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아들이 오래간만에 폐렴으로 아동병원에 입원을 했다.
초등학교 2학년쯤 되었으니 이젠 다인실도 거뜬하다.
오늘은 입원 4일 차.
외국인 부부와 4살 난 아들, 할머니와 4살 손자, 초등학교 4학년 여자아이와 집을 왔다 갔다 하시는
할머니, 그리고 우리 둘, 해서 4인실이었다.
지금 날씨는 쌀쌀한 초겨울인데 어느 국적인지 모를 외국인 부부가 새벽에 에어컨을 켜서 나도 감기에 걸린 것 빼고는 그냥저냥 버틸만했고, 4일 차 아침인 오늘 외국인 가족은 퇴원을 했다.
모두들 커튼을 치고 생활하여 누가 누군지 얼굴을 제대로 들여다본 적도 없고 쥐 죽은 듯이 고요하다.
그렇게 4일 차인 오늘 퇴원하는 줄만 알았다.
외래에 내려가 엑스레이를 찍었고 아직 폐렴끼가 남아 입원이 4일 연장되었음을 듣게 되었다.
4일 동안도 잘 버텼고, 남은 4일도 자신이 있었다.
외국인 부부가 떠난 빈자리에 베트남 여자와 두 살 베기 아들이 입원했다.
베트남 여자는 목소리가 컸다.
사람을 좋아하고 궁금해하는 것 같다.
외출했던 내가 병실로 돌아오자 말이 걸고 싶은 건지 나를 미친 듯이 바라봤지만
나는 너무 피곤해서 애써 모른척하며 눈길을 주지 않았다.
불안감이 채 가시지 않은 채 밤이 왔다.
2살 애기는 많이 아픈지 울어댔다.
아기의 울음소리야 다인실 들어오며 맘먹었던 부분이지만, 아기의 울음소리보다 더 컸던 건 아기엄마의 목소리였다. 아기를 달래는 게 아니고, 자기 자신에게 하는 소리 같았다.
아기가 보채기만 하면 아기가 보채기도 전에
“괜찮아 “
“조용~”
“그만~”을 남발했다.
아기는 알아들을 리 없고, 엄마의 목소리에 계속 잠을 깼다.
정말 참다 참다 한마디 하기 위해 커튼을 걷었다.
커튼을 걷자마자, 내가 말도 걸기 전에 아기엄마는 사과를 했다.
“미안합니다, 미안해요.”
그냥 말이하고 싶은 사람 같았다.
“저기요~ 아기 우는 거 괜찮으니 그냥 두세요, 엄마 목소리 때문에 자꾸 잠에서 깨요.”
그 후로는 소곤소곤 아기를 달랬지만,
한마디 하고 나니 나도 맘이 편치 않았다.
귀에 에어팟을 꽂아놓고, 마음이 편해지는 음악을 들었다.
다른 할머니도 커튼을 걷곤 한마디 하셨다.
에어팟 프로 2부터는 소리를 걸러낸다더니 정말 아무 소리 안 들리고, 음악만 들렸다.
마음이 편해지는 음악을 한 시간 정도 듣고 나니 귀에서 에어팟을 빼도 귓가에 음악이 맴돌았다.
여전히 아기엄마는 아기를 달래고 있었지만, 내 귓속엔 음악만 맴돌았고..
조금이라도 잘 수 있었다.
남은 4일이 자신있었던 내자신..너무 자만했었다.
다인실은 역시 쉽지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