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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작가 김동석 Apr 08. 2022

함부로 까불지 마!

달콤시리즈 147

함부로 까불지 마!





은빛 숲!

그곳에 사는 고양이 토토에게 별명이 있다.

바로

못된 고양이라는 별명이었다.

고양이를 괴롭히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동물도 괴롭혔다.

특히

닭이나 오리는 물어 죽이기까지 했다.

어제는

토끼 새끼를 물고 이리저리 끌고 다녔다.


"토토!

세상에서 제일 못된 고양이!"

라며 세라는 말썽 피우는 토토만 보면 소리쳤다.


"세상에서!

나보다 못된 고양이 있으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토토도 더 못된 고양이가 되려고 노력했다.


"히히히!

오늘도 빨랫줄 위에 올라가 놀아 볼까!"

토토는 슬그머니 세라가 사는 집 울타리로 올라갔다.

마당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토토는 울타리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

신나게 달려 마당 끝자락에 있는 빨랫줄 위로 올라갔다.


"히히히!

세라가 입는 코트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 볼까!"
토토는 세라가 널어 논 긴 코트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 몸을 숨겼다.


"히히히!
이렇게 길게 늘어나니까 좋아!"

세라가 입는 코트는 토토의 무게 때문에 길게 늘어났다.


"어디 볼까!

볼게 너무 많은 세상!

나는 높은 곳에서 세상을 보는 게 좋아!"

토토는 제일 높은 곳에 올라 멀리 세상을 보는 게 취미였다.




"저기!

들쥐가 한 마리 나왔군!"

토토는 들판 모퉁이에서 들쥐 한 마리가 얼굴을 내밀고 쥐구멍에서 나오는 것을 봤다.


"저 녀석을 잡아먹을까!"
하고 생각한 토토는 코트 주머니에서 나와 제일 높은 빨랫줄 위로 올라갔다.


"어디로 숨었지!"

조금 전에 본 들쥐가 보이지 않았다.


"쥐구멍으로 들어갔을까!"

토토는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가며 들쥐를 찾았다.


"토토!"

마루에 나온 세라가 빨랫줄 위에 앉아있는 토토를 봤다.


"토토!

이 못된 고양이!

당장 내려오지 못해!"

하고 외치더니 마루에서 내려와 신발도 안 신고 토토에게 달려갔다.


"히히히!

도망치면 되지!"

토토는 빨랫줄에서 내려와 들판으로 도망쳤다.


"잡히기만 해!

넌 혼날 테니까."

세라는 축 늘어진 코트를 바로 널고 방으로 들어갔다.




"어디 숨었을까?

숨어도 내가 찾아내지."
토토는 들판으로 달려 가 숨은 들쥐를 찾았다.


"못된 고양이가 또 오셨군!"

똥을 굴리던 쇠똥구리가 외치자


"똥만 굴리는 주제에!

감히!

내 앞을 가로막아!

저리 가지 못해!"

하고 말한 토토는 쇠똥구리가 굴리고 가는 똥을 발로 찼다.


'푸지직! 푸지직!'

똥 가루가 여기저기 떨어졌다.


"좋아! 좋아!"

들꽃들은 똥거름이 떨어지자 좋았다.


"넌!

정말 못된 고양이야.

조심해!

언젠가는 내가 똥을 입안에 가득 먹일 테니까."

하고 쇠똥구리가 말하자


"이게!

죽고 싶어."

너 같은 녀석은 한 방에 죽여 버릴 수도 있어!"

하고 토토가 말했다.


"너 같은 녀석이라고!

똥 맛을 못 봐서 날 무시하는 군."

쇠똥구리는 들판에서 무서운 게 없었다.


"까불면 혼난다!

아니 죽는다.

그러니까

함부로 까불지 마!"

하고 못된 고양이가 말하자


"이거나 쳐 먹어라!"

하고 말한 쇠똥구리가

주머니에서 똥을 한 주먹 꺼내 토토에게 던졌다.


"으악!

이게 뭐야.

지독해!

너무 지독해."

쇠똥구리가 던진 똥이 토토 얼굴에 정확히 맞았다.


"눈도 안 보여!

아무것도 안 보인다고.

퉤! 퉤!"

토토는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눈에 똥 가루가 들어간 것 같았다.


"평생 못 보고 살 거야!

이 못된 고양이야."

하고 말한 쇠똥구리는 들판으로 똥을 찾으러 갔다.


"넌!

죽었어.

내가 가만 두지 않을 거야!"

하고 말한 토토는 눈 감고 조심조심 호수로 향했다.




"봤지! 봤지!"

들판에 키가 가장 큰 민들레꽃이 말하자


"나도 봤어!"


"나도! 나도!"


