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달팽이!
영수가 사는 마을에 고양이 <찰떡>이 살았다.
<찰떡>은 어릴 때부터 유난히 떡을 좋아했다.
또 병아리랑 노는 걸 제일 좋아한 고양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떡을 좋아하는 고양이에게 <찰떡>이라 이름 지어 주었다.
누구네 집 고양이가 아닌 마을 사람들 모두의 고양이었다.
<찰떡>은
마을회관 앞에 놓인 사료를 먹기 위해 가끔 나올 뿐 많은 시간을 대나무 숲이나 들판에서 지냈다.
<찰떡>이 유난히 좋아하는 것은 병아리 다음으로 들꽃과 달팽이였다.
특히
달팽이만 보면 옆에 앉아서 달팽이가 하는 짓을 오래 지켜봤다.
마을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며 달팽이를 사랑한 고양이라 불렀다.
"<찰떡>!
달팽이 잡아먹을 거야?"
영수와 친구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대나무 숲 입구에서 달팽이 앞에 서 있는 <찰떡>에게 물었다.
하지만 <찰떡>은 대꾸도 하지 않고 달팽이만 쳐다봤다.
"<찰떡>!
따라오면 떡 줄게."
영수가 다시 물었지만 <찰떡>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달팽이만 바라봤다.
"<찰떡>!
느린 달팽이가 맘에 들어?"
하고 영수 옆에서 지켜보던 순이가 물었다.
"느린 달팽이가 좋아요!"
<찰떡>은 느리게 사는 달팽이가 맘에 들었다.
마을에 사는 고양이들이 새벽마다 누가 더 빨리 달리나 시합하는 것을 구경하는 것보다 더 좋았다.
"<찰떡>!
너도 달팽이처럼 느리게 사는 법을 배워 봐!"
하고 말한 영수와 순이는 집으로 돌아갔다.
"느리게 사는 법!
빠르게 사는 법!
뭐가 좋을까?"
<찰떡>은 달팽이를 지켜보며 곰곰이 생각했다.
"사람들도 느리게 살면 좋을 텐데!"
<찰떡>은 가끔 달팽이처럼 사람들이 느리게 살았으면 했다.
하지만
사람들이나 고양이들은 느리게 사는 달팽이를 흉보기까지 했다.
"넌!
고양이로 살아갈 자격이 없어."
마을회관 앞에서 고양이 대장 <먹보>가 <찰떡>을 보고 말했다.
"그럼!
달팽이로 살아갈 게."
하고 <찰떡>이 대답하면
"달팽이!
고양이 체면이 있지 달팽이가 뭐야.
호랑이면 또 모를까."
고양이 대장은 고양이는 고양이답게 살아야 한다고 늘 주장했다.
"느리게 살건 빠르게 살건 내가 고양이면 고양이지!
고양이답게 살아가는 건 또 뭐야?"
<찰떡>은 가끔 고양이 대장 <먹보>에게 물었다.
"자고 먹고 뛰고!
그게 고양이 삶이야."
고양이 대장은 먹고 자고 먹고 자고 하는 걸 좋아했다.
<찰떡>처럼 호기심이 있거나 모험을 좋아하지 않았다.
"밥이나 먹어야지!"
<찰떡>은 마을회관 앞에 놓인 사료를 먹기 위해 달려갔다.
"멈춰!
대장이 먹고 난 다음에 먹으라고."
고양이 대장 <먹보>가 외치며 달려왔다.
"아니!
배고프면 와서 먹으라고 놔둔 것인데 내 맘대로 먹지도 못해.
먼저 오면 먹는 것이지.
고양이 주제에 서열을 따지다니.
웃겨!"
하고 <찰떡>이 말하자
"고양이 서열을 지키라고!
난 다른 건 참아도 서열을 지키지 않는 고양이는 용서 못 해."
하고 말한 고양이 대장 <먹보>가 사료를 먹기 시작했다.
<찰떡>은 할 수 없이 차례를 기다렸다.
배를 채운 <찰떡>은 대나무 숲으로 달렸다.
낮에 봤던 달팽이가 어디쯤 있을까 궁금했다.
"달팽아!"
<찰떡>이 불렀다.
"여기야!"
달팽이는 가장 큰 대나무 중간쯤 올라가 있었다.
