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에 빠진 동화 0491 기억해 줘!
기억해 줘!
지렁이도 따뜻한 온기가 있는 것 같았어요.
진우는 지렁이를 두 손으로 옮기며 알았어요.
"신기해!
달팽이보다 더 신기해."
진우는 더듬이를 길게 늘어 뜨리는 달팽이보다 몸을 길게 늘어 뜨리는 지렁이가 신기했어요.
풀밭에 던져준 지렁이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사라졌어요.
그런데
진우가 뒤돌아서기 전까지도 지렁이는 멀리 가지 못했어요.
"진우야!
같이 가자."
선미가 달려오며 진우를 불렀어요.
"안녕!
지렁이 살려줬어."
하고 진우가 말하자
"징그러워!"
선미는 지렁이를 무서워했어요.
비 오는 날도 지렁이를 피해 다닐 정도였어요.
"저기!
사람들이 다니는 곳에 있었는데 내가 손으로 풀밭에 옮겨줬어."
"뭐라고!
손으로 지렁이를 만졌단 말이야."
"응!
새들이 잡아먹을 것 같았어."
"새들도 먹어야 살지!
꿀벌이나 나비를 잡아먹는 것보다 지렁이 먹는 게 났지."
"아니야!
지렁이 목숨도 소중해.
난
그 지렁이 살려주고 싶었어.
또
달팽이 친구도 아는 녀석이었어."
"뭐!
달팽이 친구."
"응!
이슬 먹고사는 달팽이 친구가 있어.
그런데
어디서 사는지 몰랐는데 지렁이가 알고 있었어."
"그럼!
달팽이랑 지렁이가 친구라고."
선미는 몸을 움츠리며 말했어요.
"응!
친구야.
난 곤충도 좋아하지만 달팽이와 지렁이처럼 몸을 길게 늘어뜨리는 연체동물도 좋아."
진우는 더 많은 이야기를 했어요.
이슬 먹은 이야기도 달팽이랑 친구가 된 이야기도 선미에게 자세히 말해줬어요.
선미는 달팽이는 무섭지 않았어요.
그런데
지렁이는 무서웠어요.
진우 친구인 달팽이는 살구나무에서 놀고 있었어요.
익은 살구를 찾아 달콤한 액을 더듬이로 빨아먹고 있었어요.
풀밭으로 들어간 지렁이는 땅속 깊이 몸을 숨겼어요.
새들이 찾지 못할 것 같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