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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에 빠진 동화
기적이란!
상상에 빠진 동화 0333
by
동화작가 김동석
May 21. 2023
기적이란!
밤새 함박눈이 내렸다.
함박눈은 영희네 집 마당에 자꾸만 쌓여갔다.
영희네 장독대에서 사는 쥐들은 눈이 와서 신났다.
장독대 뒤로
대나무 숲에서 눈발이 날렸다.
하얀 세상!
온통 하얀 색으로 뒤덮인 산골짜기 영희네 집은 고요했다.
“와!
정말 많이 내린다.”
엄마 쥐가 쌓인 눈 위를 뛰어다녔지만 보이지 않았다.
“엄마!
보이지
않아요
.”
새끼 쥐들은 엄마 쥐가 보이지 않자 엄마를 불렀다.
“엄마! 엄마!”
엄마 쥐는 눈이 가득 쌓인 마당에서 신나게 춤추며 놀았다.
“얘들아!
이리 와.”
엄마 쥐는 마당 한가운데서 새끼 쥐들을 불렀다.
“엄마! 엄마!”
새끼 쥐들이 쥐구멍에서 나와 마당으로 달렸다.
하지만
얼마 못 가서 눈 속에 빠지고 말았다.
“엄마!
갈 수가 없어요.”
새끼 쥐들은 열심히 달렸지만 눈 속에 빠져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얘들아!
어디 있어?”
엄마 쥐는 새끼 쥐들이 보이지 않자 장독대를 향해 달려왔다.
“엄마! 엄마!”
새끼 쥐들은 처음으로 본 눈 위에서
뒹굴며 엄마를 불렀다.
“엄마! 엄마!
이게 뭐예요?”
“이건!
눈 이란다.”
“어디서 온 거예요?”
“하늘!
하늘에서 천사들이 뿌리는 눈 이란다.”
엄마는 함박눈을 맞으며 새끼 쥐들에게 말했다.
“엄마!
눈 속에 숨을 테니 찾아봐요.”
새끼 쥐들은 소복이 쌓인 눈 속으로 들어가 숨었다.
“꼭꼭 숨어라!
꼬리가 보인다.”
엄마 쥐는 술래가 되어 새끼 쥐들을 찾았다.
하지만
꼭꼭 숨은 새끼 쥐들을 한 마리도 찾지 못했다.
“어디 있을까!”
엄마 쥐는 눈 속을 이리저리 왔다 갔다 했지만 새끼 쥐들은 보이지 않았다.
“얘들아!
찾을 수 없어.”
엄마가 말했지만 새끼 쥐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얘들아!
이제 추우니까 집으로 들어가자.”
하고 엄마가 외쳐도 새끼 쥐들은 대답도 하지 않고 나오지 않았다.
“얘들아!
오래 있으면 추워서 얼어 죽어.”
하고 엄마 쥐가 말하자
“얼어 죽는다고!”
숨어있던 새끼 쥐들이 하나 둘 눈 속에서 나왔다.
“엄마! 엄마!”
엄마 쥐는 새끼 쥐들을 데리고 집으로 들어갔다.
“눈을 치워야겠다!”
엄마 쥐는 밤새 많은 눈이 내리자 걱정되었다.
영희가 장독대에
누룽지를 갔다 줘서 잘 먹고 지내던 엄마 쥐는
고마운 마음에 마당에 쌓인 눈을 치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꼼짝 말고 있어!”
엄마 쥐는 새끼 쥐들에게 말하고 빗자루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장독대에서 부엌까지라도 눈을 치우자!”
엄마 쥐는 빗자루로 눈을 쓸기 시작했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송이가 엄마 쥐 어깨에 가득 쌓여갔다.
“아휴!
힘들다.”
엄마 쥐는 계속 치워도 쌓여가는 눈을 보면서 쉬다 또 쓸고 쓸었다.
‘꼬끼오!’
닭장에서 닭이 새벽을 알렸다.
“벌써!
새벽이라니.”
엄마 쥐는
장독대에서 부엌까지 겨우 길을 냈지만
마당에 쌓인 많은 눈을 다 치울 수는 없었다.
“이제!
들어가야겠다.”
엄마 쥐는 빗자루를 들고 집으로 들어갔다.
새끼 쥐들은
서로 꼭 껴안고 잠들어 있었다.
