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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작가 김동석 May 26. 2024

시골 할머니가 보낸 택배 상자!-3

상상에 빠진 동화 0490 착한 고양이!

3. 착한 고양이!




선아가 키우는 고양이 <미미>!

말썽꾸러기가 된 뒤로 엄마에게 잔소리 듣는 신세가 되었다.

모두가 외출하면 집안에 있는 물건을 깨뜨리거나 물어뜯어 망가뜨리는 게 취미었다.

선아도 말썽꾸러기 미미가 싫을 때도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미미가 착한 고양이가 되었다.

시골에 내려간다는 말을 들어도 짜증 부리지 않았다.

집안에 있는 물건을 망가뜨리는 일도 없었다.

배고프면 나와서 화장실 앞에 놓여있는 사료와 물을 먹고 소파 밑에 들어가 잠자는 고양이가 되었다.

엄마 아빠도 얌전해진 미미를 좋아했다.


"양말도 물어뜯지 않아!

엄마 핸드백이나 스카프도 물어뜯지 않아!

화분을 넘어뜨리거나 깨지도 않아!

미미!

넌 꼴통 아니구나."

선아는 어른이 된 미미가 맘에 들었다.


"아니!

난 꼴통이라고요.

내가

다시 꼴통 짓을 할 테니까요.

조심해요!"

미미는 요즘 사춘기를 겪고 있는 듯했다.


"뭐라고!

다시 꼴통 짓을 할 거라고?"


"히히히!

내가 앞으로 더 재미있는 짓을 할 테니까 두고 보세요."

미미는 계획이 있었다.

냉장고 위에도 올라갈 거고 침대 밑에 넣어둔 전기장판도 물어뜯을 생각이었다.


"미미!

아니 꼴통.

그냥!

먹고 자고 하면 안 될까."

선아는 미미가 요즘처럼 조용히 지냈으면 했다.


"히히히!

조용히 살 수는 없어요.

사람들이 고양이와 함께 공존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저는 더 많은 꼴통 짓을 할 거예요."

미미는 사람들과 함께 공존하는 고양이가 되고 싶었다.


"넌!

그런 말을 어디서 들었어?"

선아는 미미가 말한 공존에 대해 물었다.


"히히히!
뉴스에서 들었어요.

사람들은 반려동물이나 개 고양이를 제일 많이 키우지만

또 많이 싫어한다는 것을 알았어요."


"미미!

넌 시골에 가서 살아야겠다.

엄마 말이 맞았어."

선아는 미미가 말썽을 부릴 때마다 걱정되었다.


"히히히!

시골에 가서 사는 게 더 좋다니까요."

미미는 엄마고양이가 있는 시골이 좋았다.

어른 고양이가 된 뒤에도 태어난 곳이 생각났다.

따뜻한 드럼통 보금자리가 그리웠다.


"미미!

다음 달에 할머니 집에 갈 거야.

그때!

널 데리고 갈 거야.

엄마고양이를 만날 수 있을 거야."

하고 선아가 말하자


"정말이죠!

엄마가 사는 시골에 데려가는 거죠."


"그래!

데리고 갈 테니까 말썽 그만 피워."

선아는 얌전한 미미가 되었으면 했다.


"히히히!

얌전한 고양이가 되면 더 심심할 거예요."

미미는 꼴통 짓을 하면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들이 좋았다.


"아니!

꼴통 짓을 안 해도 좋아."

선아는 없는 것처럼 있는 미미였으면 했다.


"히히히!

그래도 가끔 꼴통 짓을 해야 나도 살아갈 수 있어요."

미미는 날카로운 발톱을 사용할 수도 없는 도시에서 사는 게 싫었다.

하지만 위험한 사고는 치지 않을 생각이었다.


시간은 흘러 여름방학이 되었다.

선아는 엄마 아빠와 함께 시골 할머니댁에 갈 준비를 했다.

짐을 케리어 가방에 다 넣은 뒤 선아는 멍하니 서 있는 미미와 눈이 마주쳤다.


"미미!

너도 갈 거지.

엄마고양이 만나고 싶지?"


"야옹!

저도 시골에 가고 싶어요.

엄마도 만나고 싶어요."


"그래!

엄마고양이가 널 기억할지 모르겠다."

하고 말한 선아는 미미에게 줄 사료를 챙겼다.


"미미!

시골 가니까 좋아?"

미미를 안고 아빠 차에 올라탄 뒤 선아가 물었다.


"히히히!

아주 좋아요.

엄마는 살아있을까요?"

미미는 엄마고양이가 보고 싶었다.


"<깡통>!

잘 살고 있다고 할머니가 말했어."

하고 선아가 말하자


"날 알아볼까요?"

어른이 다된 미미는 엄마고양이가 알아보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글쎄!

널 나쁜 고양이라 생각하고 물어뜯을지도 몰라."


"뭐라고요!

새끼를 물어뜯는 고양이가 어디 있어요."

미미는 놀란 눈으로 선아를 보고 말했다.


"오랫동안 보지 않았으니까 널 새끼라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어.

그러니까 조심해!"

선아는 미미를 데리고 가지만 조금 걱정되었다.


"히히히!

제가 엄마 새끼라고 말하면 되죠.

그리고

드럼통이나 그곳에서 태어난 다섯 마리 새끼 고양이 이야기를 하면 알아볼 거예요."

미미는 자신 있었다.

엄마고양이가 새끼를 알아보지 못하면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이야기를 해줄 생각이었다.


"미미!

웬일이야.

그건!

꼴통 짓이 아닌데."

선아는 달라진 미미가 신기했다.


"엄마를 만나러 가는 데!

꼴통 짓을 하면 안 되죠."

미미는 엄마고양이가 보고 싶었다.


"선아야!

미미가 알아듣는 것 같아?"

운전하던 아빠가 물었다.


"네!

이 녀석이 꼴통 짓을 하지만 내 말은 알아듣는 것 같아요."

하고 말하자


"히히히!

내가 사람 말을 어떻게 알아들어요."

하고 미미가 말했다.


"허허허!

그 녀석 사람 말을 다 알아듣는구나."

하고 아빠가 웃으며 말했다.


"모른다니까요!

정말 못 알아들어요."

미미가 또 꼴통 짓을 하기 시작했다.


"알았어!

고양이가 사람 말을 알아들으면 고양이가 아니지."
하고 아빠가 말하자


"네!

맞아요.

고양이가 고양이 말을 알아들어야지 사람 말을 알아들으면 안 되죠."

하고 미미가 말했다.


"미미!

넌 정말 꼴통 고양이구나."

하고 조수석에 앉은 엄마가 말했다.


"맞아요!

저는 꼴통이에요.

꼴통 고양이가 딱 맞아요."

하고 미미가 말했다.


"미미!

그만 말해야겠다."

하고 선아가 미미의 수다를 막았다.


"히히히!
내가 말할 때마다 두렵죠."

미미가 선아를 보고 말하자


"그래!

너무 두렵다.

또 무슨 꼴통 짓을 할까 무섭다."

하고 선아가 말했다.


자동차가 고속도로를 달리자 선아는 잠이 들었다.

미미도 눈을 감았다.

어지럽고 멀미가 나는 것 같았다.

잠이 든 미미는 꿈속에서 엄마를 만났다.

드럼통 속에서 엄마 젖을 빨고 있는 새끼고양이 미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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