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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될 거야!

유혹에 빠진 동화 218

by 동화작가 김동석

별이 될 거야!



겨울의 끝자락!

마지막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것 같았다.

어제부터

설날 연휴가 시작되었다.


“나비라니!”

설날 아침 뒷산에 올라 나비를 보았다.

손녀가 뒤를 따랐다.


추운 날씨인데도

나비는 숲 속 이곳저곳을 날아다녔다.


“나비야!

봄은 오는 거야?”

하고 물었다.


나비의 대답도 듣지 않았는데

나비가 앉은 진달래 나뭇가지에 꽃망울이 부풀어 올라 있었다.


“나비야!

봄이 왔다는 것을 그리 말하는구나.”

나비를 한참 지켜봤다.


“다연아!

여기 나비가 있다.”

할아버지는 나비를 보고 있다 숲 속으로 들어오는 손녀를 보고 외쳤다.


“할아버지!”

손녀는 숲길이 무섭지도 않은 지 나뭇가지를 피해 가며 할아버지에게 다가왔다.


“할아버지!

나비가 어디 있어요?”

하고 손녀가 물었다.


“벌써!

날아갔지.”

하고 할아버지가 말하자


“거짓말!

추운 겨울인데 나비가 어디 있어요.”

하고 손녀가 말했다.


“저기!

저기 있다.”


“어디?”

할아버지 말을 듣고 손녀는 눈을 크게 뜨고 숲 속에서 나비를 찾았다.


“저기 있다!”

하고 외치더니 손녀는 나비를 쫓았다.


“나비 잡고 싶다!”

손녀는 나비를 따라가며 말했다.


“나비가 널 잡겠다!”

하고 할아버지가 말하자


“할아버지!

나비 잡아주세요.”

하고 손녀가 말했다.


“무슨 소리야!

나비는 눈으로 보라고 있는 거야.”

할아버지는 나비를 잡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잡고 싶어요!”

손녀는 포기하지 않고 나비가 있는 곳으로 갔다.


“아파!”

손녀는 나뭇가지가 얼굴을 때리자 아픈지 외쳤다.


“조심해야지!

나무들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침입자에게 위협을 가하니까.”

할아버지는 숲 속을 거닐며 나무들이 살아있음을 항상 느꼈다.


숲 속을 걷던

할아버지가 잠시 멈춰 섰다.


“다연아!

나무 그림자가 예쁘지.”

할아버지는 햇볕과 나뭇가지가 그린 그림자를 보고 손녀에게 말했다.


“네!

멋져요.”

손녀가 보기에도 나뭇가지가 예뻤다.


“나무들이 말하는 것 같지?”


“네!

이 숲 속의 왕은 나야!.

하고 말하는 것 같아요.”

손녀도 주변에서 가장 크고 멋진 나무를 보고 말했다.


“이 숲 속에서는 분명히 대왕 나무일 거야!”

할아버지도 범상치 않은 나무를 보고 말했다.


“할아버지!

나무들은 추운 겨울에 무슨 이야기를 하며 지낼까요?”


“글쎄!

눈 오는 겨울 풍경이나 밤하늘의 별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눈 오는 것을 좋아할까요?”


“당연하지!

겨울 하면 눈을 빼놓을 수 없으니.”


“할아버지!

나무가 사람보다 더 눈을 좋아할까요?”

손녀는 나무가 눈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궁금했다.


“아마도 그럴 거야!”


나무는 눈이 오면 좋았다.

가지에 쌓인 눈이 바람에 날리는 것을 보면 나뭇가지가 마법을 부리는 것 같아서 좋았다.


“할아버지!

나무들은 밤하늘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요?”

손녀는 또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천 년을 산 후 별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겠지!”


“나무가 별이 될 수 있어요?”

손녀는 나무가 별이 된다는 말을 듣고 호기심이 생긴 것 같았다.


“다연아!

뱀이 천 년을 살면 이무기가 된단다.

이무기가 또 천 년을 살면 하늘로 올라가 용이 된다는 말이 있단다.

그러니

나무도 천 년을 살 수 있으니 천 년 후에는 밤하늘에 별이 될 거야!”

할아버지는 나무 그늘에 앉아서 손녀에게 말해주었다.


“할아버지!

그럼 저 많은 별 중에도 과거에 나무였던 별이 있을까요?”


“당연하지!”

할아버지는 정말 나무가 별이 된 것처럼 말했다.


“할아버지!

이 나무는 몇 년이나 살았을까요?”


“아마도 수백 년은 살았을 거야!”


“그럼!

이 나무도 곧 밤하늘의 별이 되겠네요.”


“그렇지!

아마도 천 년이 지나면

가지가 하나 둘 썩은 뒤 가루가 되어 하늘로 올라갈 거야!”


“나무가 썩어서

가루가 된 뒤 하늘로 올라가는군요!”

손녀는 나무가 늙으면 가루가 된다는 말이 신기했다.


“그렇지!