"와!
벌써 거기까지 올라갔어."
"응!"
"무섭지 않아!"
생각보다 높이 올라간 달팽이가 걱정된 <찰떡>이 물었다.
"안 무서워!
더 높이 올라갈 거야.
아니
대나무 끝까지 올라갈 거야."
달팽이는 천천히 대나무 끝을 향해 올라갔다.
"나도 올라갈까!"
하고 <찰떡>이 묻자
"맘대로 해!
옆에 있는 대나무를 올라가던지."
달팽이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스스로 결정하기 바랐다.
"좋아!
나도 대나무 끝까지 올라가야지."
하고 말한 <찰떡>이 대나무를 붙잡고 오르기 시작했다.
달팽이가 붙잡고 올라가는 대나무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찰떡>이 붙잡고 올라가는 대나무는 무게 중심을 잃고 흔들리기 시작했다.
"무섭다!"
<찰떡>은 대나무가 휘청거릴 때마다 무서웠다.
높이 올라간 탓도 있지만 공포가 밀려왔다.
"달팽아!
기다려 봐."
<찰떡>은 열심히 올라가다 멈추고 달팽이를 불렀다.
하지만 달팽이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대나무를 올라갔다.
"넌!
빠르잖아."
달팽이는 한참 아래 있는 <찰떡>을 보고 한 마디 했다.
"여기서부턴 무서워!"
대나무 중간쯤 올라온 <찰떡>은 휘청거리는 대나무가 무서웠다.
"천천히!
조금씩 올라갈 생각을 해.
한 번에 꼭대기까지 올라가려고 하니까 대나무가 휘청거리지."
달팽이가 아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알았어!"
<찰떡>은 다시 힘을 냈다.
천천히 한 발 한 발 옮기면서 대나무를 오르기 시작했다.
"높은 곳에서 세상을 볼 수 있으니까 좋아!"
달팽이가 멈추고 넓은 들판을 내려다보고 말했다.
"나도!
더 높이 올라가서 넓은 세상을 봐야겠다."
<찰떡>도 달팽이가 있는 곳까지 올라가서 넓은 세상을 보고 싶었다.
"조심해!"
<찰떡>이 오르고 있는 대나무가 생각보다 많이 휘청거렸다.
"알았어!"
<찰떡>은 휘청거리는 대나무를 잘 이용하고 있었다.
몸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대나무가 휘청거리면 반대쪽으로 몸을 옮겼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달팽이는 대나무 끝자락이 보였다.
대나무 끝자락 이파리가 살짝 움직였다.
"와!
세상이 이렇게 넓다니."
달팽이는 처음 보는 세상이 맘에 들었다.
"어디까지 보여?"
<찰떡>이 묻자
"마을 끝까지 다 보여!
마을 뒤로 달리는 차도 보여."
"정말?"
<찰떡>은 달리는 차까지 보인다는 말에 놀랐다.
"응!
차들이 슝 슝 달리는 것 같아."
도로를 달리는 차들은 정말 쏜살 같이 달려 사라졌다.
"나도!
보고 싶어."
<찰떡>은 마을에 차들이 오면 달리기 시합을 했었다.
차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있다며 달렸지만 항상 차를 이기지 못했었다.
"으아악!"
<찰떡>의 무게를 못 이긴 대나무가 휘청거리며 한없이 기울었다.
"조심해!"
달팽이도 <찰떡>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으아아악!"
휘청거리는 대나무를 붙잡고 더 높이 올라간 <찰떡>은 그만 땅으로 뛰어내렸다.
"다치지 않았지!"
달팽이가 땅바닥에 떨어진 <찰떡>을 보고 외쳤지만 들리지 않았다.
"더 높이 올라갈 수 있었는데!"
<찰떡>은 엉덩이에 묻은 흙을 털며 하늘 높이 매달린 달팽이를 쳐다봤다.
"느리게 산다는 것!
부럽다.
내가 못 하는 걸 달팽이는 할 수 있구나!"
<찰떡>은 달팽이가 부러웠다.
느리다고 달팽이를 흉보는 고양이들을 생각하면 바보 같았다.
대나무숲!
어디선가 음악소리가 났다.
<찰떡>은 소리 나는 곳으로 달렸다.