엄마 쥐도 힘들어 한쪽 구석에 누워 잠이 들었다.
그림 나오미 G
“엄마! 엄마!”
아침에 일어난 영희는 마당에 쌓인 눈을 보고 놀랐다.
“엄마!
장독대에서 부엌까지 누가 눈을 치웠어.”
“뭐라고!”
엄마는 부엌에서 아침을 준비하며
딸이 말하는 것을 듣고 부엌문을 열어 봤다.
“세상에!
누가 치웠을까.”
엄마는 다시 부엌문을 닫고 아침을 준비하면서 생각했다.
하지만
누가 눈을 치우고 길을 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늘에서 천사들이 내려와 눈을 치웠을까!”
영희는 마당에 쌓인 눈을 치우며 말했다.
“우리 집에 천사들이 올만하지!”
영희가 사는 집은 산골이지만 눈이 내리면 눈부시도록 아름다웠다.
“천사들이 왔으면 마당에 눈을 다 치우고 갔을 텐데!”
영희는 천사들이 온 것 같기도 하고 안 온 것 같기도 했다.
“기적이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거니까.”
영희는 아침을 먹고 누룽지를 조금 가지고 장독대를 향했다.
“새들아!
쥐들아!
누룽지 가져왔어.”
영희는 장독대 항아리 옆에서 크게 외쳤다.
눈이 내리면
먹을 게 없는 새들과 쥐들에게 영희는 먹이를 갖다 주곤 했다.
새끼 쥐들은 심심했다.
밖에 나가 놀고 싶었다.
“엄마!
나가서 놀아도 돼요?”
하고 새끼 쥐들이 엄마 쥐에게 물었다.
“안 돼!
낮에는 절대 나가면 안 돼.”
엄마 쥐는 새끼 쥐들에게 말하고 다시 잠을 청했다.
“아이고! 어깨야!”
엄마 쥐는 밤새 눈을 치운 탓에 어깨가 아팠다.
“엄마!
어깨 주물러 줄까요?”
“그래!”
엄마 대답을 들은
아홉 마리 새끼 쥐들이 어깨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시원하다!”
엄마 쥐는 새끼 쥐들이 어깨를 주물러 주자 스르르 잠이 들었다.
‘크르렁! 크르렁!’
엄마 쥐는 코까지 골며 잠이 들었다.
“우리 나가서 놀까!”
새끼 쥐 한 마리가 형제들에게 말했다.
“안 돼!
엄마가 나가지 말라고 했잖아.”
가장 몸이 작은 새끼 쥐가 말했다.
“숨바꼭질하며 놀면 좋을 텐데!”
새끼 쥐들은 어젯밤에 엄마랑 숨바꼭질하며 놀던 눈이 생각났다.
“엄마 말을 들어야 해!”
“맞아!
고양이도 낮에는 돌아다닌다고 했어.”
새끼 쥐들은 밖에 나가서 놀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영희는
아직도 눈 치운 범인을 찾지 못했다.
밤이 되자
영희가 사는 산골짜기에 함박눈이 내렸다.
"오늘 밤에는 눈
치운 범인을 잡아야지!"
영희는 창문에 손가락으로 구멍을 냈다.
창문 앞에 앉아서 구멍으로 밖을 내다 보고 있었다.
하지만
마당에 눈만 쌓여갈 뿐 눈 치운 범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영희는 꾸벅꾸벅 졸다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영희는 창문을 열고 마당을 봤다.
역시
부엌에서 장독대까지 누군가 눈을 치웠다.
영희가 잠든 사이에 눈
치운 범인이 왔다 갔다.
영희는
자신이 미웠다.
하룻밤도 참지 못하고 잠이든 자신을 원망했다.
"다음엔!
꼭 범인을 잠아야지."
영희는 다짐했다.
저녁 때가 되면 눈이 오길 기다렸다.
달님
별님을 보고 눈 오게 해달라고 기도도 했다.
며칠 동안
산골짜기에는 눈이 내리지 않았다.
"기적이란!
아무도 모르게 일어나는 것일까!
"
영희는 생각했다.
눈 내리는 날마다
영희네 집 마당에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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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 김동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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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잔소리 약일까? 독일까?
저자
마음은 소년! 어린이와 어른을 위해 아름다운 동화를 쓰겠습니다. eeavisi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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