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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작가 김동석 Apr 06. 2022

파도 타는 말랑물렁!

달콤시리즈 127

파도 타는 말랑물렁!



바람이 불고 파도가 높아지면 등대는 슬펐다.

하루 종일 말이 없지만

등대는 바다를 바라보며 찰나의 순간을 지켜봤다.


"태풍이야!

배들이 빨리 들어와야 할 텐데!"

바다에 나간 배들이

빨리 들어오길 바라는 등대는 고개를 내밀고 먼바다를 바라봤다.


"철수 아빠다!"

철수 아빠가 배를 몰고 오는 게 보였다.


"다행이야!

파도가 더 높아지면 위험한 데!"

등대는 아직 잔잔한 파도를 보며 안도했다.


"안녕!"
철수 아빠가 등대 가까이 오더니 인사했다.


"네!

고기는 많이 잡았어요?"

등대가 물었다.


"아니!

파도가 높아서 그냥 돌아오는 거야!"
철수 아빠는 날씨가 심상치 않자 집에 돌아오는 길이었다.


"잘했어요!"

등대는 고기 잡는 것보다 안전을 먼저 생각했다.


"영수 아빠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어요!"

등대가 걱정하며 하자


"알았어!

내가 전화할게"


"네!"

등대는 다행이었다.

철수 아빠가

영수 아빠에게 전화한다고 해서 걱정이 덜 되었다.


..


"이봐!

빨리 들어와."

철수 아빠가 영수 아빠에게 전화했다.


"뭐라고?

잘 안 들려!"

철수 아빠는 바람이 불고 높은 파도 소리에 잘 들리지 않았다.


"들어와!

태풍이 온다고 했어."

영수 아빠는 목소리를 높였다.

"뭐!

뭐가 온다고?"

철수 아빠는 그물을 당기면서 잘 들리지 않는 전화를 끊었다.


"날씨가 심상치 않아!"
철수 아빠도 그물을 걷어 돌아갈 생각이었다.


"바람이 거세다!"
등대는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심상치 않음을 알았다.


"저녁이 되기 전에 빨리 들어와야 하는 데!"
등대는 바다에 나간 배들이 모두 들어오길 바랬지만 들어오는 배는 보이지 않았다.


바다에는 어둠이 빨리 찾아왔다.

구름 때문에 수많은 별들이 하나도 안 보였다.


"바다에 별이 없어!

달도 보이지 않고!"
등대는 매일 밤마다 보던 달과 별들이 보이지 않자 걱정되었다.


"태풍이 와요!"

등대는 바다를 향해 크게 외쳤다.


"빨리!

돌아오세요."

등대는 강한 바람이 유난히 신경 쓰였다.

하지만

바다에 나간 배들이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


"불빛을 더 강하게 비춰야지!"

등대는 강한 불빛을 비추며 더 빠르게 등을 돌렸다.


..


"아니!

저 녀석들이!"

등대는 지붕 위에 올라와 앉아있는 고양이 두 마리를 봤다.


"빨리 내려 가!"

등대는 바람이 불고 파도가 치면 위험하기 때문에 고양이들에게 외쳤다.


"히히히!

우린 여기가 좋아요.

높은 파도가 오는지  보고 싶어요."

고양이 두 마리는 높은 파도를 타는 게 꿈이었다.


"안 돼!

높은 파도는 위험하다고!"

등대는 고양이들에게 더 크게 외쳤다.


"히히히!

걱정 마세요."
고양이들은 높은 파도가 오면 등대 지붕에서 뛰어내릴 생각이었다.

파도를 타고 바다로 나가고 싶었다.


"이 녀석들이!

바다에 빠지면 죽는다고!"

등대는 더 크게 외쳤다.

하지만

장난꾸러기 고양이들은 등대 말을 듣지 않았다.


"내려가!

내려가라고!"

등대는 몸을 흔들며 외쳤지만 고양이들은 내려가지 않았다.


"히히히!
아주 높은 파도가 빨리 오면 좋겠다!"

고양이

말랑이와 물렁이는 등대 말을 듣지 않았다.


"말랑말랑! 물렁물렁!

빨리 내려가라고!"

등대는 마지막으로 크게 외치더니 몸을 힘껏 흔들었다.

등대가 무너질 듯 흔들려도

고양이 두 마리는 좀처럼 내려가지 않았다.


"걱정 마세요!

우리는 높은 파도를 타고 바다에 갔다 올 테니까."