소녀가 연주하고 있었다.
그 앞에서
대나무를 붙잡은 달팽이들이 춤추고 있었다.
"멋져!
느린 달팽이들이 고양이보다 더 멋지게 사는 것 같아."
<찰떡>은 모퉁이에 앉아 구경했다.
그림 나오미 G
대나무 가지를 붙잡고
춤추는 달팽이가 보였다.
"좋아!
옆으로 옮겨보자."
대나무 끝자락에 매달린 달팽이는 몸을 길게 늘어뜨렸다.
옆에 키가 큰 대나무로 옮겨갈 생각이었다.
"안녕!"
대나무 숲에서 놀던 참새 한 마리가 달팽이를 보고 인사하자
"안녕!"
달팽이도 인사했다.
"여기까지 어떻게 올라왔어?"
참새는 대나무 끝자락에서 본 달팽이가 신기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기어 올라왔지."
하고 달팽이가 대답하자
"정말이야!
무당벌레나 개미가 올라오는 건 봤는데 달팽이는 처음이야."
하고 참새가 말했다.
"무당벌레랑 개미도 올라왔다고?"
"응!
개미는 자주 올라오는데 무당벌레는 한 번 봤어."
참새는 그동안 대나무 숲에서 본 이야기를 해주었다.
"또!
꼭대기까지 올라온 게 누구야?"
달팽이는 궁금했다.
"모기, 파리, 사슴벌레, 풍뎅이가 있었지."
참새는 그동안 본 곤충들을 말했다.
"달팽이는 처음이지?"
하고 달팽이가 묻자
"응!
달팽이는 처음이야.
달팽이가 대나무 끝까지 올라왔다고 하면 아무도 안 믿을 거야."
하고 참새가 말했다.
달팽이는 행복했다.
대나무 끝자락에서 만난 참새를 통해 들은 이야기도 즐거웠다.
세상이 넓다는 걸 스스로 본 달팽이는 새로운 꿈을 꿀 수 있었다.
"이제!
내려갈 거야."
달팽이가 참새에게 말하자
"여기서 뛰어내려!
몇 초만에 내려갈 수 있을 거야."
하고 참새가 말하자
"아니야!
난 쉽게 내려가고 싶지 않아.
천천히
내려가고 싶어."
하고 달팽이가 말하자
"그건!
바보나 하는 짓이야.
쉽게 갈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어렵게 가려고 하다니."
참새는 달팽이가 이해되지 않았다.
"날!
바보라고 놀려도 좋아.
천천히
세상을 구경하며 내려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아."
하고 말한 달팽이는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조심해!
떨어져도 죽지는 않을 거야."
참새도 달팽이를 말릴 수 없었다.
"고마워!"
달팽이는 참새와 헤어진 뒤 천천히 대나무를 내려왔다.
"<찰떡>!"
영수네 마당 앞에 서 있는 <찰떡>이 보였다.
휘청거리는 대나무 위에서 잠시 쉬던 달팽이가 불렀다.
"달팽아!"
하고 부른 <찰떡>이 대나무 숲을 향해 달렸다.
"이제 내려오는 거야?"
대나무 숲에 도착한 <찰떡>이 고개를 들고 물었다.
"응!
내려가고 있어."
달팽이가 대답하자
"대나무 꼭대기에서 뭘 봤어?"
하고 <찰떡>이 물었다.
"참새를 만났어!
대나무 끝까지 무당벌레랑 개미도 올라왔었데."
하고 대답하자
"뭐라고!
무당벌레랑 개미가 대나무 끝까지 올라왔다고."
"응!
나도 놀랐어.
내가 처음인 줄 알았더니 아니었어."
"모기, 사슴벌레, 풍뎅이, 파리도 올라왔었데."
"뭐라고!
모기랑 파리도 올라왔다고."
"응!"
"그랬구나!"
<찰떡>은 대나무 꼭대기까지 오르지 못한 게 후회스러웠다.
"다음에!
나도 다시 올라갈 거야."
<찰떡>은 언젠가는 대나무 끝까지 올라가고 싶었다.
"꼭 올라가 봐!
새롭게 느끼는 게 있을 거야.
포기하지 말고 도전하길 바랄게.
나도 높은 곳에서 넓은 세상을 보니까 꿈이 생겼어."
