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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유희!
아침이 아름다운 건!
이슬이 우주를 품었기 때문이다.
아침 일찍
카페를 찾아 모닝커피를 마시러 갈 때마다 좋은 점은 자리를 선택할 수 있어 좋다.
글 쓰는 자는 카페에 가면 자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카페 <카누>에 오면 오드리헵번을 만날 수 있다.
꽃과 커피향기가 가득한 곳이다.
"꽃이란!
아름다움을 반짝이게 하는 묘한 매력을 가진 존재야.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노랫말이 있지만 오드리헵번 보다 더 아름다운 꽃은 본 적이 없다.
앞에 놓인 꽃이 초라하게 보일 때가 있다.
바로 이 공간!
<카누>의 테이블 위에 놓인 꽃꽂이를 볼 때마다 생각나는 게 있다.
그런데
꽃꽂이만 보면 작품을 완성한 작가를 보고 싶다.
"쉬운 것 같지만!
결코 쉽지 않은 꽃꽂이야.
그런데
꽃을 화병에 꽂는 재주가 뛰어난 인물이야.
해체하고 덜어내고!
아주 적당히 아름다움을 내품게 만드는 매력을 담았어
이곳!
<카누>의 대표가 그런 솜씨를 가졌어.
아마도!
아름다운 마음까지 가졌을 거야.
꽃을 만지는 모습이 보여.
아름다움을 향유하며 즐기고 있어.
대단한 솜씨야."
오드리헵번 테이블 사진을 한 컷 찍으며 속삭이듯 말했다.
"자연줄기를 잘 살렸어!
꽃꽂이의 기본 기법이야.
줄기 사이를 얽히고설키게 해야 흔들리지 않고 오래 잘 버티는 법이다.
화병 밑으로 살짝 내려온 줄기는 안정감을 더해준단 말이야.
제법!
오드리헵번에게 어울리는 꽃이 되었어.
잘 봐봐!
오드리헵번이 웃고 있잖아."
꽃을 보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게는 선물 받은 꽃다발 같았다.
자연이 아름다운 건 바라볼 수 있어서다.
이처럼
자연의 몇 조각을 가져와 눈앞에 장식해 놓고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
꽃이 있어야 할 곳!
사람이 있어야 할 곳.
자연의 일부가 카페로 들어왔지만 온 우주가 들어온 듯 꽃이 활짝 웃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여기!
꽃이 있네.
못 보던 꽃이야.
언제!
언제 꽃꽂이를 해놨지."
누군가!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주문한 뒤 속삭였다.
난!
듣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내게 들으라고 하는 소리처럼 들렸다.
"맞아요!
저도 아침에 봤어요.
꽃이 아름다운 건지 내 마음이 아름다운 건지 모르겠어요.
호호호
난!
마음이 아름답다고 착각하며 사는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바람에 꽃이 흔들리듯 내 마음도 흔들리네요.
저는
꽃보다 오드리헵번이 더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앞으로도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 같아서 걱정이에요.
다수는 말이죠!
꽃이 아름답다고 하니까.
또
꽃이 아름답다고 우기니까.
어쩔 수 없잖아요.
개인은 다수를 이길 수 없으니까."
나의 입은 쉬지 않고 수다를 떨고 있었다.
오드리헵번이 지나간 역사의 페이지마다 들여다보면 대단하기 때문이다.
난!
오드리헵번이 죽어서도 충분히 존경받고 꽃을 받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자리!
나는 그 자리를 차지하고 싶다.
그런데
나보다 먼저 그 자리를 차지한 사람이 있다.
"선생님!
그곳은 제 자리입니다.
자리를 양보해 줄 수 있을까요?"
늦게 카페 <카누>에 오는 날이면 앉아 있는 손님에게 말하곤 한다.
물론
나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다.
"작가님!
이곳에 앉으세요.
제가 잠시 앉았어요.
그런데
작가님 보니까 비켜줘야 할 것 같아요."
어느 날!
어느 분이 나를 보고 한 말이 생각났다.
"아닙니다!
그 자리는 제 것이 아닙니다.
선생님이 앉으면 곧 선생님 자리가 되는 겁니다."
하고 말한 나는 슬픔의 수렁에 빠지는 듯했다.
누가 앉아 있으면
불안 한 마음이 꼼지락거리며 머리카락이 쭈삣 서있는 느낌이 들었다.
"작가님!
괜찮겠어요.
제가 한 시간만 앉아 있다 갈게요."
"네!
오래 머물다 가셔도 됩니다."
넓은 카페 공간에서 나의 울타리가 쳐지고 있는 것일까.
내가 그 자리를 고집스럽게 욕심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선생님!
오늘은 기분이 어떠세요.
꽃이 아름답죠!
선생님을 위한 꽃이 옆에 있어서 제 기분도 좋습니다.
선생님!
한국의 가을은 무르익고 있습니다.
들판의 벼가 고개를 푹 숙이고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는 때입니다.
선생님!
이 꽃이 지면 다음 꽃은 또 어떤 것일까요?
궁금합니다.
아직 며칠은 더 남았을 텐데.
꽃이 빨리 시들어 내일의 꽃을 보면 좋겠습니다.
선생님!
이건 제 욕심입니다.
선생님!
디지털 플랫폼에 들어가 선생님의 흔적을 찾아 읽고 또 사진을 접합니다.
저도!
선생님처럼 멋진 사람이 되고자 꿈을 꿉니다."
죽은 자와 산 자의 이야기 꽃을 피울 수 있는 곳!
카페 <카누>의 한 테이블에 앉으면 가능한 일이다.
누가 알까!
어쩌면
아무도 모르면 좋겠다.
그래야
아름다운 생각과 행동을 통해
나 혼자만의 경이로운 시간을 맞이할 수 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