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댄서가 된 헨리
7 댄서가 된 헨리.
헨리는
사람처럼 슬픔이나 기쁨 같은 건 모른다.
그냥 배불리 먹으면 되었다.
하지만
머스텡을 만난 뒤로 헨리의 삶이 달라졌다.
사람들처럼
기쁨도, 슬픔도, 행복도, 평등도, 자유로움도
조금씩 알게 되었다.
그래선지
다른 친구들과 다르게 살려고 노력했다.
“배가 부르니 춤추고 싶다!”
보름달이 뜬 밤!
제법 파도가 높았다.
헨리는
이런 날 춤추는 것을 좋아했다.
파도에 몸을 맡기고
리듬을 타는 재미가 있었다.
헨리는
파도를 타며 서서히 일어섰다.
오늘은
친구들도 부르지 않고 혼자 춤추기 시작했다.
“장관이다!
어쩌면 저렇게 아름다울까?”
헨리는 일어나
허리를 비비 꼬며 오르락내리락 춤추기 시작했다.
물장구를 치듯
파도를 다리로 때리며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너무 멋지다!”
마침 그곳을 지나던
상어 한 마리가 입맛을 다시며 외쳤다.
하지만
헨리에게 덤비지 않았다.
지난겨울
헨리를 잡아먹으려다 죽을 뻔했기 때문이다.
헨리는
몸을 비비 꼬며 일어나더니
하늘을 향해 먹물을 뿌렸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환상적인 아름다움이었다.
달빛과 어우러진 먹물이 반짝반짝 빛났다.
그림 심효린 계원예술고등학교 미술과
“하늘에서!
은하수가 떨어지는 것 같아.
멋져!
정말 아름답다.
뭐라고 해야 하나?
천사보다
더 아름다우니!”
헨리는 새처럼 날더니
양쪽으로 뻗은 다리를 힘차게 털었다.
주변에 있던 물고기들도 눈을 크게 뜨고 쳐다봤다.
“와!
새가 난다.”
높은 파도 위로 날아갔다.
헨리는 파도 위에 살며시 다리를 내려놓았다.
한 마리 공작새 같았다.
“혼자 춤추다니!”
독방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던 머스텡은 자기도 모른 사이에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4번 제1악장>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이 곡에 맞춰 헨리는 춤을 잘 췄다.
느린 곡인데도 파도 위에서 리듬을 잘 탔다.
밤바다는
춤을 추기에 알맞게 파도가 일었다.
‘딴 따 다 딴 따 다…….’
살포시 내려놓는 다리!
하늘을 향해
머리를 들고 돌리는 리듬을 타며 달콤하게 걸었다.
“이건!
헨리가 나를 연주하게 만든다.”
‘딴 따 딴 따…….’
한 발로 바닷물 위에 우뚝 서서 허리를 구부리고 온 몸을 몇 바퀴 돌렸다.
많은 문어들과 물고기들이 헨리의 춤 동작 하나하나를 따라 하며 움직였다.
하늘을 향해 먹물을 뿌리자 온 몸에 먹물이 입혀졌다.
커다란 문어 한 마리가 검정 옷을 입고 춤을 췄다.
악마처럼 보이기도 하고 저승사자처럼 보이기도 했다.
모자까지 쓴 걸 보면 귀곡 산장의 마녀 같기도 했다.
‘딴 따 딴따다…….’
모두!
어깨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쾅! 쾅쾅쾅!…….’
웅장한 북소리에
모두가 숨을 죽이고 헨리의 춤사위를 바라봤다.
헨리의 다리 하나하나가 따로 연기했다.
둘이 짝을 이루기도 하고
때로는 길게 늘어진 모습처럼 펼쳐지기도 했다.
“환상적이야!”
플롯 소리에는
어깨를 덩실 거리고
피아노 소리에는
리듬에 맞게 다리를 옮겨갔다.
바이올린 소리에
머리를 돌려가며 환상적인 춤을 췄다.
빠른 리듬이 시작되면
입으로 먹물을 뿌려대며 온 몸을 물들였다.
“와!”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따다 따다 따!’
