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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작가 김동석 Apr 07. 2022

소멸되는 세상!

달콤시리즈 136

소멸되는 세상!






“어쩌나!”

아파트 단지 전기 공사로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성수 엄마는 33층까지 걸어 올라갈 일이 까마득했다.

아파트 관리소에 전화했더니

앞으로도 4시간 후에나 전기가 들어온다고 했다.

성수 엄마는

아직 어린 아들과 딸을 데리고 아파트 입구 커피숍으로 갔다.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

그리고

사과주스 두 잔, 치즈 케이크 두 조각을 샀다.

앞으로 4 시간을 카페에서 기다릴 생각이었다.


..


“엄마!

전기가 없으면 어떻게 살아요?”

아들 성수가 물었다.


“오빠!

전기가 없으면 인터넷으로 살지!”

초등학교 일 학년인 동생 연주가 말했다.


“호호호호!

맞아! 인터넷으로 살지.”

엄마가 웃으며 아들에게 말했다.


“엄마!

정말 인터넷으로 살 수 있어요?”

성수는 엄마랑 동생이 말하는 것을 듣고도 믿을 수 없었다.


“너희들!

핸드폰 가지고 인터넷만 하잖아!”

엄마는 아들과 딸이 핸드폰을 가지고 검색하며 노는 모습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럼!

엘리베이터가 안 되면 인터넷으로 올라갈 수 있어요?”

성수는 점점 호기심이 생겼다.


“당연하지!

오빠. 인터넷으로 드론 택시를 부르면 되잖아!”

어린 동생이 또 오빠가 생각하지 못한 말을 했다.

“맞아! 드론 택시! 그걸 부르면 되겠다.”

성수가 요즘 관심이 많은 드론 택시를 부르자 했다.

“드론 택시 부르면 올라갈 수 있는데 엄마가 창문을 모두 잠그고 나왔어.”

“그럼 어떡해?”

아들은 엄마 말을 듣고 실망하는 눈치였다.


“엄마!

그럼 아파트 옥상에 가서 내리면 되잖아!

그리고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전화해서 비상문을 열어달라고 하자.”

딸은 모든 문제가 해결된 듯 엄마에게 말했다.

아파트 가장 높은 층에 사는 성수 엄마는 딸이 생각하는 게 지혜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


“엄마! 전화해.”

딸은 커피를 마시는 엄마에게 재촉했다.


“연주야!

아파트 관리소 직원이

33층까지 올라오려면 너무 힘들어서 안 돼!”

두 자녀를  키우는 엄마에게 최소한의 양심은 있었다.


“엄마! 그럼 철물점에 가서 밧줄을 사자!”


“뭐하려고?”

오빠가 동생에게 물었다.


“옥상까지

드론 택시를 타고 간 뒤

옥상에 밧줄을 매달고 오빠가 내려가서

창문으로 들어가는 거야!”

동생은 신나게 말했다.

“엄마가 창문을 모두 잠갔다고 했잖아!”

오빠는 안타까운 마음에 큰 소리로 말했다.


“그럼!

가장 작은 유리창을 깨고 오빠가 들어가면 되겠다!”

동생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어떤 방법을 찾으려고 했다.


“호호호호!

그것도 좋겠다.

그런데 유리창을 깨면 돈이 들고 사람들이 다칠 수도 있는데!”

엄마는 딸이 말하는 것을 들으면서도 자세히 상황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엄마!

유리창을 깰 때는 우리가 옥상에서 소리치면 되니까 걱정 없어!”


“맞아!

엄마 그렇게 할까?”

오빠도 동생이 말하는 게 재미있을 것 같았다.


..


“엄마! 빨리 결정해.”

카페에서 한 시간을 넘게 있던 연주는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

“엄마! 이렇게 그냥 있어요?”

아들도 빨리 집에 들어가고 싶었다.


“좋은 수가 없을까?”

엄마는 조금 남은 커피를 마시며 생각했다.


“이삿짐센터의 사다리차가 좋을까!

아니면

소방서에 전화해서 소방헬리콥터를 이용할까!”

엄마는 드론 택시보다는 사다리차나 소방헬기를 이용하는 게 좋겠다 싶었다.


“엄마! 소방헬리콥터 불러요!”

연주는 이왕이면 헬리콥터를 타고 싶었다.


“성수랑 연주는 여기서 기다려!

엄마가 잠깐 나갔다 올게.”

하고 말한 엄마는 아파트 관리소를 향해 걸었다.


..


“아니다!

또 전기가 나가는 일이 있을 텐데!”

하고 말한 엄마는 카페로 발길을 돌렸다.


“성수야! 연주야! 가자.”

엄마는 의자에 앉아있는 아들과 딸을 불렀다.


“엄마!

헬리콥터 온데요?”

연주가 물었다.


“아니!”


“그럼!

사다리차 불렀어요?”

아들이 또 엄마에게 물었다.


“아니!

우리는 걸어서 올라갈 거야!”

