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움으로 부담감을 이겨냈다 ― 만당
처음은 항상 어렵고 힘든 것인가? 이런 글을 써 본 경험은 거의 없고, 무엇을 참고해야 할지도 몰랐다. 남에게 내놓는다는, 여러 사람이 읽게 된다는 부담감은 또!
3월호 주제는 <시인 문익환>으로 정해졌다. 이 주제로 내가 쓸 세부 글감을 찾아야 했다. 그가 시인이었다는 걸 알았을 때부터 놀랐었는데, 전집에 나온 시를 헤아려 보니 무려 384편이나 된다. 어떤 시를 저리도 많이 쓰셨는지를 대강이라도 파악하는 게 우선일 듯싶었다. 목차에 나온 시 제목들을 주~욱 훑어봤다.
가장 눈에 띈 것이 사람의 이름이었다. 학생, 노동자, 언론인, 정치인, 종교인, 친인척 등등. 늦봄의 시 소재로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다니. 여기서 글감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늦봄의 시 속에 숨 쉬고 있는 사람들을 통해 한국 현대사를 짚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편집장도 호응해 주었다. 이런 글감은 시리즈로 이어가도 좋겠다고 하니 “앗싸” 하는 쾌재와 함께 즐겁게 해 보자는 의욕이 부푼다. 이제 3월호 등장인물 & 시는 무얼로 할지 선택해야 한다. 첫 호에 실릴만한 주목받을 현대사 인물이 소재가 된 시를 찾기 시작했다.
1인 또는 다수의 이름이 등장하는 시는 110여 편. 일단 무조건, 시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명단을 작성했다. 노트에 다 적고 보니 다섯 페이지나 된다. 당장 지금이나 나중에 글감이 될 만한 인물을 표시해 가며 시 & 인물을 추려 나갔다. 생존 인물보단 고인, 민주 & 통일을 위해 희생한 분, 사회적 존경과 영향력이 컸던 분 등이 선정 기준이다. 인물을 알려면 공부해야 한다. 그가 산 시대와 그의 삶과 행동을 알 아야 한다. 자서전이 있으면 한 번쯤 읽어보는 게 좋고, 그와 늦봄과의 인연 조사는 당연하다. 시 내용의 표면적 이해가 아니라 늦봄이 말하려던 맥락을 파악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인물 리스트 쳐다보기를 되풀이하며 일주일을 흘려보냈다. 실제 원고 쓸 시간이 줄어들수록 조급해진다. 고민 끝에 좀 쉽게 해 보자, 생각했다. 3월호이니 3·1 독립운동 관련 인물 소재의 시를 선택했다. 독립운동가 최석일을 소재로 쓴 시 <통일꾼의 노래-2>다. 인물과 사건에 대한 파악도 그리 어렵지 않고, 시 내용도 이해하기 쉽다. 글쓰기에 훨씬 부담감이 덜어지고 마음 편해졌다. 다만 이 시 한 편과 인물 한 명만 언급할 일이 아니었다. 다른 시 <통일꾼의 노래 -1>에서 언급된 늦봄 부모님의 소원과 연결해서 설명해야 했다. 더 중요한 건, 3·1 운동이 민족 통일로 완성되어야 한다는 늦봄의 역사의식을 확인하고 강조하는 것. 이래서 전체 구성이 머릿속에 이루어졌다.
본문 내용을 작성해 제출하니 편집장이 눈길을 끄는 헤드라인과 첫 호에 맞는 지면 편집으로 완성해 주었다. 큰 문제 없이 해냈다는 상쾌한 기분이었다. 첫 호 원고라서 어깨에 돌멩이 얹은 듯한 느낌으로 보낸 한 달이었지만, 새로이 시작하는 즐거움과 결과물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담감을 이겨냈던 듯하다.
글쓴이_만당
콘텐츠에 관심 많은 전직 광고인. 퇴직 후 자료의 디지털화 방법에 대해 궁리하다가 아카이브를 알게 되었고, 늦봄 아카이브에 빠져 자원봉사와 콘텐츠 제작에 열중이다.
● 아카이브에서 늦봄 문익환의 시(시집 5권) 읽기
https://archivecenter.net/tongilhouse/archive/ArchiveSrch.do?i_clsssub=3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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