 가면 ‘인류학’을 전공해 볼까?’라고 두경이는 잠깐 생각했습니다. 인종에 따라 왜 눈동자와 피부가 다른지 궁금해졌습니다. ‘인류 염색체 염기서열을 AI 인공 로봇을 기반으로 제2의 아바타를 구현해볼까?’ 지구의 인류에 대한 원천적 분류와 변화과정을 규명할 수 있는 것이 재미있을 것 같았습니다.

권미경 두 소녀

새롬초등학교 담장 밖에는 벚꽃이 활짝 피어 서로 예쁘다고 뽐내고 있습니다. 4월 한식이 지난 봄인데도 봄 꽃바람이 칼바람이 되어 얼굴을 마구 때렸습니다. 두경이 반 아이들은 여자 체육 선생님의 따라 운동장을 달리고 있었습니다.

새로 오신 체육 선생님은 몸집은 크지만 체조를 할 때는 날아갈 듯이 가벼웠습니다.

“얘들아! 세계적인 무하마드 알리라는 헤비급 복싱 선수가 ‘나비같이 날아서 벌 같이 때린다.’라고 했지?”

아이들이 재미있다는 듯이 뒤로 돌아 쿡쿡! 웃었습니다.

“자아, 나를 보고 따라 해요! ‘하나, 둘, 셋…. 리듬을 타야 해요!”

체육 시간이 시작되면 운동장을 두 바퀴 돌고 체조 후 체육수업을 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려서부터 매일매일 열심히 운동해야 선생님같이 날씬해지는 겁니다. 알았나요?”

“네!”

즐거운 체육 시간이 끝나면 그다음은 살가운 음악 시간이랍니다. 두경이는 북을 치고, 현수는 꽹과리를 잡았습니다. ‘쾌지나 칭칭 나네~’ 어깨춤이 저절로 신명 나는 꽹과리 소리가 귓가에 남아 계속 울렸습니다. 금요일 오후는 주로 예체능 시간 또는 문화체험 시간으로 편성되어 있어서 좀 편한 날이기도 합니다. ‘사물놀이’ 국악 시간도 끝났습니다.


오늘은 좀 일찍 끝나서 두경이는 학교에서 곧바로 새날초등학교로 갔습니다. 새날초등학교는 95%가 넘은 학생들이 다문화 학생들이라 다문화학교나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교장선생님은 다문화 장학사 출신으로 학교 운영을 잘하고 어린이들에게 예절교육을 잘 시켜서 아이들이 아주 효도를 잘한다고 소문이 나 있습니다. 그래서 학부모들의 칭찬이 자자합니다.

두경이가 운동장 오른쪽 새날초등학교 캠프에서 열심히 승부차기 연습을 하는 짬룽한테 가서 손을 흔들었습니다. 벌써 축구 경기는 4 : 2로 새날초등학교가 이기고 있습니다. 중간 휴식 시간입니다. 짬룽도 땀을 닦으며 다가왔습니다.

“야, 짬룽아! 너희 팀은 순수한 친구들이 아니고 선수들이 좀 낀 모양인데? 축구 실력이 대단한데?”

“뭐야? 약속은 엄격히 지켜야지, 우리 팀에서 축구부 출신은 나 하나뿐이고 다 그냥 반 친구들이야.”

“그래? 어쨌든 다음 주 일요일 내 생일인데, 시나나랑 너희들 삼 남매 초청하려고 하는데 어떠냐?”

“우와! 12살 네 생일이라구? 땡큐! 뚜껑이도 오냐?”

여동생 시나나와 달리 짬룽은 아직도 한국말이 서툽니다. 듣기는 곧잘 하지만 말하기가 좀 부족합니다. 그러나 영어는 잘한답니다. 집에서 그의 엄마가 영어를 별도로 가르쳐 준답니다. 짬룽의 새날초등학교와 현수의 새봄초등학교 축구 친선경기는 결국 6 : 3 엄청나 차이로 끝났습니다. 사전 약속대로 패배한 현수네 팀에서 승리한 짬룽 팀에게 자장면을 사주었습니다.

권미경 컵 위의 고양이

그다음 월요일에 결국 터질 게 터졌습니다. 또다시 짬룽에 대한 집단 폭행 사건이 재발 되었습니다. 오후 수업이 끝나고 축구부 훈련도 끝났습니다.

“야, 꼬맹이, 짬룽이 너 나한테 형님! 해봐!”

“또, 왜 그래요…. 혀엉니임!”

“이 새끼가 한국어 발음도 제대로 못 하면서 까불어 다시 해봐!”

시나나가 얼굴이 하얘져서 뛰어왔습니다. 며칠 전에도 오빠가 나쁜 친구들에게 얻어맞았기 때문입니다. 시나나가 하이에나에게 무릎을 꿇으며 두 손으로 빌었습니다.

“불쌍한 우리 오빠 제발 때리지 말아요.”

그러나 그들은 시나나도 마구 때렸습니다.

“요 새우깡이 또 왔네? 왜 그렇게 쫄쫄 따라다녀?”

바로 그때 현수가 나타났습니다. 시나나의 ‘위급해요. 오빠!’ 핸드폰 문자를 받았던 것입니다.

“요거 개구리 같은 왕갈비가 여기가 어디라고 나타났어? 야. 뭣들 해!”

