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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작가 김동석 Apr 06. 2022

생각 좀 하고 살아!

달콤시리즈 126

생각 좀 하고 살아!





"제발!

하루에 한 번씩만 생각해봐!"

엄마가 아들에게 매일 하는 잔소리였다.


정수는 엄마 잔소리를 들으면서도 무엇이든 쉽게 생각하고 행동했다.

엄마 잔소리 듣기 싫어서 학교에서 와도 집 밖에서 놀다 늦게 들어갔다.


"정수야!

거기서 뭐하냐?"

마을 아저씨가 울타리 밑에서 놀고 있는 정수를 발견하고 물었다.


"지렁이 잡아요!"

정수는 잡지도 않는 지렁이를 핑계 대며 말했다.


"지렁이 잡아서 팔려고!"

마을 아저씨는 뜨거운 햇볕을 쬐며 지렁이 잡는 정수가 걱정되었다.


"아니요!

낚시할 때 쓰려고요."

하고 대답한 정수는 나뭇가지로 땅을 이리저리 팠다.


"학교 다녀왔습니다!"

정수는 마을 아저씨가 보이지 않자 집으로 들어갔다.


"왜 이렇게 늦었어!"

엄마가 마당에서 빨래를 널며 물었다.


"숙제하고 왔어요!"

정수가 대답하자


"또 숙제 안 해갔구나!"

엄마는 집에서 공부 안 하는 아들에게 잔소리했지만 정수는 숙제를 잘해가지 않았다.


"내일 숙제하고 왔거든요!"

정수는 정말 내일 할 숙제를 하고 왔다.

물론 집 밖에서 놀다 늦게 집에 들어오긴 했지만 학교에서 내일 검사 맡을 숙제는 하고 왔다.


"숙제는 무슨!

빨리 씻고 들어 가!"

엄마는 아들이 하는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정말 숙게 하고 왔다니까요!"

정수는 억울해서 엄마를 보고 크게 말했다.


"집에서도 안 하는 녀석이

뭐!

학교에서 공부하고 왔다고?"

엄마는 아들을 믿을 수 없었다.


"알았어요!

알았다고요!"

엄마 잔소리에 

정수는 짜증이 났어요.


엄마는 

정수가 하는 말을 믿고 싶었다.

하지만

집에서 공부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엄마가 

아들을 믿기에는 많이 부족했다.


"제발!

생각 좀 하고 살아!"

엄마는 저녁을 먹으면서 또 아들에게 말했다.


"알았어요!"

정수는 엄마가 하는 잔소리를 또 듣기 싫어서 대답했다.


"하루에 한 번씩!

내가 할 일을 생각해 보고

하루에 한 번씩 

내가 할 일을 생각해 봐!

그러면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날 거야!"

엄마는 아들이 밥 먹는 모습을 보면서 또 잔소리했다.


"엄마!

알겠어요.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행동할게요!"

정수가 하는 말에는 짜증이 섞여 있었다.


"널 위해서 하는 잔소리야!"

아빠가 밥을 먹으면서 엄마를 거들었다.


"네!

생각하며 신중하게 행동할게요."

하고 대답한 정수는 밥맛이 뚝 떨어졌다.


"나는 생각하는 갈대다!"

학교에서 배운 팡세가 생각났다.


"나는 사유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하고 말한 데카르트도 생각났다.


정수는 

사유해야 존재하는지 

존재하므로 사유하는지 알 수 없었다.

생각이라는 

틀 안에 갇혀 살면서도 엄마 잔소리 듣는 게 짜증 났다.


"제발!

생각 좀 하고 살아!"

하고 말한 엄마 잔소리가 정수 뇌 속에서 자꾸만 들렸다.


"엄마는 팡세나 데카르트를 알고 하는 말일까?

초등학교도 다니지 않았다고 하는 데 어떻게 알았을까?"

정수는 엄마 잔소리가 팡세나 데카르트가 하는 말 같았다.


"아무튼!

엄마는 아빠보다 똑똑해."

정수는 엄마 잔소리를 들을 때마다 생각했다.

또 엄마 편을 드는 아빠가 미울 때도 있었다.




그림 나오미 G



"생각을 바꾸자!"

정수는 학교에서 숙제하던 것을 포기하고 집으로 향했다.


"엄마 보는 곳에서 숙제를 해야 잔소리 안 하겠지!"

정수는 엄마가 보는 앞에서 공부하면 잔소리 듣지 않을 것 같았다.


"웬일이니!

공부를 다하고!"

마루에 누워 숙제 하는 아들을 보고 엄마가 말했다.


"생각을 바꾸기로 했어요!"

