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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시즌1) 데스킹, 에디팅, 그리고 프린팅

10년 만의 편집작업, ‘빠꾸’당한 1면 ― 백총

by 콘텐츠플러스

발제를 통해 글감을 정하고 집필자를 정하면서 『월간 문익환』 작업 은 본궤도에 올랐다. 마감을 그토록 강조했기에 첫 원고들은 대부분 제시간에 도착했다. 월간 출판물에 글을 쓰는 것은 블로그에 끄적이는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처음은 그래서 힘들다. 글을 쓰는 것도, 데스킹을 보는 것도….


데스킹 과정이 그랬다. 고백건대 첫 원고를 훑어보고 ‘아…. 이거 장난이 아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열정은 녹아 있었지만, 손 볼 곳이 많았다. 하나하나 비문을 바로잡고 윤문을 하는 과정에 품이 많이 들었다. 때로는 문장을 재배치하고 가끔은 아예 기사의 ‘야마’를 새로 잡기도 했다. 사실관계엔 오류가 없는지 게이트키퍼의 역할까지 해야 했고, 제목을 달고 사료를 뒤져 사진도 첨부하는 일까지 덤으로 더해졌다.


쉽지 않은 작업이었지만 그래도 보람을 느낀 건 내가 수정한 데스킹본을 모두가 신뢰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좋은 제목을 달아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받을 땐 오히려 내가 감동했다.


편집작업은 10여 년 만에 처음이다. 편집툴도 과거엔 다뤄본 적이 없는 ‘인디자인’라는 프로그램이다. 그나마 10여 년 전의 구버전이다. 당연히 익숙지 않았고 하나하나 유튜브를 통해 공부하면서 익숙해져야 했다. 게다가 제호, 판형, 서체, 본문-제목의 크기, 행간, 자간 등등 모든 것은 제로베이스에서 하나하나 결정해야 했다.


중요한 건 창간호의 1면이었다.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 통일의집에 걸려있는 판화작품을 베이스로 1면을 구상해 보았다.


하지만 ‘까였다’.


그렇다. 20여 년 편집 경력을 자부하던 나였지만, 보름 가까이 고민하며 내놓은 첫 호의 1면 지면은 보기 좋게 ‘빠꾸’ 당했다. 회원들은 냉철했다. “분위기가 너무 무거운 것 같다” “우리의 의도와 안 맞는 것 같다” 등등. 두말 않고 폐기했다. 적어도 『월간 문익환』은 공동의 작업이고 다수의 의견이 그럴진댄 편집장이랍시고 고집을 부릴 일이 아니었다.


새로운 작업에는 새로운 마인드가 필요했다. 다시 원점에서 늦봄의 가장 대표적인 사진을 바탕으로 레이아웃을 시도했고, 회원들의 ‘재가’를 얻었다. 처음이기에 남은 7개 지면을 편집하는 과정에도 많이 시간이 필요했다. 속지 편집에만 2주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첫 작품을 완성하고 PDF로 전환하며 회원들과 함께 교정을 보면서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은 우리 공동작업의 백미였다. 구글 드라이브에 공유해서 오자 수정부터 크게는 지면에 대한 의견 등을 나누며 함께 작업하는 작은 기쁨을 누렸다. 모두가 OK 사인을 내리면 드디어 인쇄 과정에 들어간다.


처음 석 달은 인쇄비를 우리끼리 감당했기에 더 저렴한 인쇄처를 구하느라 여기저기 주문서를 넣었었다. 다행히 아는 지인이 소개해 준 인쇄처에서 우리의 뜻을 공감해서 원가에 인쇄를 맡아주었다. 감사한 일이었다.


3-2.jpg 당초 창간호 1면으로 제작했던 시안(왼쪽). 통일의집에 걸린 판화작품을 모티브로 제작했으나 너무 어두운 분위기라는 의견에 따라 폐기했다. 오른쪽은 출간된 창간호 1면.


IMG_2614_Original.jpg 인쇄소에서 막 도착한 월간 문익환 창간호(2022년 3월호)를 살펴보는 만당과 백총 (촬영: 에바)



글쓴이_백총
전직 편집기자. 조직의 장이 되길 한사코 거부하는 I형 인간이지만, 조판을 해본 경험이 있다는 이유로 편집장을 떠맡았다. “안 해도 된다”라며 편하게 해 주는 척 하지만 알고 보니 원고 떠맡기기의 고수다.



● 아카이브에서 『월간 문익환』 창간호(2022년 3월호) 읽기

https://archivecenter.net/tongilhouse/archive/collection/ArchiveCollectionView.do?con_id=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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