말랑이와 물렁이는 바닷가에서 파도가 치면 파도를 타며 놀았다.

태풍이 오는 날은 아주 높은 파도를 타고 먼바다에 나가 놀 때도 있었다.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는 말랑이와 물렁이를 마을 어부들이 구해올 때가 많았다.


"오늘은 바다에 아무도 없다고!"
등대도 말랑이와 물렁이가 가끔 파도를 타고 먼바다로 나가는 걸 알았다.

하지만

오늘은 태풍이 온다는 뉴스에 고기 잡는 어부들이 모두 집으로 들어와서 걱정되었다.


..


"온다!

높은 파도가 온다!"

말랑이와 물렁이는 높은 파도가 등대 지붕을 덮치자 몸을 던졌다.


"히히히!
어디까지 갈까?"

물렁이가 파도를 타고 말랑이에게 물었다.


"나도 몰라!

아무튼 이번 파도를 타고 멀리 가면 좋겠다."

말랑이는

언제나 바다 멀리 나가고 싶었다.


"좋아! 좋아!

파도가 가는 대로 따라가 보자!"
파도는 말랑이와 물렁이를 싣고 등대로부터 멀리 나아갔다.


"말랑! 물렁!"

등대는 파도에 휩쓸려가는 고양이들을 불렀다.

하지만

고양이들은 등대가 외치는 소릴 들을 수 없었다.


"이미!

너무 멀리 가버렸어."

자꾸만 멀어지는 고양이들을 보고 등대가 말했다.

고개를 쭉 내밀고

멀리 바다를 봤지만 고양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큰일이다!

이번 파도는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데."
등대는 강한 바람을 타고 밀려온 파도가 얼마나 위험한 지 알고 있었다.


"말랑아!

물렁아!"

등대는 고양이들을 불렀다.

목을 길게 내밀고 바다를 봤지만 고양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죽지만 말아다오!"

등대는 바다에 들어가 구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었다.

살아서 돌아오기를 바랄 뿐 등대가 할 일은 없었다.

그림 나오미 G



..


"철수야!"

해안가에 나온 철수를 등대가 불렀다.


"안녕하세요!"

철수는 등대가 부르면 항상 달려갔다.


"물렁이와 말랑이가 바다에 들어갔어!

아빠에게 가서 이야기해!"


"알았어요!"
철수는 집으로 달렸다.


"아빠!

물렁이와 말랑이가 바다에 빠졌대요!"

철수가 아빠에게 말했다.


"그 녀석들!

또 파도를 타고 들어갔군."
철수 아빠는 이미 알고 있었다.


"아빠!

고양이들이 죽지 않을까요?"


"걱정 마!

그 녀석들은 절대 죽지 않아."

철수 아빠는 말랑이와 물렁이가 얼마나 영리한 고양이들인지 알고 있었다.


"태풍이 온다고 하는데!"
철수는 고양이들이 걱정되었다.


"아빠!

영수 아빠에게 전화하세요."
아직 바다에서 돌아오지 않은 어부들에게 철수는 전화했으면 했다.


"소용없어!

파도가 잔잔해야 그 녀석들을 찾을 수 있어!"

철수 아빠는 높은 파도가 일 때는 절대로 바다에 나가지 않았다.

고양이들을 구한다고 높은 파도에 휩쓸리면 사람도 죽고 고양이도 죽을 수 있었다.


"아빠!

우리 마을 수호신 고양이들을 구해야죠!"

말랑이와 물렁이는 마을 수호신처럼 소중한 고양이었다.


"철수야!

죽고 사는 건 신의 뜻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라."

철수 아빠는 자연의 순리에 맞게 잘 적응하며 살았다.

아빠는 말랑이와 물렁이가

높은 파도를 타는 재미에 푹 빠진 걸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등대가

걱정하는 것도 알지만 고양이들은 언제나 살아 돌아왔다.


..


"히히히!

파도 타는 게 이렇게 재미있다니."

말랑이는 너무 좋았다.

강한 바람이 불고 높은 파도가 치면 칠수록 좋았다.


"물렁아!

저기 더 높은 파도가 온다!"
말랑이는 멀리 빌딩처럼 높은 파도가 오자 옮겨 탈 준비를 했다.


"좋아!

저 파도를 타고 등대까지 가볼까!"

물렁이도 가까이 다가오는 높은 파도를 탈 준비를 했다.


"조심해!"


"알았어!"

물렁이와 말랑이는 해안가로 향하는 높은 파도에 올라탔다.


"와!