"나도 봤어!

똥이 얼굴에 정확히 맞았어."

하고 나비가 말하자


"이제

눈이 안 보일까!"

민들레꽃이 말했다.


"설마!

호수에서 세수하고 나면 다시 보일 거야."

똥을 먹던 파리가 한 마디 했다.


"못된 고양이!

쇠똥구리에게 한 방 맞았어."

호랑나비가 들판을 돌아다니며 외쳤다.


"샘통이다!"


"역시!

들판에 신사 쇠똥구리야."

들판에 핀 꽃들은 모두 쇠똥구리를 좋아했다.


"똥을 찾아요!

쇠똥구리는 똥을 찾아요.

엿장수는 엿을 팔지만

나는 똥을 찾아요!"

들판에서 쇠똥구리는 노래 부르며 똥을 찾았다.


"여기!

나무 아래로 와."

나무 위에서 독수리가 외쳤다.


"똥 쌀 거야!"

하고 쇠똥구리가 묻자


"그래!"

하고 대답한 독수리가


'부지직! 부직! 부직!'

나뭇가지에서 똥 싸는 소리가 났다.


"으악!

너무 지독해."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던 개미들은 독수리 똥냄새에 기절할 뻔했다.


"빨리!

모두 내려 가."

개미대장은 나뭇가지를 타고 올라오는 개미들을 피신시켰다.


"도대체!
뭘 먹은 거야.

이렇게

지독한 냄새가 나다니!"

개미들은 나무에서 내려오며 코를 막았다.



그림 나오미 G





"고마워!"

인사를 한 쇠똥구리는 똥이 굳을 때까지 들판에 누워 노래 불렀다.


"똥을 찾아요!

쇠똥구리는 똥을 찾아요!

엿장수는 엿을 팔지만 나는 똥을 찾아요!

여러분은 똥만 싸면 돼요!

치우는 건 쇠똥구리가 할 테니!"

들판에 핀 꽃들도

쇠똥구리가 노래 부르면 같이 따라 불렀다.


"독수리 똥은 우리에게 주세요!"

 할미꽃이 쇠똥구리에게 말했다.


"할미꽃님!

죄송해요.

독수리 똥은 민들레가 먼저 예약했어요."

하고 쇠똥구리가 대답했다.


"할 수 없지!

그럼 다음에 꼭 독수리 똥 부탁해."

하고 할미꽃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쇠똥구리는 독수리 똥을 굴리며 멀리 들판에 서 있는 민들레에게 갔다.




"코코!

똥통에 빠졌다며?"

못난 고양이 차차가 코코를 보고 묻자


"그런!

소문은 어디서 들었어.

이봐!

똥통에 빠져도 난 너보다 훨씬 잘 생겼으니까 걱정 마."

호수에서 세수하고 들판으로 달려가며 코코가 말했다.


"쇠똥구리 찾는 거야?"

하고 차차가 물었다.


"그래!

오늘 죽여버릴 거야!"

코코는 화가 난 듯 보였다.


"넌!

쇠똥구리에게 가 봤자

또 똥만 먹거나 똥에 맞고 올 거야!"

하고 차차가 말했다.


"웃기지 마!

오늘 쇠똥구리 죽는 날이야!"

하고 말한 토토는 들판을 신나게 달렸다.


"똥!

똥똥!

똥만 먹고사는 쇠똥구리!"

토토는 쇠똥구리를 부르며 들판을 달렸다.


"저 녀석이 또!

똥으로 한 대 더 맞아야 정신 차리겠군!"

쇠똥구리는 주머니에서 아주 독한 스컹크 똥을 한 주먹 움켜쥐었다.


"가까이 오기만 해!"

쇠똥구리는

이번에도 스컹크 똥을 못된 코코 얼굴을 향해 던질 생각이었다.


"내게 똥을 던져!

넌!

오늘 내가 죽여줄 거야!"
하고 씩씩거리며 토토가 쇠똥구리가 누워있는 들판을 향해 달려왔다.


"빨리! 피해!"

나비가 도망가며 외쳤다.


"빨리!

도망 가!"

개미들도 쇠똥구리가 걱정되었다.


들판에서 사는 곤충들이 외쳤다.

들판에 핀 꽃들도 쇠똥구리가 빨리 도망치기를 원했다.

하지만

쇠똥구리는 노래 부르며 멀리서 달려오는 토토를 힐끗 쳐다봤다.




"이 녀석이!

어디 있지?"

토토는 발을 높이 쳐들고 쇠똥구리를 찾았다.


"똥!

똥만 먹는 쇠똥구리!

어디에 숨은 거야!"

하고 토토가 크게 외치자


"날!

찾는 거야."

