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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은 곧 희망! **

상상에 빠진 동화 0325

by 동화작가 김동석

빛은 곧 희망!



천상에서

불을 훔친 타조가 숨어 들어간 숲길에 꽃이 만개했다.

신들은 타조를 찾아야 했다.

인간에게 가져다준 불을 되찾아야 했고 타조를 혼내줘야 했다.


타조가 불을 훔쳐간 천상은 어둠이 지배했다.

세상을 지배하는 신들도 빛이 없는 곳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불을 찾아와야 해!"
신들은 타조가 훔쳐간 불을 찾아와야만 했다.

어둠의 나라에서는 살 수 없었다.


"다시는 날지 못하게 해!"

신들은 타조가 다시는 날 수 없게 만들었다.

또다시 불을 빼앗기지 않기 위함이었다.


"불을 찾고 타조 날개를 꺾지 못하면 돌아올 생각 마!"

천상을 지배하는 신들의 제왕 말을 들은 선택받은 신들은 지상으로 내려갈 준비를 했다.


"타조를 찾을 수 있을까!"

천상의 신들은 타조가 빼앗아간 불을 찾기 위해 지상에 내려왔다.


"이봐!

불을 훔쳐온 타조가 어디 있지?"

신들은 만나는 사람마다 타조에 대해 물었다.


"타조!

여긴 없어요."


"그럼!

어디로 가면 찾을 수 있을까."


"타조!

타조는 들판 어딘가에 있을 텐데."

인간은 불을 훔쳐다 준 타조를 보호하고 싶었다.


"신이시여!

타조가 날지 못하면 천상도 어둠이 지배할 겁니다."

인간은 불을 훔쳐다 준 타조가 하늘을 날지 못하는 것만은 막고 싶었다.


"무슨 소리!

천상엔 불만 있으면 영원히 밝은 세상이니 걱정 마!"

신들은 인간의 간절한 소망을 들어주지 않았다.


"타조를 꼭꼭 숨겨야 해!

절대로 신들이 타조를 찾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인간은 천상의 신들이 타조를 날지 못하게 하는 것만은 막아야 했다.


"신이시여!

불을 돌려드리겠습니다."

인간은 불을 이곳저곳에 붙이고 난 뒤 광장에 있는 불 앞으로 신들을 모시고 갔다.


"죽지 않으려면 불을 내놔야지!"
광장에 있는 불을 본 신들은 불을 가져갈 준비를 했다.


"타조만 찾아서 날개를 부러뜨리면 된다!"
신들은 불을 가슴에 안고 들판으로 나갔다.

들판 어딘가에 숨어있을 타조를 찾았다.

천상 어둠의 정원에 모여 있던 신들도 불을 찾았다는 소식을 듣고 좋아했다.


"호수 옆으로 가면 갈대밭이 있어!

그곳에 타조가 숨어있으니까 찾아봐."

천상에서 지상을 내려다보던 신의 제왕이 지상에 있는 신들에게 말했다.


"호수가 있는 곳으로 가자!"

지상에 내려온 신들은 모두 갈대숲이 있는 호숫가로 달렸다.


"막아야 해!"

인간은 타조가 더 멀리 도망갈 수 있도록 도왔다.

신들이 몰려오는 것을 본 인간은 호수로 가는 길목을 막았다.

그 사이 타조는 들판으로 달렸다.


"죽지 않으려면 비켜!"
신들은 길을 막는 인간을 해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인간은 꼼짝하지 않았다.


"길을 비키지 않으면 죽음을 각오해야 할 것이야!"
신들의 제일 앞에선 신이 인간들을 향해 외쳤다.


"타조는 죄가 없어요!"

인간도 타조를 보호하려고 했다.


"타조는 신들의 정원에 있는 불을 훔쳤다!"


"불을 돌려주었잖아요!"

인간은 여러 군데 피운 불 가운데 들판 한가운데 있는 불을 신들에게 주었다.


"불을 돌려받았지만 타조에게 내린 벌도 집행해야 된다!"
신들은 천상에서 받은 명령을 집행할 뿐 어떤 도리가 없었다.


"안됩니다!

타조는 호기심에 불을 훔쳐왔지만 날지 못하게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벌입니다."

인간은 은혜를 입은 타조가 절대로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모두 비켜!

비키지 않으면 신들의 노여움을 모두 받게 될 거야."


"벌을 받아도 좋아요!

우린 절대로 길을 비킬 수 없어요."