엄마는 결심한 듯 아들과 딸에게 말했다.


“오 마이 갓!”

성수는 지난번에 엄마랑 33층까지 한 번 걸어 올라간 뒤

다시는

걸어 올라가지 않는다고 했었다.


..


“아들!

앞으로 전기가 나가는 일이 많을 거야.

그러니까 운동한다 생각하고 걸어올라 가자.”

엄마는 얼굴이 찌그러진 아들을 보고 말했다.


“싫어!

너무 힘들단 말이야!”

성수는 33층이 얼마나 멀고 힘든지 알고 있었다.

성수 눈가에 벌써 눈물이 고였다.


“오빠!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걸어 올라가자.”

동생이 오빠 손을 잡고 말했다.


“넌!

33층이 걸어 올라가면 얼마나 멀고 힘든지 몰라서 그래!”

성수는 동생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성수야!

오빠가 싫다고 하면 동생이 무서워하지!”

엄마는 성수를 달래기 시작했다.


“그래도 싫어!”

성수는 정말 33층까지는 걸어 올라가고 싶지 않았다.


..


“천천히! 천천히! 올라가자.”

엄마는 아들과 딸에게 1층 계단을 오르기 전에 말했다.


“우리 2층마다 올라가서 쉬자.

그리고

33층에 다 올라가서 집에 들어가면 엄마가 선물 줄게.”

엄마는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전기를 마냥 기다릴 수 없었다.


“알았어요!”

딸이 먼저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성수도 마지못해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엄마!

다음에 1층으로 이사 가자.”

딸은 1층에 살면 이렇게 계단을 올라가지 않아도 되니까 좋을 것 같았다.


“그럴까!

아빠에게 물어보자.”

엄마도 가끔 1층에 사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동안

펜트하우스에 산다고 친구들이 부러워했는데

이런 고생을 하면

정말 1층으로 이사하고 싶었다.


..


“엄마! 힘들어?”

연주가 시장바구니를 들고 제일 뒤에 올라오는 엄마에게 물었다.


“아니!

천천히! 천천히 가!”

엄마는 아들과 딸이 33층까지 올라간 후가 더 걱정이었다.


지난번에도

성수는 일주일 동안이나 다리가 아프다고 했었다.


“알았어!”

연주는 천천히 올라가다 힘들면 계단에 앉아서 쉬었다.

성수 이마에서 땀이 주르륵 흘렀다.


“성수야!

잠바 벗어서 엄마 줘!”

성수는 잠바를 벗었다. 그리고 엄마에게 주었다.

아파트 계단은 창문이 없어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너무 더웠다.


“엄마!

이제 8층이야!”

숫자를 보고 연주가 말했다.


“연주는 힘들지 않지?”


“응!”

처음 계단을 걷게 된 딸은 새로운 경험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그림 나오미 G



..


“엄마!

아빠에게 전화해.

전기가 나갔으니 드론 택시 타고 오라고!”

연주가 아빠를 걱정하며 말했다.


“그럴까!”

엄마는 손에 든 짐을 내려놓고 잠시 쉬었다.

아이들도 이제는 손발을 이용해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이건 게임이라고 생각하면 재미있을 거야!”

성수가 동생을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오빠로서

힘들어하는 동생을 데리고 가야 한다는 책임감이 가슴속에서 느껴진 것 같았다.


“알았어! 오빠.”

연주는 손발을 이용해 천천히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갔다.


“엄마!

빨리 와!”

엄마가 보이지 않자 연주가 불렀다.


“알았어!

천천히! 천천히! 아주 천천히 가!”

엄마는 계단 오르는 게 힘들었다.

나이가 들수록 몸 어딘가에 불어나는 살로 계단을 오르는 데 힘들게 했다.


“이제 10층인데!”

엄마는 걸어서 올라온 것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


“안녕하세요!”

12층에 사는 할아버지가 계단에 있었다.


“안녕! 힘들지?”

연주를 보고 할아버지가 물었다.


“네!”

연주와 성수가 대답하자


“조금만 올라가면 되겠다.

할아버지가 물 한 잔 줄까?”

할아버지는 이마에 땀이 맺힌 것을 보고 성수와 연주에게 물었다.


“네!”

연주가 대답하자


“여기서 쉬면서 조금만 기다려!”

하고 말한 할아버지는 집으로 들어갔다.


“엄마! 엄마!

여기 할아버지가 물 준다고 했어요.”

연주가 좋은지 엄마를 부르며 말했다.


“그래!”

엄마는 숨이 차는 것을 참고 대답했다.

성수와 연주는 12층 계단에서 엄마를 기다렸다.

어쩌면 물을 가지러 간 할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었다.


..


“고맙습니다!”

12층에 사는 할아버지가 물과 주스를 가지고 나와 연주와 성수에게 주었다.


“안녕하세요!”

엄마가 12층 할아버지를 보고 인사했다.


“고생이 많구먼!”

할아버지는 웃으면서 엄마에게 말했다.