생각하는 로댕처럼 앉아 있다
헨리는 파도 위에서 서서히 일어나기도 했다.
얼굴 볼을 길게 늘어뜨리며 풍선 모양을 하고
먼 하늘을 올려다보는 장면은
뉴욕의 자유 여신상 같기도 했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4번 제2악장>
헨리는 다리 하나를 바다에 툭 떨어뜨리며 물장구를 쳤다.
그리고
또 하나의 다리로 공중에 떠 있는 물방울을 빨아드렸다.
한 순간에 삼킨 뒤 다시 먹물을 하늘에 뿌렸다.
“세상에!”
머스텡의 두 손이 내려치는 피아노 소리에 헨리의 다리들도 바다를 내려쳤다.
‘철썩! 철썩!’
주변에 큰 파동을 일으키고 사라졌다.
멍하니 바라보던 물고기 한 마리가 밀려오는 물을 한 모금 삼켰다.
‘푸우!’
헨리는 물 한 모금 먹더니 하늘을 향해 뿌렸다.
‘푸우!’
다른 물고기들도 헨리가 하는 모습을 따라서 물을 하늘에 뿌려댔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4번 제3악장>으로 넘어갔다.
물 위를 걷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헨리는 두 다리로 파도 위를 걸었다.
나머지 다리들이 머리카락처럼 휘날리고 있었다.
헨리가 걸어간 만큼 물고기들도 함께 이동했다.
어느새
바닷물 위는 거대한 무대가 되었다.
바이올린이
조금 빠르게 연주되는 부분인데도 한 음 한 음 잘도 따라 춤을 췄다.
“저건 또 뭐야?”
헨리의 모든 다리가 하늘을 향해 바라보며 춤을 췄다.
분수 쇼를 보는 것 같았다.
“분수야!”
리듬에 맞춰 점차 높이가 달라지면서 춤을 췄다.
싱크로나이즈 선수가 물속을 들어갔다 나오는 모습이었다.
또 리듬 체조 선수들이 리본을 하늘 높이 던지고 몸을 뒹굴며 다시 잡으러 가는 모습을 번갈아 연기하는 것 같았다.
하늘을 향해 물을 뿌리고 내려오는 물방울을 여덟 개의 다리가 툭 툭 쳐 터트렸다.
이번에는
모든 다리를 바다에 넣었다 천천히 들어 올렸다.
그리고 다리에서 가느다란 물줄기를 만들었다.
샤워기에서 물줄기가 쏟아지는 것 같았다.
비가 내리는 것 같기도 했다.
“언제 춤 연습을 했지?”
머스텡은 손에 경련이 일었다.
하지만 아직 몇 분이 더 남은 것을 포기할 수 없었다.
다시 힘을 내서 제3악장의 마지막을 힘껏 치기 시작했다.
헨리는 학처럼 몸을 만들더니
훨훨 날아서 더 높은 파도 위로 날아갔다.
“한 번! 또 한 번! 또…….”
‘딴 따 다…….’
헨리는 더 높이 더 멀리 날았다.
바다에서 춤추던 모든 물고기들이 함께 날았다.
그림 이호연 계원예술고등학교 미술과
“장관이다!”
머스텡은 이걸 혼자 보는 게 안타까웠다.
“신의 축복이야!
내게
이런 고통을 주기도 했지만,
또
이런 행복도 주다니!
분명
나는 신의 축복을 받은 거야.”
멀리서
꽤 높은 파도가 헨리를 향해 다가왔다.
헨리는 물속으로 서서히 몸을 숨기더니
높은 파도가 가까이 오자
물을 박차고 올라 파도를 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높은 파도에 몸을 맡겼다.
“아름다워!”
파도가 부서지고
헨리도 물속으로 사라졌다.
함께 춤추던
문어들과 물고기들도 사라졌다.
바다가
고요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음악도 끝났다.
머스텡은
긴 시간 연주한 손을 내릴 수가 없었다.
허공에
그대로 굳어버린 상태였다.
아니
헨리의 춤에 넋 나간 모습이었다.
“정말!
환상적이었어.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
그날 밤
머스텡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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