인간은 타조를 보호하기 위해 어깨동무를 하고 모두 물러서지 않았다.


어둠의 정원에 신들이 모였다.

지상으로 내려간 신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왜 이렇게 늦는 거야?"

어둠의 정원에 모인 신들은 화가 났다.

지상으로 내려간 신들이 빨리 돌아오지 않은 탓도 있지만 타조를 찾지 못했다는 소식에 화가 났다.


"저기!

들판 한가운데 달리고 있잖아."
천상에서 내려다본 지상에 타조가 신나게 달리고 있었다.

하늘 높이 날면 지상에 내려온 신들이 찾아낼까 봐 고개를 숙이고 달리고 달렸다.


"저기!

새까만 게 타조란 말이야."

어둠의 정원에 있던 신들이 고개를 내밀고 지상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안 되겠다!"

신들을 지배하는 제왕은 천상에서 타조에게 형벌을 가할 생각을 했다.


"마왕!

신들의 제왕은 어둠의 마왕을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마왕은 어둠의 정원에 있는 신들의 제왕 앞에 무릎을 꿇었다.


"저기!

불을 훔쳐간 타조를 날지 못하게 하시요."
신들의 제왕은 어둠의 마왕에게 명령했다.


"알겠습니다!"

어둠의 마왕은 지상을 내려다보고 들판을 달리는 타조를 봤다.


"수리수리 마하수리!

타조는 영원히 날지 못할 것이다."

어둠의 마왕의 기도가 끝나자 천상에서 큰 번개가 치더니 지상에 있는 타조를 향해 날아갔다.


"타조야!

조심해."

인간은 천상에서 날아오는 번개를 봤다.

지상에 내려온 신들도 천상에서 날아오는 번개를 봤다.


"도망쳐!"

인간은 타조를 향하는 번개를 보고 크게 외쳤다.

타조도 번개를 피하기 위해 더 열심히 뛰었다.


"으아악!"

타조는 번개를 맞고 들판에 쓰러졌다.

양쪽 어깨 부위의 털이 타들어가며 연기를 내뿜었다.


"타조!

타조가 다쳤다."
인간은 신들을 밀치고 쓰러진 타조를 향해 달렸다.


"날개가 부러졌다!

이제는 하늘을 날 수 없을 거야."

지상에 내려온 신들은 타조 날개가 불에 타는 걸 보고 모두 천상으로 올라갔다.


"조심해!

불이 꺼지면 안 되니까."

신들은 불이 꺼지지 않도록 천천히 천상으로 날았다.




그림 나오미 G



불길에 휩싸인 타조를 구했다.

목숨에는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하늘을 날 수 없을 것 같았다.


"바보!

바보들.

불을 가져간 줄 알 거야!"

인간은 숨겨둔 불을 쳐다보며 말했다.


"타조!

타조를 잘 치료하시오."

불에 탄 타조를 데려온 사람들은 의사에게 타조를 맡겼다.


"걱정 마세요!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 겁니다."

의사는 날개가 다 타버린 타조를 살리기 위해 온 정성을 쏟았다.


"신들이 못된 짓을 하다니!"
타조를 치료하던 의사는 날개가 심각하게 부서진 것을 보고 말했다.


"날 수 없겠어!

날개는 펼칠 수 있겠지만 다시는 하늘을 날지 못하겠어."


"날지 못하면 어떡해요?"

눈물 흘리며 타조가 물었다.


"살아있는 것만도 기적이야!"

의사들은 타조가 번개를 맞고도 살아있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날 수 없어도 좋아요!"

타조도 천상에는 두 번 다시 가고 싶지 않았다.


"불은 훔쳐왔으니!

이제 제 역할은 했잖아요."

타조는 수술실을 밝히고 있는 불빛을 보고 흐뭇했다.


"불빛이 없으면 수술도 불가능 하지!"

의사들은 타조가 인간에게 얼마나 큰 선물을 했는지 알았다.


"빛은 곧 희망이야!

꿈과 희망을 이루기 위해선 빛이 있어야 해.

절대로

불을 신에게 빼앗기면 안 돼!"

인간은 지상에 불을 가져다준 타조를 존경했다.

불을 훔쳐온 뒤로 인간의 삶은 새로운 변화를 맞이했다.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다니!"

인간은 생고기를 먹었던 식생활이 익혀먹는 식생활로 변했다.


"고기가 더 맛있어!"

불에 익힌 고기는 정말 맛있었다.

불맛이 고기에서 향긋하게 났다.


