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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작가 김동석 May 20. 2024

꽃다발 든 소녀!

상상에 빠진 동화 0490

꽃다발 든 소녀!





그날 밤!

소녀는 꽃바구니 들고 집을 나왔어요.

집에서 조금 떨어진 꽃밭으로 가는 오솔길을 걸었어요.

소녀가 넘어지지 않게 달빛은 환하게 길을 비췄어요.


"꽃을 꺾으러 가겠지!

오늘은 어떤 꽃을 꺾을까 궁금하다.

그렇지!

오늘 밤에 그 녀석에게 꽃다발을 선물하는 날이야."

하고 달빛이 속삭이듯 말했어요.


소녀는 콧노래를 부르며 오솔길을 걸었어요.

바닷가를 끼고 걷는 오솔길은 아름다웠어요.

잔잔한 파도가 일 때마다 풀숲에서 벌레들이 꿈틀거리는 소리가 들렸어요.

소녀는 무섭거나 두렵지 않았어요.

엄마 아빠와 걷던 오솔길이라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알았어요.


"조심해!

그곳은 파도가 높단 말이야."

풀숲에서 나온 무당벌레가 소녀 그림자 발목을 붙잡고 외쳤어요.


"고마워!

파도에 휩쓸려 바다에 들어가지 말고 풀숲에 들어가 잠이나 자."

하고 소녀가 말했어요.


"오늘도 꽃다발 선물할 거지!"

하고 풀숲으로 들어가던 무당벌레가 고개를 돌리며 소녀에게 말했어요.

소녀는 대답이 없었어요.


멀리

꽃밭이 보였어요.

달빛이 유난히 밝게 보였어요.

낮보다 환한 것 같았어요.


"어둠은 어디로 갔을까!"

소녀는 꽃밭을 거닐며 생각했어요.


소녀는

유채, 튤립, 수선화, 민들레, 할미꽃, 라일락 꽃을 꺾었어요.

마지막 꽃밭으로 향했어요.

들판에 핀 모든 꽃을 모아 꽃다발을 만들어 선물할 계획이었어요.

달빛은 소녀가 넘어지지 않게 더 환하게 길을 비췄어요.


"고마워요!

마지막 꽃만 꺾으면 돌아갈게요."

소녀는 밤하늘을 쳐다보며 달님과 별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어요.

달빛이 환하게 비추는 꽃길을 걸어 마지막 꽃밭으로 향했어요.



그림 이효리



도리포항 바다에 파도가 일었어요.

보름달이 뜨는 날이면 잔잔한 바다에 파도가 일었어요.

낙지대장이 파도를 타고 춤추는 날이었어요.

도리포항 바다에서 자란 낙지대장은 큰 꿈이 있었어요.

대왕문어가 되는 꿈이었어요.

그런데

그 꿈을 포기했어요.

도리포항 바다를 떠날 수 없었어요.

꽃다발을 선물하는 소녀 때문이었어요.

도리포항 해안가에 사는 소녀는 파도 타는 낙지대장을 만난 적 있었어요.

그 소녀는 낙지대장의 꿈을 들을 수 있었어요.

더 깊은 바다로 나가 대왕문어가 되겠다는 낙지대장의 꿈을 듣고 소녀는 슬펐어요.

도리포항 바다에 사는 낙지들이 낙지대장을 따라 모두 떠날 것만 같았어요.


"낙지대장!

이곳을 떠나면 어떡해.

어부들은 낙지를 잡아 팔고 김을 양식해 팔아야 살아갈 수 있어.

낙지대장!

제발 도리포항 바다를 떠나지 말아 줘."

소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파도 타는 낙지대장에게 말했어요.


"난!

꿈이 있단 말이야.

대왕문어가 되고 싶어.

더 넓고 깊은 바다에 나가 살아가고 싶어."

낙지대장은 꿈을 포기하지 않았어요.


"안 돼!

낙지대장이 떠나면 도리포항구도 바다도 사라질 거야.

