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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작가 김동석 Apr 07. 2022

눈물 나잖아!

달콤시리즈 133

눈물 나잖아!





은지는 아침 일찍 일어나 엄마에게 가져갈 도시락을 준비했다.

아침도 안 먹고 새벽부터 밭에서 일하는 엄마를 생각하면 은지는 눈물이 났다.

아빠가 돌아가신 뒤로 엄마가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은지 가족은 살아갈 수 없었다.


"엄마!

도시락 가져왔어요!"

은지는 학교에 가기 전에 엄마가 일하는 밭에 도시락을 가져다주었다.


"거기 놓고 어서 가!"

엄마는 딸이 도시락을 가져왔는데도 호미를 들고 밭에 풀을 뽑았다.


"엄마!

밥 먹고 해요!"


"알았으니 어서 학교나 가!"


"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은지는 엄마에게 인사하고 달리기 시작했다.

조금만 늦어도 지각할 것 같아 은지는 열심히 달렸다.


"뭘 싸왔을까!"

엄마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도시락을 열었다.


"계란찜도 있군!"

은지는 계란찜을 제일 좋아해서 항상 집에서 계란찜을 만들어 도시락을 싸갔다.

엄마는 나무 그늘에 앉아 딸이 가져온 도시락을 먹었다.




"박은지!

또 지각하다니!"
교문 앞에 도덕 선생님이 서서 은지를 불렀다.


"선생님!

아직 2분 남았는데요!"

은지가 시계를 보고 말하자


"뭐라고!

내 시계는 이미 9시가 넘었는데!"

하고 도덕 선생님이 말했다.


"선생님!

제 시계는 아직도 1분 남았어요.

보세요!"

하고 말한 은지는 도덕 선생님에게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를 보여줬다.


"뭐야!

죽은 시계잖아!"

도덕 선생님이 은지 시계를 보고 말했다.


"네!"

은지가 손목에 차고 있던 시계는 언제부턴가 멈춰 있었다.

고장이 난 건지

아니면 건전지가 다 된 건지 알 수 없지만 크고 작은 바늘은 모두 멈춰있었다.


"아니에요!"

은지는 손목을 흔들면서 시계를 다시 봤다.


"거봐!

선생님 시계는 돌아가는 데 은지 시계는 안 돌아가지!"

하고 도덕 선생님이 말했다.


"네!"

은지는 오늘도 지각했다.


"학교 끝나고 교무실로 와!"

도덕 선생님의 한 마디를 듣고 은지는 교실을 향해 달렸다.


지각한 은지는

학교 수업이 끝나면 또 운동장 청소를 하고 가야 했다.

엄마 도시락만 싸지 않았어도 은지는 지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매일 아침마다

엄마 도시락과 동생 밥을 차려주는 은지는 지각을 밥먹듯이 했다.




수업을 마친 은지는 교무실로 향했다.


"박은지!

또 지각했어?"

교무실에 은지가 나타나자 담임선생님이 물었다.


"네!"

은지는 고개 숙이고 대답했다.


"박은지!

빨리 집에 가!"

하고 담임선생님이 말한 뒤


"다음에 은지가

지각하면 좀 봐주세요!"

하고 담임선생님이 옆에 앉아있는 도덕 선생님을 보고 말했다.


"알겠습니다!"

도덕 선생님은 은지가 특별한 일을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박은지!

다음부터는 교문에서 잡지 않을 테니 어서 가!"

도덕 선생님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감사합니다!"

은지는 도덕 선생님에게 인사하고 담임선생님 눈치를 봤다.


"선생님!"


"어서 가!"

담임선생님은 눈웃음을 지으며 은지에게 가라고 말했다.


교무실을 나온 은지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오랜만에 운동장을 걸으며 하늘을 봤다.

파란 하늘에 금빛 물결이 출렁이는 것 같았다.




"은실아!

집에 안 가고 여기서 뭐해?"

은지는 운동장에서 놀고 있는 동생을 보고 물었다.


"언니!

언니랑 같이 집에 가려고 기다렸어!"