"모든 것을 불에 구워 먹거나 익혀 먹으면 된다.

그러면 우리는 질병도 걸리지 않을 거야."

인간은 천상에서 볼 수 없는 곳에 불을 숨겨놓고 사용했다.


천상에서

지상을 내려다보면 반짝이는 게 보였다.

별똥별처럼 깜빡 거리며 움직였다.


"저게 뭐지?"

천상에서 지상을 내려다보던 신이 물었다.


"연기가 모락모락 나다니!"


"그렇지!

저건 분명히 불을 사용한다는 거야!"


"맞습니다!

분명히 인간이 불을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모두!

천상의 정원에 모이라고 해."

신들의 제왕은 타조가 훔쳐간 불을 다 가져오지 않은 것 같았다.


"인간이 불을 사용하다니!"

신들의 제왕은

오직

신들만 사용할 줄 알았던 불을 인간이 사용하는 것을 보고 화가 났다.


"용서할 수 없어!

지상에 모든 불을 다 찾아와야 해."

신들의 제왕은 지상으로 다시 신들을 내려보낼 계획이었다.


"마왕도 불러와!"

신들의 제왕은 어둠의 정원을 지배하는 마왕을 불렀다.


"어찌하면 되겠는가?"

신들의 제왕은 마왕에게 물었다.


"지상을 모두 태워버리죠!"

어둠의 마왕은 지상에 불을 지르고 싶었다.

인간도 동물도 모두 태워버리고 싶었다.

특히 천상에서 불을 훔쳐간 타조가 불에 타 죽어가는 걸 보고 싶었다.


"마왕!

지상에 불을 지르면 천상은 어떻게 되는가?"

신들의 제왕은 지상이 훨훨 불에 타면 천상에도 문제가 생길 것을 염려했다.


"히히히!

천상도 불바다가 될 겁니다."

어둠의 마왕은 천상이 다 타버리면 어둠의 정원이 넓어질 것 같아 좋았다.


"천상이 불에 타면 안 되지!"
신들의 제왕은 지상을 불 질러 버리고 싶었지만 천상까지 옮겨 붙을 불 때문에 포기했다.


"모두!

지상에 내려가 불을 가져와라."

신들의 제왕은 천상에 있는 모든 신들을 지상으로 내려보냈다.


"타조!

그 녀석 때문에 또 지상으로 가다니."
신들은 더럽고 지저분한 지상으로 가고 싶지 않았다.

특히 환경이 오염되고 쓰레기가 가득한 지상에 다시 가는 건 너무 싫었다.


"타조를 찾아 죽여야지!"

못된 별명을 가진 신은 지상에 불보다 타조를 찾아 죽이고 싶었다.


"모두!

굴뚝에서 연기가 나는 곳마다 찾아다니며 불을 찾아와라."

신들의 제왕은 마지막 명령을 내렸다.

모든 신들이 지상을 향해 날아갔다.


상에 내려온 신들은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불씨를 빼앗았다.

하지만

불씨를 빼앗긴 사람들은 이웃집에서 불씨를 얻어올 수 있었다.


"이봐!

불씨를 이곳저곳에 숨겨야 해."

인간은 천상에서 내려다보는 신들이 또 불을 찾으러 올까 봐 불씨를 여러 곳에 숨겼다.


"맞아!

나도 여러 곳에 불씨를 숨겨 놨어."

인간은 지혜롭게 불씨를 나눠 여러 곳에 숨겨 놓았다.


"신들이야!"

천상에서 날아온 신들은 집집마다 다니며 불씨를 찾아냈다.

신들은 모든 불씨를 모아 천상으로 가져갔다.


"히히히!

바보들이야.

우리가 얼마나 지혜로운 데!"

인간은 신들이 가져간 불빛이 없어도 또 다른 아궁이나 창고에 불씨가 있었다.


"웃기고 있어!

신들만 쓰는 불이라고.

인간도 좀 써야겠어!"

지혜로운 인간은 신들이 불을 지키려고 한 이유를 알았다.


불은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해 주었다.

여름에는 고기나 생선을 익혀먹을 수 있어서 아프지 않고 좋았다.

아픈 곳을 치료할 수도 있어서 질병에 약한 인간에게는 가장 소중한 불이었다.


"타조!

우린 천상을 지키는 신보다 타조를 신처럼 모셔야 해."

인간은 불을 훔쳐온 타조를 극진히 모셨다.


"타조!

신들의 나라에서 불을 훔쳐다 인간에게 준 타조!

