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1일 교육전문직 2년 6개월을 마치고 학교장으로 전직한 첫날이다. 경기도교육감의 인사발령통지서에는 승진으로 나와 있지만 이미 공모교장 4년을 하고 교육지원청에서 초등교육과장과 혁신학생지원과장을 했으니 은근 교육장이나 국장 정도를 기대하고 있었다.
2022년 봄에 몰아닥친 선거 열풍은 교육감 선거까지 영향을 미쳤다. 문재인 정권 말기 갑작스럽게 급등한 아파트 가격으로 인해 2, 30대의 절망감은 깊어졌고 60대 이상 보수층의 결집으로 검사 출신 윤석열이 이재명을 누르고 보수대통령으로 당선된다. 뒤이어 이어진 지방선거에서는 확연히 달라진 민심으로 보수 쪽이 큰 승리를 하였다. 특히 경기도지사는 새벽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하다가 막판 김동연후보가 김은혜후보를 제치고 경기도지사에 당선된다. 경기도교육감선거는 보수 쪽에서는 일찌감치 임태희후보로 단일화되었고 진보 쪽에서는 이한복, 김거성, 송주명, 성기선, 박효진 등의 여러 후보가 단일화하지 못하다가 최종 성기선후보로 단일화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결국 전교조 아웃이라는 타이틀로 경기도민의 마음을 사로잡은 임태희후보가 경기도교육감으로 당선된다.
필자는 교육계에서 34년의 교사, 장학사, 교감, 교장, 장학관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과거 초임시절 서슬 퍼런 전두환 정권 아래 창간된 한겨레신문에 초등학교 5학년 도덕교과서에‘악법도 법이다.’라는 소크라테스의 교재에 대해 악법이기에 고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독자투고를 했다가 교육청 담당장학사에게 감사를 받기도 했다. 항상 제자들에게 정직을 강조했고 정의에 대해서는 굽힘이 없어야 한다고 가르쳤다. 대학시절부터 시를 공부했고 신춘문예를 꿈꾸며 수많은 습작시를 썼다. 지금도 나의 서고에는 대학시절 습작한 누런 대학노트가 여러 권 보관되어 있다. 대학원에서 현대시를 전공하면서 시와 평론에 관해 정식 공부를 하였고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시인으로 등단도 하게 되었다. 교사시절에는 학생들의 독서지도와 웅변지도를 하였고, 글쓰기와 시낭송을 지도하여 학생들이 백일장이나 시낭송대회에서 입상하는 즐거움을 누리기도 했다.
9월 1일 교장 인사말 중에 어린이들에게 시 한 편을 낭송해 주었다. 교장선생님의 긴 훈화 말씀보다 시 한 편이 더 오래 남으리란 생각에 소개했더니 어린이들의 반응이 좋아서 등교시간이나 급식실에서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한다. 이제 저 아이들이 학교에서 꿈과 끼를 살리게 하여 빛깔 있는 아이들, 빛깔 있는 반석초등학교를 만들어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해 본다.
아이들에게
권태주
가을바람 산들산들 불어오는 싱그러운 아침 꽃같이 환한 웃음 지으며 인사하는 아이야. 오늘 하루도 친구들과 함께
배움을 즐기며 꿈을 키우거라.
아침에 무슨 옷을 입을까 투정하다 얼굴 찡그리며 오는 아이야. 화단의 보랏빛 도라지꽃처럼 활짝 웃어보렴. 너는 무슨 옷을 입어도 다 예쁘단다.
9시가 다 되어서야 허겁지겁 뛰어오는 아이야. 늦잠 자느라 아침밥도 못 먹었겠구나. 핸드폰 보는 시간 줄이고 조금 일찍 자도록 하여라. 그럼 아침이 좀 더 신날 거야.
꽃들이 자기 색깔을 갖고 아름다움을 뽐내듯이 개개인의 장점과 특성을 살려 살아가기 바란다. 너희들의 바람을 어른들이 못해주는 점도 있지만 씩씩하고 밝게 자라나 통일된 나라의 주인공들이 되어주렴. 사랑하는 아이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