"뭐라고!

빨리 집에 가서 엄마 도와줘야지!"


"싫어!

난 일하기 싫어!"

아직 어린 은실이는 엄마랑 밭에서 일하는 게 싫었다.


"가자!"

하고 말한 은지는 동생 손을 잡고 집을 향했다.


"언니!

사탕 사주라!"


"돈 없는 데!"


"엄마가 돈 주었잖아!"


"아니!

엄마가 돈이 없어서 줄 수 없데!"

은실이는 매일 엄마에게 돈을 달라고 했지만 받지 못했다.


"언니는 엄마가 돈 잘 주잖아!"

동생은 엄마가 언니만 돈 주는 게 화났다.


"엄마가 준 돈은 사탕 사 먹을 돈이 아니야!"

은지는 엄마가 심부름시킬 때마다 돈을 받았다.

콩나물도 사고 시금치도 사 오라는 심부름 때문에 은지에게 돈 주었다.


"오늘은

또 뭘 사가야 해?"

하고 동생이 묻자


"두부랑 콩나물!"

하고 은지가 대답했다.


"언니!

두부만 사고 콩나물 살 돈으로 사탕 사 먹자!"

동생이 놀랐다.


"안 돼!

엄마에게 혼나!"


"언니!

콩나물 국 안 먹으면 되잖아!"

은실이는 오늘은 꼭 사탕을 하나 먹고 싶었다.


"다음에 사줄게!"


"언니!

사탕 사 먹자!"

은실이는 언니를 졸랐다.

하지만

언니는 흔들리지 않았다.


은실이는

오늘도 사탕을 먹지 못했다.

언니는

동생에게 사탕을 하나 사주지 못해서 미안했다.



그림 나오미 G





"엄마!

두부랑 콩나물 사 왔어요!"

은지가 말하자


"두부랑 콩나물 넣고 국 끓여!"

밭에서 일하는 엄마는 두 딸이 학교에서 오는 것도 관심 없었다.


"은실아!

아궁이에 나뭇가지 많이 넣어!"

은지는 두부랑 콩나물을 솥단지에 넣으면서 말했다.


"언니!

매일 두부랑 콩나물만 먹으니까 싫다."


"그래도

우리 몸에 얼마나 좋은 데!"

은지는 동생을 설득하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언니!

오늘은 된장국도 끓여 줘!"

은실이는 된장국이 먹고 싶었다.


"된장국 먹고 싶어?"


"응!"


"알았어!"

은지는 두부 콩나물국을 다 끓인 뒤 솥에 된장국을 또 끓였다.


"고마워!"

은실이는 언니가 된장국을 끓이는 것을 보고 기분이 좋았다.


"밭에 가서 엄마 불러와!"


"알았어!"

하고 대답한 은실이는 엄마를 데리러 밭으로 갔다.


"엄마!

저녁 드세요!"

하고 밭에서 일하는 엄마를 향해 은실이가 크게 외쳤다.


"알았어!"


"엄마!

빨리 오세요."


"알았다니까!"


"엄마!

된장국이 식어요.

그러니까

빨리 오세요!"

은실이는 더 크게 외쳤다.


"알았다고!

누가 된장국을 끓인 거야?"

엄마는 된장국 말에 호미를 밭고랑에 내려놓고 일어섰다.


"아이고!

허리가 펴지질 않는군!"

엄마는 두 손으로 허리를 몇 번 주무르더니 집으로 향했다.




"엄마!

된장국 언니가 끓였어요."

하고 은실이가 말하자


"두부 콩나물국은 이제 싫은 거야!"

하고 엄마가 두 딸을 보고 말했다.


"아니요!"

은지가 대답하자


"엄마!

내가 싫다고 했어!"

하고 은실이가 대답했다.


"그래!

매일 먹으니까 싫기도 하지!"

엄마는 두 딸에게 미안했다.


"엄마!

내일은 또 두부 콩나물국 먹을 게!"

하고 은지가 말하자


"엄마!

내일도 된장국 먹어!"


"왜?"