하늘을 날지 못하게 신들은 타조 날개를 부러뜨렸지!

타조야!

불을 훔쳐다 준 타조야!

우리가 지켜주고 사랑해 줄게!"
인간은 타조만 보면 노래를 불렀다.


"하늘을 날지 못해도 좋아!

나는 천상을 봤잖아.

날개를 가진 새 중에서 내가 가장 멀리 날았을 거야!"
의사들의 도움을 받아 목숨을 건진 타조도 인간들을 좋아했다.


타조는 하루 종일 들판을 달렸다.

날지 못해서 가끔 새들이 흉봤지만 인간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저것이 사람들의 안방까지 차지하다니!"

부엉이는 타조와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게 맘에 들지 않았다.


"신들은 뭐 하는 거야!

타조가 저렇게 살아있는데 잡아가던지 죽이지."

부엉이는 새 중에 가장 등치가 큰 타조를 보면 화가 났다.


"저 녀석이 불만 훔쳐오지 않았어도 인간의 사랑을 내가 독차지할 수 있었는데!"

부엉이는

그동안 재물복을 가져다준다며 인간의 사랑을 받았었다.

불을 훔쳐와

인간에게 준 타조는

인간의 삶이 변하면서 인간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나도 천상에 가야겠어!"

부엉이는 천상에 가서 불을 훔쳐올 생각을 했다.


"저 녀석에게 물어봐야지!"
부엉이는 언젠가 타조에게 천상으로 가는 길을 물어볼 생각이었다.


"불을 훔쳐와야 인간들이 날 다시 사랑할 거야!"

부엉이는 타조에게 인간의 사랑을 빼앗긴 게 화가 났다.

가끔 화를 풀기 위해 들판 친구들을 잡아 죽였다.

배고플 때만 사냥하던 부엉이는 배고프지 않아도 사냥했다.


들판이 온통

동물들의 사체가 널려 있었다.


"누구 짓이야?"

인간은 들판에 수많은 사체를 보고 물었다.


"아마!

천상에서 신들이 내려와 화풀이를 한 것 아닐까?"


"아니야!

이건 타조가 한 짓을 거야."

부엉이가 큰 소나무 가지에 앉아 인간이 들으라고 말했다.


"뭐라고!

타조가 한 짓이라고?"


"그래!"


"봤어!

타조가 죽이는 것 봤냐고?"

어린 소녀가 부엉이에게 물었다.


"음!

보진 않았지만 타조가 분명해."

부엉이는 작은 목소리로 소녀에게 말했다.


"부 엉아!

얼굴에 질투가 가득 보인다."

소녀가 말하자


"뭐라고!

내 얼굴에 질투가 있다고."


"그래!

인간의 사랑을 빼앗긴 부엉이 얼굴이 너무 불쌍하게 보여."

소녀는 들판 친구들이 듣도록 크게 말했다.


"거짓말!

난 아무 짓도 안 했어."

부엉이는 큰 소리로 외치더니 멀리 날아갔다.


"맞아요!

부엉이가 다 죽였어요."

들판에서 밤새 지켜보던 할미꽃이 소녀에게 말했다.


"그렇죠!

부엉이 짓일 줄 알았어요."

소녀는 들판에 가득한 사체를 하나하나 찾아 땅을 파고 묻어 주었다.


타조는 인간의 사랑을 받으며 하루하루 즐겁게 살았다.

가끔 달리면서 날개를 펼쳤지만 하늘을 날지 못했다.


"날면 안 돼!"

천상에서 신들도 하늘을 날지 못하는 타조를 보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날 지 못하면 달리면 되지!"

타조는 날지 못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나는 것보다 더 빨리 달리면 천상에 닿을 수 있다고 믿었다.

타조는 들판에서 달리고 달렸다.

누구도 타조를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빨리 달렸다.


"번개보다 더 빠르다!"

인간은 타조가 달리는 것을 봤다.

세상에 타조보다 더 빨리 달리는 동물은 찾아볼 수 없었다.


타조는

하늘을 날고 싶었다.

하지만

천상에서 불을 훔쳐온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았다.


들판을

달리는 타조가 있었다.

타조는

더 빨리 달리려고 노력했다.


"날고 싶지!

세상에서 가장 멀리 날던 타조야."

새들이 속삭였다.


타조는 말이 없었다.

달리고 또 달렸다.

지구 끝까지 달릴 것 같았다.

아니

천상까지 날았던 길을 기억하고 달려갈 것 같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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