하고 달팽이가 말했다.
"알았어!
꼭 도전해 볼게."
<찰떡>도 언젠가는 대나무 꼭대기까지 올라가고 싶었다.
"난!
내일 아침이나 되어야 땅바닥에 도착할 거야.
돌아가도 괜찮아."
하고 달팽이가 말하자
"아니!
내려올 때까지 기다릴게."
하고 말한 <찰떡>이 다시 옆 대나무를 오르기 시작했다.
달팽이는 말리지 않았다.
<찰떡>이 대나무를 올라오는 게 좋았다.
도전은 혼자 했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찰떡>이 있어서 좋았다.
대나무 숲에 달빛이 환하게 비췄다.
가끔 꼼지락거리며 대나무를 내려오는 달팽이 그림자가 보였다.
"잠깐!
내려갔다 올 게."
하고 말한 <찰떡>이 대나무를 내려갔다.
"알았어!"
달팽이는 <찰떡>이 오지 않아도 괜찮았다.
혼자 대나무를 내려와도 외롭거나 힘들지 않았다.
"히히히!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찰떡>은 들판에서 들꽃을 꺾었다.
예쁜 꽃다발을 만들었다.
달팽이가 땅바닥에 도착하면 줄 생각이었다.
"좋아! 좋아!"
<찰떡>은 꽃다발을 들고 신나게 달렸다.
대나무 숲을 향해 달리는 찰떡 머리 위로 둥근 보름달이 따라 움직였다.
"어디쯤이야!"
대나무 숲에 도착한 찰떡이 달팽이에게 물었다.
"여기!"
"와!
많이 내려왔구나."
<찰떡>은 느린 달팽이가 갑자기 빠른 달팽이처럼 느껴졌다.
"생각보다 빠르다!"
"정말!"
"응!
올라갈 때는 조금씩 조금씩 올라갔는데 내려올 때는 생각보다 빠른 것 같아."
<찰떡>은 보름달이 지기 전에 달팽이가 땅바닥에 도착할 것 같았다.
"내려오는 게 더 어려운 것 같아!
힘을 조절하지 않으면 떨어질 것 같아서 무서워."
달팽이는 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때 더 무서웠다.
그냥!
참새가 말한 것처럼 뛰어내렸다면 무서운 일은 없었을 것이다.
"조심해!
달빛이 비쳐주니까 더 멋지다."
<찰떡>은 대나무 가지 사이로 들어온 달빛이 달팽이를 비추는 게 보기 좋았다.
"봐봐!
내가 기지개를 켤 테니."
하고 말한 달팽이가 더듬이를 길게 늘어뜨리고 기지개를 켰다.
"와!
그림자가 몇 배나 커졌다."
<찰떡>은 기지개를 켜고 춤추는 달팽이를 봤다.
"너무!
멋지다."
<찰떡>은 달빛을 타고 흐르는 달팽이 그림자가 신기했다.
길어진 몸이 갑자기 짧아지기도 했다.
또
가느다란 그림자가 뚱뚱한 그림자가 되었다.
"빛과 그림자!
춤추는 달팽이."
<찰떡>은 대나무에서 춤추는 달팽이가 좋았다.
"나도!
다음에 올라가면 춤춰야지."
<찰떡>도 춤추는 달팽이처럼 대나무를 붙잡고 춤추고 싶었다.
달이 서쪽으로 기울자 달팽이는 땅바닥에 도착했다.
"선물이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올라간 걸 축하해."
하고 말한 <찰떡>이 꽃다발을 달팽이에게 주었다.
"고마워!"
달팽이는 행복했다.
느리게 사는 게 빠르게 사는 것보다 훨씬 행복하다는 걸 알았다.
<찰떡>은 달팽이를 등에 업고 집으로 향했다.
달팽이가 사는 영수네 집 감나무 밑으로 데려다주었다.
"잘 자!"
"안녕!
꽃다발 고마워."
달팽이는 <찰떡>에게 인사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꽃향기가 집안에 가득했다.
"와!
향기가 너무 좋아."
달팽이는 꽃향기에 취해 행복한 잠을 청할 수 있었다.
몇 달 후
<찰떡>이 대나무를 오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달팽이가 있었다.
춤추는 달팽이 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