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지금까지 우리는 대학서열 해소가 왜 필요한지와 어떻게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책의 내용을 읽은 사람들 중에는 ‘과연 이 방법이 실현될 가능성이 있겠나’, ‘너무 복잡하고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고 여긴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필자도 이 책에서 제시한 길이 쉬운 길이라고 말하지는 않겠다. 다만 길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대학서열 문제로 인해 우리나라 초중고 공교육이 얼마나 왜곡되고 있는지, 대학 교육이 제 길을 찾지 못해 얼마나 위태로운 상황에 있는지, 사교육비와 입시 경쟁이 얼마나 우리의 자녀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는지, 결국에는 교육 문제가 저출산 등으로 우리나라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얼마나 가로막고 있는지를 깊이 인식할수록, 좁은 길이라도 문제의 해결책을 찾게 될 것이고, 또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대학 네트워크 구성을 통한 대학서열 해소 방안의 최초 제안자라 할 수 있는 경상대 정진상 교수를 찾아 인터뷰한 적이 있다. 인터뷰에서 그는 “문제의 해결자는 교육 고통의 당사자인 고등학생들이라고 본다. 이 의제로 10만 명 정도의 어른이 모이면 고등학생들이 거리로 나올 것이다. 외국에서도 교육 제도의 개혁은 대부분 고등학생들이 주도했다. 학생들이 그냥 나오지는 못하고 어른들이 분위기를 조성해 주었을 때 나올 수 있다.”고 얘기했었다.
어쩌면 대학서열 해소를 통한 근본적인 교육 개혁은 혁명 수준의 사회적 움직임이 필요할 수 있다. 그만큼 현재의 교육 구조가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꼬여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한 시민들의 관심이 일어나고 그동안 있었던 여러 전문가들과 사회 단체들의 노력이 한 데로 모아지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변화된 교육 체제에 대한 꿈을 꾸는 것이다. 대학 진학 시기까지 사교육비를 안 써도 되는 나라, 초중고 학생들이 밤늦은 시간이고 방학 때까지 학원가를 맴돌지 않아도 되는 나라, 입학 성적에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원하는 대학에 가서 돈 걱정 없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나라를 우리도 만들 수 있다. 그 꿈은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유럽 여러 나라들의 아이들은 이미 그렇게 하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