하고 누워있던 쇠똥구리가 일어나 토토를 향해 외쳤다.


"그래!

똥만 먹는 주제에!

감히

내게 똥을 던져!"

하고 말한 토토는 날카롭고 긴 발톱을 꺼냈다.


"못된 고양이 주제에!

까불기는!"

하고 말한 쇠똥구리는 주머니에서 스컹크 똥을 한 주먹 꺼내 토토에게 던졌다.


"으악!

이건 무슨 똥이야.

냄새가 지독해!

너무 지독해!"

하고 말하며 토토는 들판에 쓰러졌다.


"똥 맛도 모르면서 까불기는!"

쇠똥구리는 한 마디 하고 노래 부르며 집으로 갔다.




"못된 고양이 토토가 쓰러졌다!"

꿀벌과 나비가 들판을 돌아다니며 외쳤다.


"뭐라고!

토토가 쓰려졌다고!"


"그럴 줄 알았어!

그 못된 고양이 혼날 줄 알았어."


"쇠똥구리가 최고야!"


"이게 무슨 꼴이람!"

정신을 차린 토토는 너무 창피했다.

얼굴에 묻은 똥을 손으로 닦으며 일어났다.


"으악!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우웩! 우웩!"

토토는 일어나며 지독한 똥 냄새 때문에 토하고 말았다.


"이사 가야지!"

토토는 개울가 쓰러져 가는 방앗간으로 이사 갔다.


"못된 고양이가 이사 갔다!"

쥐구멍에서 나온 들쥐 한 마리가 이사 가는 못된 토토를 본 뒤 뛰어다니며 외쳤다.


"토토가 이사 갔다고!"


"그래!

못된 고양이 토토가 이사 갔다!"

들쥐는 들판에 대장이 된 것처럼 신나게 뛰어다니며 외쳤다.


"안녕!

못된 고양이 토토야!"

어둠 속에서 달빛이 토토를 찾았다.


"나랑!

그림자놀이할까?"

하고 달빛이 묻자


"싫어요!"

토토는 모든 게 싫었다.

노는 것도 누굴 괴롭히는 것도 싫었다.


"왜!

내가 쇠똥구리 그림자를 보여줄 테니

복수를 해야지!"

하고 달빛이 말하자


"싫어요!

싫다니까요!"

하고 외친 못된 토토는 방에 들어가 문을 잠갔다.


"히히히!

이게 쇠똥구리 그림자야!"

하고 말한 달빛이 못된 토토의 방 창문에 그림자를 비췄다.


"싫어요!

저리 가요!"
토토는 더 크게 소리치며 이불속으로 고개를 처박고 숨었다.


"히히히!

똥만 굴리는 쇠똥구리 그림자도 멋지지!"
달빛은 어둠 속에서 더 감미롭게 말했다.


"싫어요!

저리 가요!"

토토는 서랍을 열더니 검은 천을 꺼내 창문을 막았다.


"히히히!

못된 고양이가 무서워하는 것도 있다니!"

달빛은 캄캄한 밤에 그림자놀이를 하고 싶었는 데 할 수 없었다.


못된 고양이 토토가 사라진 들판은 아주 평화로웠다.

가끔 들쥐들이 신나게 뛰어놀다 예쁜 꽃들을 망가뜨렸다.


"미안! 미안!"

들쥐는 꽃이 망가지면 미안하다고 말했다.


토토는 캄캄한 밤에 들판을 뛰어다니는 게 좋았는 데 그것도 할 수 없었다.

달빛과 그림자밟기 놀이도 했었는데 그것도 무서웠다.


토토는 꿈속에서도 쇠똥구리를 만났다.


"똥!

똥을 함부로 무시하지 마!"

쇠똥구리는 토토에게 한 마디 하고 사라졌다.


"도대체!

아직도 똥 냄새가 나다니!

무슨 똥이길래 이렇게 냄새가 지독할까!"

토토는 하루에도 수십 번 세수를 했지만 얼굴에서 똥 냄새가 났다.


"윽!

지독한 냄새.

비누를 바꿔야 하나!"

토토는 오늘도 냄새나는 얼굴을 씻기 위해 개울가로 향했다.




"토토!

이 녀석이 어디로 갔지!"

세라는 요즘 토토가 보이지 않자 걱정되었다.


"어디서 또 말썽 피울까!"

세라는 금방 나타나는 토토였지만 며칠 동안 나타나지 않자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토토!

못된 고양이라도 나는 좋아!"
하고 세라는 마당을 막고 있는 울타리 너머를 향해 외쳤다.


은빛 숲이 보이는 들판에 머물던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들쥐들이 들판을 휘졌고 다니며 못된 들쥐들이 돼가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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