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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시즌1) 첫 편집회의가 열리던 날

‘월간 문익환’이라는 이름으로 ― 백총

by 콘텐츠플러스 Feb 06. 2025

『월간 문익환』이란 제호를 정하고, 매달 월간지를 내자는 거창한 계획을 ‘모의’했지만, 모든 것이 불확실했다.


기본적으로 ‘봉사’는 선의에 기초할 뿐, 강제 수단이 없다. 원고가 펑크나도, 중도 포기자가 나와도 ‘대안’을 마련할 수 없다. 참가자 대부분 전문적으로 글을 쓰시는 분들도 아니다. 인쇄물을 만들려면 인쇄비 등 비용 문제가 대두하는데 이에 대해서도 전혀 대책이 없었다. 가장 걱정이 되는 건, ‘12번의 발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하는 것이었다. 봉사자들이 아무런 대가도 없이 이 힘든 작업을 완수할 수 있을까? 최악의 경우 나 혼자 남을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앞섰다. 


그때 지노에 이어 늦봄 아카이브에 합류한 에바가 큰 힘이 되어주었다. 『월간 문익환』 의미에 공감해 준 에바는 걱정을 토로하는 내게 “모두가 떠나가도 전 끝까지 남을게요”라고 다독여 주었다. 감사한 순간이었다. (12화 예고: 후에 에바는 이 말을 취소한다.)


문제는 해결하면 된다. 다행히 내 PC엔 인디자인이라는 편집 프로그램이 있었고, 무엇보다 그동안의 신문 제작 경험이 있기에 타블로이드판 제작에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했다.


인쇄를 할 것이냐 말 것이냐 논의가 분분했다. 비용 문제 탓이다. 난 인쇄물을 내자고 주장했다. ‘손에 쥘 수 있는 결과물’이 있어야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초기 인쇄비는 봉사자들끼리 자비로 충당했다. 적은 비용은 아니었지만 이를 ‘의미 있는 기부’라고 생각하고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기부’가 이어질 수 없으면 인터넷 출판(PDF)만으로 만족하려 했다.


큰 문제가 해결되자 『월간 문익환』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2022년 2월 22일. 한신대학원 수장고에서 드디어 첫 편집회의가 열렸다.


첫 주제는 <시인 문익환>.


각각의 발제를 기반으로 개인별 글쓰기 주제를 선정하고, 고정-연재 코너를 정했으며 필자를 정하고 편집의 원칙들을 공유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율’이었다. 누구도 무언가를 강제하지 않았고, “쓰다가 힘들면 중간에 만세 부르고 안 써도 된다”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줬다. (물론 24번이나 발행하는 동안 누구도 힘들어서 중간에 쓰다 만 사람은 없었다-놀라운 자율의 힘!).

 

대신 칭찬과 격려는 우리들의 힘이었다. 서로 간에 줄 수 있는 게 그것뿐이어서, 사소한 단어 하나에도 “표현이 멋지다”라며 아낌없이 박수와 찬사를 보냈다.


『월간 문익환』이 닻을 올린 날, 우리들의 회의 정경은 묵직한 부담을 가슴에 안고도 입가에 웃음꽃이 환하게 피어나는 다소 ‘이율배반적’인 모습이었다. 


돌이켜보면 24번의 『월간 문익환』이 발행되는 동안 우린 단 한 번 도 ‘웃음꽃’을 잃지 않았다. 누구든 언제든 떠날 수 있기에, 역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조심하고 격려하며 서로에게 큰 힘이 되었기 때문이다.



글쓴이_백총
전직 편집기자. 조직의 장이 되길 한사코 거부하는 I형 인간이지만, 조판을 해본 경험이 있다는 이유로 편집장을 떠맡았다. “안 해도 된다”라며 편하게 해 주는 척 하지만 알고 보니 원고 떠맡기기의 고수다.



● 아카이브에서 『월간 문익환』 기사 읽기 
https://archivecenter.net/tongilhouse/archive/CollectionGroupView.do?con_group_id=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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