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화작가 김동석 Apr 07. 2022

가벼운 초대!

달콤시리즈 130

가벼운 초대!




소녀는 가벼운 것들을 좋아했다.

솜이나 깃털 같은 것들이 바람에 날리면 기분이 좋았다.


"오늘은 낙엽이 날리겠지!"

소녀는 바람이 부는 날 노란 은행잎이 날리는 것을 보면 행복했다.


"노란색이 좋아!"

학교에서 집에 오는 길에 소녀는 바람에 날리는 노란 은행잎을 따라 달렸다.


"멈춰!

멈추라고!"

소녀는 하늘 높이 나는 은행잎을 보고 소리쳤다.

하지만 노란 은행잎은 더 높이 날아갔다.



"할 수 없지!"

소녀는 높은 빌딩보다 더 높이 날아가는 노란 은행잎을 포기했다.


..


"안녕!"

빨간 단풍잎 하나가 소녀에게 인사했다.


"안녕!

아직도 천상으로 가지 않았구나!"

소녀는 단풍잎이나 은행잎이 바람에 날려 천상으로 가는 줄 알았다.



"난!

모퉁이 전봇대에 부딪치는 바람에 천상으로 갈 수 없었어!"

단풍잎도 친구들과 함께 천상으로 가고 싶었다.


"그랬구나!

너의 반쪽은 어디 있어?"

하고 소녀가 반쪽만 남은 빨간 단풍잎을 보고 물었다.


"전봇대 사이에 끼였어요!"

단풍잎은 쪼개진 반쪽과 함께 천상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포기했다.


"내가 찾아줄게!"

하고 말한 소녀가 빨간 단풍잎이 말한 전봇대로 갔다.


"세상에!

이렇게 갈기갈기 찢어졌구나!"

전봇대 쇠사슬에 박힌 빨간 단풍잎은 갈기갈기 찢어져 있었다.


"내가 집에 가서 실로 꿰매 올게!"

하고 말한 소녀는 전봇대 쇠사슬에서 빨간 단풍잎 조각들을 하나하나 모았다.


"가능할까요?"

빨간 단풍잎이 봐도 도저히 실로 꿰맬 수 없는 것 같았다.


"해봐야지!"

소녀는 빨간 단풍잎과 내일 만나기로 하고 집으로 향했다.


..


"노란 은행잎이다!"

다음날 학교에 가면서 소녀는 노란 단풍잎이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것을 봤다.


"안녕!"

노란 은행잎이 소녀를 보고 인사했다.


"천상으로 가는 거야!"

하고 소녀가 묻자


"응!

늦었지만 천상으로 갈 거야!"

하고 은행잎이 말하더니 바람을 타고 높이 날았다.


"노란 은행잎이 부탁이 있어!

소녀가 하늘 높이 나는 노란 은행잎을 불렀다.


"뭔데!"

은행잎이 소녀에게 물었다.


"빨간 단풍잎이 아직 천상에 올라가지 못했어!

그러니까 노란 은행잎이 빨간 단풍잎이랑 같이 가면 안 될까?"

하고 소녀가 부탁했다.


"빨간 단풍잎은 어디 있는데?"

하고 은행잎이 물었다.


"저기!

전봇대 옆에 앉아있어!"

하고 소녀가 대답하자

노란 은행잎이 바람을 타고 내려왔다.


..

"안녕!

잎이 찢어졌구나!"

노란 은행잎이 빨간 단풍잎을 보고 말했다.


"응!

하늘 높이 날다 전봇대에 끼여서 잎이 이렇게 엉망이 되었어."

빨간 단풍잎은 노란 은행잎에게 말했다.


"저기 오는 소녀가 이렇게 실로 꿰매 주었어!"

하고 빨간 단풍잎이 말하자


"그랬구나!

내가 손을 꼭 잡아줄게.

그러면 바람을 타고 천상으로 갈 수 있을 거야!"

하고 말하더니 노란 은행잎이 빨간 단풍잎 손을 잡았다.


"부탁해!"

빨간 단풍잎이 말하자


"걱정 마!"

노란 단풍잎은 빨간 단풍잎을 손잡고 하늘 높이 날았다.


"소녀야!

정말 고마워!"

빨간 단풍잎은 멀리 소녀를 보고 인사했다.


"잘 가!"

소녀는 노란 은행잎 도움으로 하늘 높이 날 수 있는 빨간 단풍잎이 자랑스러웠다.


..


"잘 도착했을까!"

소녀는 갈기갈기 찢어진 몸을 이끌고 하늘 높이 날아간 빨간 단풍잎이 궁금했다.


"딸! 편지 왔다."

빨간 우체통에서 편지를 들고 와 딸에게 주었다.


"네!"

하고 대답한 소녀는 누가 보냈을까 궁금했다.


"누굴까?"

엄마에게 편지를 받은 소녀는 방에 들어와 편지봉투를 뜯었다.




그림 나오미 G




<고마운 소녀에게>


안녕!

빨간 단풍잎이야.

찢어진 반쪽 단풍잎을 잘 꿰매 줘서 천상에 잘 도착했어!

건강하게

학교에는 잘 다니고 있지?


오늘 천상에서

찢어진 단풍잎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감동을 준 이야기로 선정되었어.

천상에서는

찢어진 빨간 단풍잎을 꿰매 준 소녀를 초대하기로 했어.

그래서 편지를 보낸 거야!


소녀야!

천상에 오면 내가 잘 안내해줄게!

천상으로 여행 왔으면 좋겠어.


올 때는

바람을 타고 올 거야.

나와

노란 은행잎을 태운 바람이 널 데리러 갈 거야!

천상에 오면

빨간 단풍잎과 노란 은행잎이 정거장에 나가 있을 거야!


건강하게 잘 지내고

천상에 오면 만나자!


빨간 단풍잎이!!



..


"엄마!

다녀올게요."

소녀는 엄마에게 인사하고 바람에 올라탔다.


"조심해!"

엄마는 믿을 수 없었지만 딸이 고집부리니까 어쩔 수 없이 천상에 가는 것을 허락했다.



"내가 천상에 여행을 가다니!"

소녀는 바람을 타고 천상으로 가면서도 믿어지지 않았다.


"반갑습니다!

천상까지 잘 모시겠습니다."

소녀를 태운 바람이 인사하더니 하늘 높이 날았다.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소녀는 하늘 높이 날아가면서도 무섭지 않았다.

가슴속으로

천상에서 만날 빨간 단풍잎과 노란 은행잎을 생각했다.






-끝-

매거진의 이전글 파도 타는 말랑물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