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그냥 꽃

가을 연시戀詩

가을 연시戀詩

권태주




가을에는

생각들을 주워야 한다.

봄부터 쏟아놓은 수많은 말과

여름날의 한숨들

쓸데없이 길거리에 내다 버린

소심했던 생각들 모두

거두어야 한다

땀 흘리지 않은 수확이 어디 있으랴

들판의 곡식들 곳간에 쌓이기 전에

흘려버린 생각들 낟알 줍듯

주워야 한다

나뭇잎들 하나둘씩 떨어져

거리에서 힘없이 이리저리 뒹굴기 전에

허한 말들과 뜻 없이 행한 것들 모두

거두어들여야 한다

밤바람 차갑게 살갗에 스미고

쉬 어둠이 온다

어둠이 안개처럼 저녁을 메우기 전에

겨울이 소리 없이 유리창에

성에꽃 피우기 전에

권태주

1986년부터〈터〉시문학동인회 활동으로 13집까지 발간, 1993년 충청일보 신춘문예에 시「누군가 그리우면」이 당선하여 등단

한국문인협회, 한국작가회의, 한국시인협회, 교원문학회 회원, 한반도문인협회 회장, 한중문예콘텐츠협회 부회장, 브런치 작가

수상: 허균문학상(1995), 한반도문학상(2017), 성호문학상 대상(2019)

저서: 시집『시인과 어머니』(1995), 『그리운 것들은 모두 한 방향만 바라보고 있다』(2017), 『사라진 것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2019), 전자책 시집 『바람의 언덕』(2021), 전자책 수필집 『후성유전학』(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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