낙지 새끼들이 안전하게 자라는 바다가 사라질 거란 말이야.

제발!

도리포항 바다를 떠나지 말아 줘."

소녀는 글썽이며 낙지대장에게 말했어요.


"난!

꿈이 있다니까.

대왕문어가 될 거야.

그러니까

더 이상 날 유혹하지 마.

난!

넓고 깊은 바다로 나갈 거야."

하고 낙지대장은 높은 파도를 타며 외쳤어요.


"제발!

도리포항 바다를 떠나지 말아 줘.

보름달이 뜨는 날마다 아주 예쁘고 아름다운 꽃을 선물할 게.

제발!

낙지는 문어가 될 수 없어.

넓은 바다로 나가는 순간 죽게 될 거야."

하고 소녀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어요.


"아니야!

절대로 죽지 않아.

난!

대왕문어가 되어 이곳으로 다시 돌아올 거야."

하고 말한 낙지대장이 높은 파도 위에서 춤추며 외쳤어요.


"바보!

이곳을 떠나면 죽는단 말이야.

낙지는 문어가 될 수 없어.

낙지는 도리포항 바다에서 살아야 오래 살 수 있어.

제발!

이곳을 떠나지 말아 줘."

하고 소녀는 높은 파도를 타고 멀어져 가는 낙지대장을 향해 외쳤어요.

그 뒤로

낙지대장은 보름달이 뜨는 밤에 나타나지 않았어요.

넓고 깊은 바다로 나갔다는 소문이 도리포항구에 퍼졌어요.

어부들은 낙지대장이 떠난 줄도 몰랐어요.


"낙지가 잡히지 않아!

씨가 말랐어.

바다가 이상해.

낙지를 잡아 팔지 못하면 아이들 교육비는 어떡하지!"

어부들은 낙지가 잡히지 않자 걱정이 많았어요.


소녀는 알았어요.

낙지대장이 도리포항 바다를 떠날 때 새끼 낙지들도 함께 떠났어요.

도리포항 바다에서 낙지가 잡히지 않자 어부들의 한숨 소리도 높아만 갔어요.


"김!

양식이라도 잘 되어야 할 텐데.

낙지가 잡히지 않는 뒤로 김 양식도 시원찮아.

어떡하지!

이곳을 떠나야 하나."

소녀의 아빠도 자녀들을 키우기 위해 고민했어요.

낙지와 김 양식을 실패한 어부들이 하나 둘 도리포 항구를 떠났어요.


소녀는 낙지대장을 데려올 궁리를 했어요.

도리포항 앞바다에 낙지대장만 돌아온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 같았어요.



그림 이정원



넓은 바다!

그곳에 대왕문어가 살았어요.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대왕문어였어요.


"히히히!

오늘은 어떤 요리를 할까.

고등어, 참치, 꽁치, 갈치는 맛없어.

상어, 연어, 곰치, 오징어, 가오리도 맛이 없어.

뭐!

특별한 것이 없을까."

대왕문어는 바다를 어슬렁 거닐며 먹을 것을 생각했어요.


"대장!

저기 대왕문어가 있어.

가까이 가보자."

어린 낙지 한 마리가 낙지대장에게 말했어요.


"정말!

대왕문어다.

멋지다!"

낙지대장도 대왕문어를 보고 놀랐어요.

자신의 몸과 비교하며 보고 또 봤어요.


"너무 크다!

내 모습이 초라해."

낙지대장은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대왕문어를 보고 또 봤어요.


"히히히!

너희들은 누구냐?"

대왕문어가 어린 낙지들을 보고 물었어요.


"난!

낙지.

낙지입니다.

도리포항 바다에서 왔어요."

하고 어린 낙지가 부들부들 떨며 말했어요.


"뭐!

낙지.

바다에 낙지도 살았던가.

처음 보는데 나랑 비슷하기도 하고!"

대왕문어는 놀랐어요.

자신과 비슷한 낙지를 보고 놀랐어요.


"그럼!

오늘은 낙지 요리를 해볼까."

