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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권태주 Jun 08. 2023

들꽃 시인 농장 가꾸기

현충일 아침이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 계획대로 대부도를 향해 출발했다. 아내는 새로 자격증을 준비하는 사회복지사 2급 과제 제출이 있어서 못 가고 아들 둘은 출근, 막내는 갓 제대를 해서 결국 나 혼자 가게 되었다.

휴일이라 오히려 차들이 많지 않아 8시 이전에 농장에 도착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앵두나무에서 앵두를 따는 일이다. 씨를 심어서 키운 앵두나무가 이제는 제법 많은 앵두를 수확하게 한다. 탱글탱글하게 달린 앵두를 따서 담았다.

다음은 호박밭에 풀을 제거하는 일이다. 맷돌 호박도 씨앗을 심어서 싹이 났는데 어느새 풀들이 덮어 버려서 호박들을 구해야 한다. 낫질도 하고 손으로 풀을 뜯어 호박들에게 자랄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이제 줄기가 뻗고 잎들이 커서 광합성 작용을 충분하게 하면 호박들이 달리리란 상상을 해 본다. 꽃씨도 뿌린 자리까지 풀을 뽑아주니 꽃들이 좋아한다. 양귀비꽃은 벌써 피어 미모를 뽐내고 있다.

벌써 시간은 10시를 넘어서고 있다. 농막에 들어와 에어컨을 켜고 잠깐 쉬며 간식을 먹었다. 아직도 할 일이 많이 남았기에 마음은 밭에 가 있다. 밭에 내려와서 사과나무열매 솎아주기와 복숭아나무 열매 솎아주기, 포도순 집기 등을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열매다운 열매를 수확할 수 없다.

이어서 작년과 봄에 심은 에메랄드그린과 블루에인절, 황금 측백나무에 난 풀들을 뽑아주어야 한다. 풀들이 자리를 잡으면 뽑기가 힘들고 수없이 번져간다. 힘들어도 해결해 줘야 한다.

풀들과의 전쟁을 마치고 땀을 식힌다. 벌써 시간이 2시를 넘어서고 있다. 한 번에 하기에는 많은 양이지만 그래도 충분히 농장관리를 해야 다음에 올 때 편하다. 예초기로도 풀들을 잘라보지만 모두 제거하기는 힘들다. 농사는 힘만 들지 제대로 된 대접을 받기가 힘들다. 풍년이면 가격이 폭락하고 흉년에는 종잣값도 못 건진다.

아삭이 고추를 사다가 심고 노각오이, 호박, 참외, 수박에 비료를 준다. 이른 봄에 뿌린 유채꽃이 노랗게 피기 시작했다. 오후 다섯 시가 되어서야 일을 마치고 나니 피곤함이 밀려온다. 집에 갈 시간이다. 다음에 올 때는 훨씬 멋지게 자라 있겠지? 그때 보기로 하고 운전대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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