해안가로 간다."

"저기!

등대 불빛이 보인다."
멀리 깜박거리는 등댓불이 보였다.


"우와!

하늘에 닿을 것 같아."

고양이들이 손을 뻗으면 하늘에 닿을 듯

파도는 해안가에 가까이 갈수록 더 높아졌다.


"와!

등대가 보인다!
정말 멀리 등대가 보였다.

아직도

등대는 고개를 쭈욱 내밀고 말랑이와 물렁이를 찾고 있었다.


"등대야!"

물렁이와 말랑이가 등대를 불렀다.

바람소리와 파도소리에 등대는 고양이들이 불러도 들리지 않았다.


"등대야!"


"여기야! 여기!"

고양이들이 계속 등대를 불렀지만 소용없었다.

강한 바람은 파도를 타는 고양이를 등대에게 보여주지 않았다.

파도 한가운데 숨겨둔 채 해안가로 몰아갔다.


"죽음의 공포를 모르는 녀석들이군!"

강한 바람은 무서운 파도를 즐겁게 타는 물렁이와 말랑이가 맘에 들지 않았다.


"해안 절벽에 강하게 부딪쳐야 정신을 차리겠지!"
강한 바람은 파도를 높은 절벽 쪽으로 몰아갔다.


"물렁아!

파도가 방향을 바꾸었어."
말랑이가 해안 절벽을 향하는 파도 방향을 보고 말했다.


"파도에서 뛰어내려야겠어!"
물렁이도 해안절벽에 파도가 부딪치면 죽을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빨리!

뛰어내려!"

말랑이가 말하며 높은 파도에서 뛰어내렸다.

물렁이도 파도가 절벽에 부딪치기 전에 다행히 바다로 뛰어내렸다.


'퍽! 퍽! 퍽!'

말랑이와 물렁이는 높은 파도가 해안 절벽에 부딪치는 소리를 들었다.

절벽에서 부서진 돌과 흙이 바닷물과 함께 떨어졌다.


"와!

절벽에 있는 바위를 부수다니!"
고양이들은 파도가 절벽에 부딪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파도를 탈 때는 파도가 무섭지 않았다.

그런데

절벽에 부딪치며 암벽을 부수는 걸 보니 파도가 무서웠다.


"세상에!
바위를 부수다니!"

말랑이는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파도가 저렇게 힘이 세다니!"

물렁이도 파도가 해안가에 도착하면 무서운 힘을 발휘한다는 걸 알았다.


..


"안녕!"

다음날 아침 말랑이와 물렁이는 등대를 찾았다.


"죽지 않았군!"

등대는 고양이들이 죽지 않아서 다행이다 싶었다.


"네!

이제 파도 안 탈 거예요."


"정말!

정말이지?"

등대가 물었다.


"네!

파도가 너무 무서운 것 같아요."

말랑이와 물렁이는 재미로 타던 파도가

해안 절벽을 부수는 걸 보고 다시는 파도를 타고 싶지 않았다.


등대는

고양이들이 파도를 안 탄다고 하니 마음이 놓였다.


"다시는 타지 마!"


"네!"

말랑이와 물렁이는 등대 지붕에 올라가 먼바다를 봤다.

등대와 약속한 뒤로

높은 파도가 오면 지붕에서 내려와 안전한 곳으로 피했다.


"말랑아!

걸레 줘 봐!"
물렁이는 등대 지붕으로 올라가 걸레를 달라고 했다.


"뭐 할 건데?"


"아무튼 줘 봐!"
물렁이는 걸레를 받아 들고 등댓불이 비추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얼룩진 등댓불을 닦기 시작했다.


"와!

밝아졌어."
말랑이가 등대 불빛을 보고 말했다.


"밝아졌지?"


"아주!

많이 밝아졌어."


"고마워!

말랑아!"
등대도 등불을 닦아주자 기분이 좋았다.


'통통통통! 통통통통!'

멀리서 통통배가 항구로 들어오고 있었다.

등대는 아주 밝은 빛으로 항구까지 길을 안내해줬다.

고양이들도 등대 지붕에 앉아 통통배 뒤로 이는 하얀 거품을 보고 있었다.


"등대야!

고마워!"

통통배 위에 서서 만수가 등대를 향해 외쳤다.

배를 몰고 바다에서 돌아오는 사람들은 모두 등대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고양이 두 마리가

등대를 대신해 손을 흔들었다.

멀리서 보면

등대가 손을 흔들어 주는 것 같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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