하고 정수가 대답하자


"작심삼일(作心三日)  아니겠지!"

엄마는 웃으면서 말했다.


"네!"

정수는 대답을 하고도 

엄마가 또 무슨 잔소리를 할까 걱정했다.


"엄마도 학교 다니고 싶다!"

학교 문턱에도 가보지 못한 엄마는 가끔 학교에 다니고 싶었다.


"지금이라도 다니면 되잖아요!"

하고 정수가 말하자


"농사는 누가 짓고!"

하고 엄마가 말했다.


"아빠가 하면 되죠!

나도 열심히 도와줄게요!"

하고 정수가 말하자


"학비는 누가 대주고!"

엄마는 가족이 죽도록 일해도 밥 먹고 살기 힘든데 학교 가도 학비가 걱정이었다.


"내가 돈 벌어 내줄게요!"

정수는 엄마가 학교 다니면 돈을 벌어 엄마 학비를 내줄 생각이었다.


"아이고!

아들이 학비 내준다니 학교에 등록해야겠다."

엄마는 아들이 하는 말이지만 기분이 좋았다.


"당신!

아들이랑 농사짓고 열심히 돈 버세요.

나는 학교에 다녀야 하니!"

하고 엄마가 저녁을 먹으면서 말하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하고 아빠가 밥 먹다 말고 말했다.


"아니!

아들이 돈 벌어 학비 내준다고 했어요."

하고 엄마가 웃으면서 말하자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집어치워!"

하고 아빠가 말했다.


"호호호!

당신 내가 학교 간다니까 걱정돼요."

하고 엄마가 말하자


"이 마누라가 실성을 한 것 아냐!"

하고 말한 아빠가 눈을 크게 뜨고 엄마를 쳐다봤다.


"아빠!

엄마 학교 보내줘요."

아들이 아빠에게 말하자


"너나

열심히 공부해!"

하고 아빠가 말했다.


"아이고!

학교 가면 난리 나겠다."

하고 엄마가 말하더니 숟가락을 내려놓고 부엌으로 나갔다.


정수는 

학교 가는 길에 많은 생각을 했다.


"엄마를 학교에 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수는 엄마 소원을 들어주고 싶었다.


"엄마들이 다니는 학교를 만들어야겠다!"

정수는 나이 많은 엄마들을 위해 

엄마학교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엄마학교!

내가 만들어야겠다."

정수는 정말 엄마학교를 만들고 싶었다.


"엄마학교!  

할머니 학교!

아빠학교!  

할아버지 학교!

좋아! 좋아!

내가 커서 이런 학교를 만들어야겠다."

정수는 오랜만에 기분이 좋았다.


"정수야!"

학교 가는 길에 만식이가 불렀다.


"안녕!"

정수도 만식이를 만나서 학교 가는 길이 즐거웠다.


"만식아!

엄마학교! 

만들고 싶은 데 어떻게 생각해?"

하고 정수가 묻자


"엄마학교!

우리 엄마도 학교 다닐 수 있어?"

하고 만식이가 물었다.

만식이 엄마도 학교 문턱에도 가보지 않았다.


"당연하지!

엄마들이 어렸을 때 가난해서 초등학교도 가지 못했어!"

하고 정수가 말하자


"아니야!

우리 엄마는 부잣집인데도 여자라고 학교에 보내지 않았데!"

하고 만식이가 말했다.


"여자라고!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니 이건 차별인데!"

하고 정수가 말하자


"맞아!

남녀 차별이 심한 것 같아."

하고 만식이가 말했다.


정수는 

엄마가 학교에 가지 못한 이유가 가난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만식이 이야기를 듣고 

여자라는 이유로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는 것도 새롭게 알았다.


"엄마!

조금만 기다리세요.

제가

엄마학교를 세울 테니까!"

정수는 학교에서 돌아온 뒤 장독대 항아리를 닦고 있는 엄마에게 말했다.


"좋지!

그런데 

엄마 죽기 전에 만들어야 학교를 다니지!"

엄마도 싫지 않았다.


"알겠어요!"

하고 정수는 대답은 했지만 앞이 캄캄했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하면 되겠지.

남들보다 

더 생각하고 노력하면 가능하겠지!"

하고 정수는 생각했다.


정수는 열심히 공부했다.

엄마 말처럼 

한 번 더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다.

엄마학교를 세우면 

제일 먼저 엄마를 학교에 입학시킬 생각이다.


요즘!

정수는 학교 가는 게 재미있었다.

또 생각하고 생각하는 게 즐거웠다.

엄마도 

달라진 아들을 보고 잔소리하지 않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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