하고 말한 대왕문어는 긴 다리를 이용해 주변에 있는 낙지들을 잡았어요.


"으악!

살려줘요."

하고 낙지들이 소리쳤지만 소용없었어요.


"히히히!

오늘은 특별 요리야.

낙지 요리를 바다 한가운데서 먹다니.

난!

역시 다의 대왕문어야."

하고 대왕문어가 외쳤어요.


간신히 몸을 피한 낙지대장은 놀랐어요.

수백 마리 낙지를 한꺼번에 잡아먹는 대왕문어를 보고 더 놀랐어요.

낙지대장은 어린 낙지들을 살려야 했어요.


"모두!

도리포항구로 돌아가자."

하고 낙지대장은 크게 외쳤어요.


낙지대장은 앞장서서 도리포 항구로 향했어요.

그 뒤로

살아남은 낙지들이 따랐어요.



그림 나오미 G



소녀는 바늘꽃밭에 도착했어요.

예쁜 바늘꽃을 꺾어 바구니에 담았어요.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어요.


"달님! 별님!

고맙습니다."

밤하늘을 보고 소녀가 말했어요.

달님 별님도 소녀를 보고 방긋 웃었어요.

소녀는 도리포항구를 향해 달렸어요.

<담미소> 카페 앞 바닷가에 서서 예쁜 꽃다발을 만들었어요.


"낙지대장!

오늘은 꽃다발이 너무 예뻐.

분홍바늘꽃도 활짝 피어서 꺾어 왔어.

도리포항 앞바다에 돌아온 걸 환영해.

낙지대장!

도리포항 어부들은 어린 낙지는 절대로 잡지 않을 거야.

만약!

어린 낙지를 잡는 어부가 있으면 내가 혼내줄 거야.

그리고 말이야!

양식하는 김도 맛있게 커갈 수 있도록 잘 부탁해.

낙지들이 춤추며 놀아서 이곳 김은 아주 맛이 좋아.

모두 낙지들 덕분이라고 생각해.

낙지대장!

도리포바다로 돌아와 줘서 고마워."

하고 말한 소녀는 예쁜 꽃다발을 들고 낙지대장을 기다렸어요.




소녀가 만든 꽃다발



보름달이 뜬 날!

살아 돌아온 낙지대장과 낙지들은 행복했어요.

사람들이 바다에 던진 꽃다발에서 꽃향기가 가득했어요.

낙지들은 꽃다발을 들고 춤췄어요.

낙지대장도 높은 파도를 타고 춤췄어요.

도리포항 바다에 축제가 열렸어요.

멋진 광경이었어요.


소녀는

낙지가 잡히지 않던 날부터 낙지대장이 돌아오길 간절히 기도하며 바다에 꽃다발을 선물했었어요.

그 꽃향기는 넓은 바다까지 바람이 전해줬어요.

어린 낙지들이 바다에서 길을 잃어도 도리포항구로 찾아올 수 있었어요.

바다에서 고기 잡는 어부들도 꽃향기만 맡고도 도리포항구를 찾아올 수 있었어요.


꽃밭에

분홍바늘꽃이 만발했어요.

낙지대장이 제일 좋아하는 꽃이었어요.

도리포항구에 사는 주민들과 어부들은 도리포항 앞바다에 낙지대장 조형물을 세웠어요.

소녀는 조형물에도 예쁜 꽃다발을 선물했어요.




낙지 조형물/도리포항



어른이 된 소녀는

도리포항구에 <담미소>라는 카페를 열었어요.

그리고

보름달이 뜨는 날 저녁!

바닷물이 달빛에 반짝반짝 빛났어요.

소녀는 예쁜 꽃다발을 들고 파도 타는 낙지대장을 기다렸어요.

낙지대장이 돌아온 뒤

도리포항 바다에서는 낙지도 많이 잡히고 양식하는 김도 많이 수확할 수 있었어요.




도리포항/풍어를 기원하는 할머니
담미소






동화작가 김동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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