약 4명의 나쁜 아이들이 현수에게 몰려들었습니다. 학교 뒷담에 숨어 있던 새봄초등학교 친구들이 “와아!”하며 포위했습니다. 현수와 같이 급히 달려온 감골 태권 도장 친구들입니다.

언제 나타났는지 두경이도 뛰어들어 우선 시나나를 업고 뛰었습니다. 그러나 두경이 앞에 키가 어른 같이 큰 애들이 가로막았습니다. 그러나 순간적으로 그 녀석은 얼굴을 감싸고 뒤로 넘어졌습니다.

두경이의 태권도 3단 옆차기에 간단히 쓰러진 것입니다. 두경이가 주변을 쓰윽! 훑어보자 패거리들이 도망가기 시작했습니다. 두경이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태권도 외에 합기도도 배웠지요. 덩치 큰 6학년 남자애들이 여학생에게 얻어맞아 도망가는 꼴이라니?

짬룽도 눈을 크게 뜬 채 카봇 같이 날아다니는 두경이를 영화 보듯 그냥 쳐다보고만 있었습니다. 어느새 새날초등학교 어린이와 동네 아이들도 몰려들었습니다. 그들은 손뼉을 치며 “일진 같이 나쁜 놈들아!” 고함을 질렀습니다.

조금 늦었지만 파출소에서 학교폭력 담당 경찰관님도 경찰차를 타고 달려왔습니다.

태권도

현수가 뒷담을 넘어 도망가려는 대장 하이에나의 바지를 잡아당겼습니다. 하이에나가 담 위에서 떨어져 개구리처럼 뻗었습니다. 짬룽이를 괴롭힌 아이들은 파출소로 연행되었습니다. 이웃 학교의 말썽 피우는 아이들이었습니다.

일진 체포

두경이와 현수는 짬룽과 시나나를 그들의 집까지 데려다주었습니다. 그리고 감골행 52번 버스를 타고 돌아왔습니다. 그때서야 손목시계용 핸드폰 ‘키즈 플레이’를 보니 벌써 두경이 엄마의 전화번호가 여러 번 찍혀 있었습니다.

“고 깜둥이 짬룽이 아냐? 내가 경찰에 또 고발할 끼라, 가만히 안 둘 껴! 불법체류자 자식 아녀, 내가 다 안다꼬?”

“아이고, 하이에나 어머님, 진정하세요. 그들이 불쌍하지 않으세요? 그 부모들은 지금 1년이 넘도록 월급도 못 받고 있답니다.”

짬룽과 시나나는 한 달째 학교에 안 나왔습니다. 아니, 무서워서 못 나왔습니다. 물론 현수 생일날에도 못 왔답니다. 두경이와 현수는 걱정이 돼서 방과 후에 시나나의 교실에도 가보았습니다. 막내 유치원에도 라오라오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정말 하이에나 어머니가 불법체류자로 밀고한 것일까요?

짬룽과 시나나에겐 휴대폰도 없습니다. 그의 부모도 1년간이나 월급도 못 받아 휴대폰은 고사하고 집세도 몇 달째 못 내는 실정입니다. 그러니 연락할 곳이 없어 더욱 막막합니다.

시나나의 집에도 혹시나 몇 번 찾아갔지만 시꺼먼 자물통만 무섭게 침묵하고 있었습니다. 왜 이래야 하는지, 어른들이 하는 일이라 잘 모르지만 어쨌든 시나나 3남매가 참 불쌍합니다. 그들은 아직 어린애들이라 아무 죄도 없답니다.

그 남매들은 점심을 학교의 무료급식으로 해결했습니다. 점심은 그렇게 해결한다고 해도 저녁은 라면을 끓여 먹거나 온 식구가 굶어야 한답니다.

이렇게 짬룽 아빠처럼 1년간이나 월급을 못 받으니까, 더욱 힘들겠지요. 몇 년간 모아놓은 저금을 깨어서 최악으로 버티는 것이랍니다. 짬룽은 축구부에서 나오는 빵과 라면 등 간식거리를 먹지 않고 모았다가 여동생들에게 몰래 남겨주기도 했습니다.

동생들을 굶길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의 부모는 체류 기간을 넘겨 불법적으로 일하고 있어서 공장을 자주 옮겨야 하고 더구나 월급도 못 받거나 쫓겨 다니기가 일쑤랍니다.

“야, 현수야! 우리 원곡동 파출소에 한번 가보자. 거기 가면 짬룽 부모가 어디로 잡혀갔는지 혹시 알 수 있지 않을까?”

“경찰관 아저씨가 개인정보를 우리 어린애들한테 가르쳐 주겠니?”

“그래, 그렇다면 안산 세관에 다니는 친구 아빠에게 부탁해 볼까?”

“아냐, 어른들 자꾸 끌어들이지 말고, 우리 힘으로 어떻게 해결해 보자.”

“짬룽이가 새날초등학교 축구부 대표선수인데 곧 시합이 있어서 빨리 나가야 한다고 사정 얘기를 해볼까?”

“공연히 우리 담임이 알면 또 혼날지도 몰라, 내일 그냥 짬룽 아빠가 다니던 반월공단으로 찾아가 보자!”

마침, 왕짱구 동네에 사는 이웃 경찰관이 있었습니다.

“맞았어! 아,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



-4편 <시나나 가족의 잠적>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시나나 라오스 남매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