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에 빠진 0554
꽃다발 아이!
꽃을 좋아하는 아이!
그 아이는 꽃을 볼 때마다 동시를 썼어요.
꽃이 아이인지 아이가 꽃인지 알 수 없을 정도였어요.
특히
아이는 노란 국화꽃을 좋아했어요.
가을을 알리는 국화꽃은 색깔도 여러 가지였어요.
햇살을 닮았다고 하며 노란 국화꽃 앞에서 노래 부르며 놀 때도 있었어요.
아이가 꽃밭을 지나가면 꽃들도 활짝 웃으며 반겼어요.
"안녕!
햇살이 좋아.
예쁜 꽃을 활짝 피려면 빛을 많이 붙잡아."
아이가 꽃을 보며 말했어요.
"네!
햇살이 좋아요.
아침에도 이슬 많이 먹었어요."
빨간 꽃이 말했어요.
"나도!
햇살을 붙잡았어요.
좋아."
어린 꽃이 말했어요.
"벌써!
햇살을 붙잡다니.
대단해!"
아이는 놀랐어요.
어린 꽃이 햇살을 붙잡고 놀아야 꽃을 활짝 피울 수 있었어요.
밤에는 달빛과 별빛 붙잡고 쉬어야 예쁜 색을 띤 꽃을 피울 수 있었어요.
아이는 꽃을 가꾸는 게 즐거웠어요.
꽃씨를 모아 새로운 땅에 뿌리는 것도 잊지 않았어요.
꽃을 가꾸는 아이 때문에 마을 주변은 꽃밭으로 변했어요.
특히
야생화와 국화꽃이 많았어요.
노랗고 빨간 꽃이 많았어요.
가끔
하얀 꽃이 활짝 웃으며 보는 사람을 반겼어요.
꽃들은 아이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어요.
꿀벌과 나비 이야기도 하고 사마귀와 무당벌레 이야기도 했어요.
또
냄새나는 파리 이야기도 하고 거미 이야기도 해주었어요.
산토끼와 노루가 와서 꽃잎을 뜯어먹은 이야기도 태풍이 불어와 꽃대를 꺾은 이야기도 해주었어요.
아이는 꽃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또 들었어요.
"넌!
어디 갔었어."
아이가 오랜만에 본 쇠똥구리에게 물었어요.
"저기!
아카시아 나무 아래 사슴똥이 있었어요.
그것을 옮기는데 힘들었어요."
쇠똥구리가 말하자
"사슴똥!
사슴이 왔었구나.
나도 만나고 싶었는데."
아이도 숲에 사는 사슴이 보고 싶었어요.
겨울이 오기 전에 만나고 싶었어요.
산타할아버지를 태우고 다니는 루돌프도 만나고 싶었어요.
"또
올 거예요.
국화꽃을 보러 온다고 했어요."
쇠똥구리가 사슴이 한 말을 전했어요.
"와!
그럼 만날 수 있겠다."
아이는 사슴이 온다는 말에 기뻤어요.
아이는 사슴이 올 때까지 국화꽃이 활짝 피어있기를 바랐어요.
집 앞에서
아이가 노란 국화꽃을 들고 서 있었어요.
학교에 가져갈 꽃이었어요.
교실 선생님 책상 위에 놓인 꽃병에 꽂을 꽃이었어요.
"<채송화>!
국화꽃 어디서 구했어?"
하고 친구 <한송이>가 물었어요.
그 아이의 이름은 <채송화>였어요.
송이는 송화가 하면 똑같이 따라 하는 친구였어요.
"저기!
꽃밭에서 구한 거야.
너도 필요하면 꺾어 가."
하고 송화가 말하자
"알았어!
조금 꺾어갈게."
하고 이웃집 사는 한송이가 말했어요.
송이는 송화에게 묻고 하는 일을 따라 했어요.
학교에 꽃을 갖고 가면 가져가고 꽃씨를 뿌리면 꽃씨를 사 와 뿌렸어요.
오늘도
송이는 <채송화>가 가꾼 꽃밭에서 꽃을 꺾었어요.
노란 국화와 빨간 국화꽃이었어요.
꽃밭에 꽃이 많아서 송이가 꽃을 많이 꺾어 가도 괜찮았어요.
꽃을 들고 학교 가는 송화는 즐거웠어요.
꽃향기가 콧속으로 들어왔어요.
"넌!
향기가 좋구나.
어떤 꽃보다 향기가 진해."
송화는 손에 든 꽃다발을 향해 한 마디 했어요.
"꽃순아!
같이 가자."
이웃 마을 사는 동수였어요.
동수는 송화를 <꽃순이>라고 불렀어요.
꽃을 좋아하는 송화에게 어울리는 별명 같았어요.
송화도 꽃순이 별명이 나쁘지 않았어요.
"빨리 와!"
송화가 멈춰 서서 기다렸어요.
"꽃순아!
꽃이 예쁘다.
어디서 구한 거야?
혹시
옆집 울타리에서 꺾어 온 건 아니지"
동수는 장난꾸러기였어요.
어떤 말이든 끝까지 고집하는 아이였어요.
"아침부터 웃기지 마라!
혼난다."
송화는 동수가 동생 같았어요.
학교까지 가는 동안 동수는 입이 근질근질했어요.
송화를 짝사랑하지 않았다면 더 많이 장난치고 학교에 갔을 거예요.
교실에 도착한 송화는 친구들과 인사한 뒤 꽃병에 꽃을 꽂았어요.
"예쁘다!
송화는 꽃가게 해도 되겠다.
꽃꽂이도 잘하니까."
은미가 한 마디 했어요.
"그럼!
내가 꽃 농장을 해야겠다."
동수였어요.
동수 얼굴이 빨개졌어요.
"야!
너한테 꽃 안 사.
송화는 나한테 살 거야."
하고 민수가 말했어요.
민수도 송화가 좋았어요.
"내가 먼저 찜 했다!
송화 꽃가게 꽃은 내가 다 갖다 줄 거야.
그러니까
너는 다른 일 해.
꿈도 꾸지 마!"
하고 동수가 말했어요.
민수와 동수는 꽃병 앞에서 싸움하듯 말다툼했어요.
선생님 책상 위에 놓인 꽃병에 꽂힌 꽃이 예뻤어요.
꽃향기가 교실에 가득했어요.
송화는 기분이 좋았어요.
친구들도 송화 때문에 즐거워했어요.
꽃을 좋아하는 아이 <채송화>!
그 아이의 이름은 친구들 입에서 오르락내리락했어요.
집에 돌아온 아이는 일기장을 펼치고 글을 썼어요.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와 꽃밭에 가서 꽃들과 할 이야기가 일기장을 가득 채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