“고생이라니요!

살다 보면 이런 날도 있죠!”


“그래!

내가 여기서만

이십 년을 살았는데 나도 다섯 번은 걸어 올라왔어.”

할아버지도 전기가 나가면 걸어 올라와야만 했다.


“이제 출발해!”

할아버지는 물을 마신 성수와 연주에게 출발 신호를 보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성수와 연주가 인사하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올라가!”

하고 말한 할아버지는 어린 성수와 연주가 걱정되었다.


“안녕히 계세요!”

엄마도 할아버지에게 인사하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


“엄마!

이제 15층이야!”

성수가 앞서가더니 말했다.

연주는 이제 지쳐가는 것 같았다.


“딸!

힘들지?”


“응!”

연주는 힘든지 말이 없었다.


오빠보다 밝고 명랑한 딸이었는데

어린 연주가 계단을 오르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전기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겠지?”

엄마가 15층에서 쉬고 있는 아들과 딸을 보고 말했다.


“응!”


“그러니까!

전기를 아껴 써야 해!”

엄마가 말하자


“알았어요!”

성수가 대답했다.


“이제 18층만 더 가면 된다!”

엄마는 지쳐가는 아들딸을 보고 용기를 내라고 했다.


..


‘따르릉! 따르릉!’

엄마 핸드폰 벨이 울렸다.


“여보!”

엄마는 아빠 전화를 받더니 곧 울 것 같았다.


“전기가 나가서 걸어 올라가고 있어요.”


“뭐라고! 얘들도?”


“네!”

아빠는 엄마 말을 듣고 얘들이 걱정되었다.

엄마에게 전화를 바꿔달라고 하더니


“성수야!

힘들지?”


“네!”

성수도 숨이 차고 힘들어서 더 이상 말이 없었다.


“아빠가 저녁에 치킨 사갈 테니

동생이랑 엄마 모시고 잘 올라가야지?”


“네!”

성수에게 아빠는 작은 책임을 주었다.


“연주야!

아빠가 치킨 사 온다고 했어!”


“정말!”

연주는 치킨을 제일 좋아했다.


“아빠!

치킨 두 마리 사 와요?”

오빠가 건네준 핸드폰을 들고 아빠에게 말했다.


“알았어!

딸 파이팅!”

아빠는 전화를 끊었지만 마음이 아려왔다.


..


“20층이다!”

성수가 제일 먼저 20층에 도착한 뒤 외쳤다.


“와!

많이 왔다!”

연주도 20층에 올라오더니 마지막 계단에 앉아서 외쳤다.


“엄마!

빨리 오세요!”

엄마는 아직도 19층을 막 지나고 있었다.


“그래!”

엄마와 아들딸은 20층 계단에 앉아서 한 참 쉬었다.


“많이 힘들지!”

엄마가 연주를 보고 물었다.

연주는 힘든지 엄마에게 기대고 고개만 끄덕거렸다.


“조금만 더 힘내자!”

이번에는 엄마가 앞장섰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집을 향해

엄마와 아들딸은 한 걸음 한 걸음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


“다 왔다!”

성수가 제일 먼저 도착했다.

성수가 현관문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문을 열었다.


“연주야!

들어와!”


“알았어!”

아직 도착하지 않은 엄마를 뒤로하고 성수와 연주는 집에 들어갔다.


“힘들지?”

거실 바닥에 누워 성수가 동생에게 물었다.


“응!

힘들어.”

연주가 소파에 푹 쓰러졌다. 연주는 정말 힘들었다.


“하이구(아이고)! 힘들다.”

엄마도 집에 도착했다.


엄마와

아들 딸은 한 참을 거실에 누어 쉬었다.


..


“얘들아!”

치킨을 들고 퇴근한 아빠가 현관 물을 열고 아이들을 불렀다.

하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이 녀석들이 장난치나!"

하고 말한 아빠는 안방 문을 열자

아들딸은 엄마를 꼭 껴안고 잠들어 있는 것을 봤다.


“힘들었겠지!”

아빠는 조용히 방문을 닫았다.

저녁도 준비하지 않은 아내를 깨우지 않았다.


“라면이랑 치킨 몇 조각 먹으면 되겠지!”

아빠는 냄비에 물을 담고 라면 끓일 준비를 했다.


“세상에 고마운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이들이 알았겠지!”


아빠는

아이들이 오늘 경험한 일들이

커가면서 큰 도움이 될 때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아빠가 사 온 치킨은

그날 밤

냉장고 신세를 져야 했다.









-끝-


-

어린이 여러분!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서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하고 집까지 비상계단으로 걸어간 경험이 있으세요.

도시에 고층 아파트가 많이 지어지면서 이런 일이 가끔 있어요.

어린이 여러분!

편리함과 편안함을 선물하는 것들이 우리 주변에는 많이 있어요.

우리 모두 작은 것 하나라도 소중히 생각하고 서로 돕고 의지하며 살아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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