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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작가 김동석 May 11. 2024

이게 뭔지 아니!

착각에 빠진 동화 402

이게 뭔지 아니!




들판에 핀 할미꽃!

아름다움을 응축하고 있는 듯했어요.

할미꽃은 세상을 바꾸겠다는 노래를 하고 있었어요.

나와 너!

우리의 힘으로 바꿀 수 없는 세상을 바꾸겠다니 우스웠어요.

할미꽃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기세등등하게 꽃을 피우고 꽃씨를 만들어 갔어요.




할미꽃



꽃이 사라졌어요!

보라색 꽃잎은 말도 없이 사라졌어요.

하얀 솜사탕을 만들며 영글어가는 꽃씨를 위한 시간이 필요했어요.

예쁜 꽃을 누군가 꺾어간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었어요.

할미꽃은 꽃씨를 들어갔어요.

그리고

바람을 기다렸어요.


"할미꽃!

바람이 불어.

저쪽에서 불어오는 바람 소리를 들어 봐.

떠날 거야?"

노란 민들레가 물었어요.


"아니!

아직 꽃씨가 영글지 않았어.

뜨거운 햇살이 더 필요해.

다음 바람이 불면 떠날 거야."

하고 할미꽃이 대답했어요.


할미꽃씨/확대




소녀가 걸어왔어요.

하얀 할미꽃을 본 소녀는 꽃씨가 영글기를 기다렸어요.


"할미꽃!

꽃씨를 단단하게 영글었구나.

이제

어디든 날아가도 잘 자라겠어.

할미꽃!

꽃씨가 필요해.

정원에 심을 거야!

조금만 가져갈 게."

하고 말한 소녀가 하얀 솜사탕 꽃씨 앞에 앉았어요.


"정말이죠!

꽃씨를 가져가 정원에 심는단 말이죠.

믿어도 될까요!"

하고 바람을 기다리던 할미꽃이 말했어요.


"응!

정원에 심을 거야.

내년에 꽃이 피고 씨앗이 영글면 친구들에게도 나눠 줄 거야."

하고 소녀가 대답했어요.



할미꽃씨



소녀는 하얀 할미꽃씨를 한 움큼 손으로 붙잡았어요.

솜사탕처럼 부드럽고 끈적거리는 것 같았어요.

소녀는 한 움큼 손에 쥔 할미꽃씨를 예쁜 그릇에 담았어요.


"고마워!

내년에 할미꽃이 피면 알려줄게."

소녀는 할미꽃씨가 담긴 그릇을 들고 말했어요.


"고마워요!

내년에 꽃이 활짝 피면 좋겠어요."

바람을 기다리던 할미꽃도 기분이 좋았어요.


소녀는 돌아갔어요.

할미꽃도 마지막 남은 하얀 꽃씨를 안고 바람을 기다렸어요.


"할미꽃!

바람이 불어.

산 너머에서 불어오는 바람이야.

이번에 떠날 거야?"

하고 하얀 민들레 꽃씨가 물었어요.


"응!

얼마 남지 않았지만 떠날 거야.

민들레!

나랑 같이 떠날래?"

하고 할미꽃이 물었어요.


"좋아!

외롭고 힘들지 않을 거야.

같이 떠나는 친구가 있어 좋아.

할미꽃!

어디든 좋아."

하고 하얀 민들레 꽃씨가 말했어요.


서늘한 바람이 불었어요.

할미꽃과 민들레는 바람에 꽃씨를 싣고 먼 길을 떠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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