하고 엄마가 은실이에게 묻자


"엄마!

내일 두부랑 콩나물 살 돈으로 사탕 사 먹고 싶어요!"

하고 은실이가 말하자


"은실아!"

하고 부르더니 언니가 동생을 노려봤다.


"엄마!

사탕도 사 먹고 싶어!"


"알았어!

앞으로 일주일 동안 두부랑 콩나물 사지 말고 사탕 사 먹어!

그라고(그리고) 일주일 동안 된장국 먹으면 되지?"

하고 엄마가 두 딸에게 말하자


"좋아!

언니 들었지!"

하고 은실이가 언니를 보고 말했다.

하지만 은지는 대답하지 않았다.


"엄마!

고마워요!"

은실이는 너무 좋았다.

내일부터 일주일 동안 사탕 먹을 생각을 하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오늘도

은실이는 학교 운동장에서 언니를 기다렸다.


"언니!"

복도에서 막 나온 언니를 보고 은실이가 불렀다.


"집에 안 갔어!"


"응!

오늘 사탕 사 먹을 거잖아."


"뭐라고!

사탕 먹으려고 기다린 거야?"


"응!"

하고 대답한 은실이는 달려와 언니 팔을 붙잡았다.


"사탕은!

두부랑 콩나물 사야지!"

하고 은지가 말하자


"언니!

오늘은 사탕 사 먹자!"

하고 동생이 언니 팔을 당겼다.


"알았어!

알았다니까!"

은지는 할 수 없이 동생이 팔을 끄는 바람에 구멍가게로 향했다.


"언니!

얼마 있어?"


"이천 원!"

은실이는 엄마가 준 돈을 동생에게 보여줬다.


"언니!

나 천 원! 언니 천 원!

이렇게 과자랑 사탕 사면 되겠다!"

하고 말하더니 은실이는 과자를 골랐다.


"언니!

나는 새우깡이랑 눈깔사탕 살 거야!

언니는 뭐 살 거야?"


"글쎄!

난 사탕 먹고 싶지 않아!"


"언니!

그럼 나만 혼나잖아!"

은실이는 언니가 사탕 사지 않으면 혼자만 혼날 것을 알았다.


"알았어!

언니도 고를 게!"


"좋아! 좋아!"

오랜만에 은지는 동생과 함께 과자를 골랐다.

은지도 과자 한 봉지 그리고 눈깔사탕을 몇 개 샀다.


"언니!

과자 먼저 먹을까! 아니면 눈깔사탕 먼저 먹을까?"

하고 동생이 물었다.


"과자 먼저 먹어!

그래야 눈깔사탕 먹으며 집까지 갈 수 있어!"

하고 언니가 말하자


"알았어!"

하고 대답한 은실이는 새우깡 봉지를 뜯었다.


"언니!

이거 먹어 봐!"
하고 말하더니 은실이가 새우깡 한 주먹을 언니에게 주었다.


"고마워!"

은주는 오랜만에 먹는 새우깡 과자가 정말 맛있었다.


"벌써!

과자봉지가 비었어!"

은실이는 얼마 못 가서 과자봉지가 텅 빈 것을 알았다.


"이제!

눈깔사탕 먹으면 되잖아!"


"알았어!"

하고 대답한 은실이는 눈깔사탕을 주머니에서 꺼내 입에 넣었다.


"와!

달콤하다!"

은지와 은실이는 눈깔사탕을 먹으며 집으로 향했다.

은지는 두부랑 콩나물을 산 봉지를 들고 가지 않아서 이상했다.


"언니!

이게 마지막 눈깔사탕이야!"

하고 은실이가 마지막 남은 눈깔사탕을 보여주더니 입안에 넣었다.


"오래오래 먹어!

깨물어 먹지 말고!"


"알았어!

언니도 한 개 남았지?"


"응!"

하고 대답한 은지는 먹고 싶은 걸 꾹 참았다.

밭에서 일하는 엄마 입안에 넣어주고 싶은 마음에

달콤한 눈깔사탕 남은 하나를 먹지 않고 꾹 참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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