사람도 죽으면

가루가 되어 한 줌 흙이 되거나 또는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되는 거지.”


“사람도 별이 된다고요!”


“그렇지!”


“사람들은 천 년을 살 지 못하는데!”

손녀는 나무가 천 년을 산 뒤

밤하늘에 별이 된다는 것은 이해되었지만

사람이 별이 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었다.


“사람은 백 년을 살지만 백 년을 천 년 같이 사는 사람들도 있지!”


“그게 가능해요?”


“그럼!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일을 하면 그렇게 될 거야.”


“할아버지!

사람들에게 좋은 일이란 어떤 일이 있어요?”

손녀는 가슴속에서 좋은 사람이 되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욕심을 부리지 않고 착하게 사는 거야!”

할아버지는 말하면서도

가슴 한쪽에서 부끄러움이 꿈틀거렸다.




그림 고 도흥록 조각가



할아버지와 손녀는

숲에서 나비와 오래된 나무를 보았다.


“할아버지!

오래오래 사세요.”

손녀는 나무처럼 할아버지도 오래오래 살았으면 했다.


“나무를 사랑하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면 아마도 할아버지도 천 년은 살 거야!”

하고 할아버지가 말하자


“좋아요!”

하고 대답한 손녀는 일어나 오래된 나무로 다가갔다.


“나무야!

사랑해.

천 년을 산 뒤 꼭 별이 되면 좋겠어.”

손녀는 나무를 꼭 안고 말했다.


“빨리 별이 되어서 할아버지도 천 년을 살게 도와줘!”

하고 손녀는 나무에게 소원을 빌었다.


“저 녀석이!”

할아버지는 손녀의 소원을 듣고 기분이 좋았다.


“할아버지!

이제 천 년을 살아야 해요.”

손녀는 기도를 마치고 와서 할아버지에게 말했다.


“알았다!”

할아버지는 손녀의 기도를 들으면서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서 손녀와 다음 설에도 이 나무를 보러 오고 싶었다.


숲 속은 추웠다.

햇살이 비추지 않는 곳은 더 추웠다.


“이제 내려갈까!”

할아버지가 손녀에게 말하자


“조금만 더 있다가요!”

손녀는 대왕 나무 주변에 있는 작은 나무들을 살펴봤다.


“할아버지!

이 나무는 여자 나무 같아요.”

손녀가 말하는 나무는 정말 여자 나무 같았어요.


“여자 나무 같구나!”

할아버지가 봐도 여자 나무 같아 보였다.


“할아버지!

이 나무가 대왕 나무 아내일까요?”

하고 손녀가 물었다.


“그렇겠지!”

할아버지는 손녀가 하는 말이 맞는 것 같았다.


“할아버지!

대왕 나무 가지에 있는 이끼가 꼭 사람들 몸에 난 털 같아요.”

손녀가 자세히 본 대왕 나무 가지에는 정말 이끼가 많았다.


“정말!

그렇게 보인다.”

하고 말한 할아버지는 손녀가 생각하는 세상이 넓게 느껴졌다.


“할아버지!

대왕 나무 가지에 이끼가 왜 있을까요?”

손녀는 너무 궁금했다.


“아마도!

이 나무는 물을 많이 먹어서 가지에도 수분이 많아서 이끼가 살 지 않을까!”

하고 말한 할아버지도 믿기지 않았다.


“이끼는 물을 좋아하니까 그렇겠다!”

손녀는 학교에서 공부한 이야기를 하며 말했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이끼도 아마 천 년 뒤에 밤하늘에 별이 되고 싶은 가 보다!”

할아버지가 말하자


“할아버지!

그럼 나무가 별이 된 것과 이끼가 별이 된 두 개의 별이 생길까요?”


“그렇지는 않을 거야!

이끼는 아마도 나무가 별이 된 별에서 살게 되겠지.”


“그렇군요!”

손녀는 이끼가 별이 될지 궁금했다.


할아버지와 손녀는

대왕 나무 아래서 오래오래 이야기했다.


숲에

머물수록 추위가 엄습해 왔다.


“이제 가자!”

숲 속의 날씨가 싸늘해졌다.


“네!

할아버지.”

손녀는 할아버지 손을 잡고 집으로 향했다.


“나무야!

안녕. 다음에 또 올게.”

하고 뒤돌아서서 나무에게 인사했다.


“내년 설에도 또 와서 대왕 나무가 잘 크고 있는지 보자!”

할아버지도 손녀 손을 잡고 말했다.


“안녕! 잘 가!”

하고 숲 속 나무들이 인사했다.


고요한 숲 속에

할아버지와 손녀 발자국 소리만 요란하게 들렸다.


그날밤

나는 꿈을 꾸었다.


"별이 될 거야!

어둠을 밝히는 별이 될 거야.

아니!

밤하늘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별이 될 거야.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물하는 별이 될 거야."


죽어서

별이 되고 싶었다.

누군가에게

선물이 된다면 지금이라도 별이 되고 싶다.

난!

달라지고 싶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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