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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작가 김동석 Mar 31. 2022

댄서가 된 도깨비!

달콤시리즈 038

댄서가 된 도깨비!




책 읽어주는 깨비는

장화 파는 고양이 샘을 찾아갔다.


동수가 말한 대로

샘은 바닷가 갯벌 앞에서 장화를 팔고 있었다.


"안녕!"

깨비가 샘에게 인사했다.


"안녕!

갯벌에 뭐하러 왔어?"

샘이 깨비에게 물었다.


"밤마다 달빛 붙잡고 춤춘다며?"

깨비가 묻자


"그거야 당연하지!

밤에는 갯벌에 들어가는 사람이 없으니까

할 일 없어서 달빛 붙잡고 춤추며 지내지."

샘은 밤마다 달빛 붙잡고 춤추는 게 좋았다.


"나도!

달빛 붙잡고 춤추고 싶어.

샘!

어떻게 하면 달빛을  붙잡을 수 있을까?"

깨비가 샘에게 묻자


"쉽지 않지!

하지만 노력하면 어려운 것도 아니야."

샘은 깨비에게 달빛 붙잡고 춤추는 법을 알려주었다.


"마음을 비우라고!

그러면

달빛을 붙잡을 수 있다는 거지?"

깨비는 샘에게 다시 물었다.


"그렇다니까!

누구나

달빛 붙잡고 춤출 수 있으니까

마음을 비워 봐!"

샘은 깨비에게 더 이상 말해줄 게 없었다.


"그럼!

밤에 다시 올게!"


"알았어!"

샘은 누가와도 신경 쓰지 않았다.


깨비는 샘과 헤어진 뒤

어린이들에게 책 읽어주러 갔다.


오늘 밤,

갯벌 위에서 달빛 붙잡고 춤출 생각을 한 깨비는 신났다.


"히히히!

멋진 댄서가 되는 거야!

춤추는 댄서 도깨비!"

깨비는 생각만 해도 즐거웠다.

주머니에서 눈깔사탕을 하나 꺼내 먹은 깨비는 달렸다.

서쪽으로 해가 뚝 떨어지는 게 보였다.

깨비는 더 빨리 달렸다.

책 읽어주는 시간에 늦지 않게 어린이 집에 도착해야 했다.


"댄서!

댄서가 되는 거야."

깨비는 은서네 집 앞에서 잠시 생각했다.


'디잉동동! 디잉동동!'

초인종을 누르자 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누군가 안에서 물었다.


"안녕하세요!

책 읽어주는 도깨비입니다."


"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하고 말한 은서 엄마가 잠시 뒤 현관문을 열어주었다.


"안녕하세요!"


"어서 들어오세요."

은서 엄마가 깨비를 방으로 안내했다.


"은서는 없어요?"

하고 깨비가 묻자


"아직!

학교에서 안 왔어요.

여기!

잠시만 앉아서 기다리세요."

하고 말한 은서 엄마가 거실로 안내했다.


"알겠습니다."

깨비는 거실 소파에 앉아 은서를 기다렸다.


"이거라도 좀 드세요."

하며 은서 엄마가 눈깔사탕 접시를 탁자 위에 놓았다.


"감사합니다!

하나만 먹겠습니다."


"아니에요.

다 먹어도 괜찮아요."

은서 엄마도 책 읽어주는 깨비가 눈깔사탕을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다.


"감사합니다."

깨비는 눈깔사탕을 하나 입에 넣고 달콤한 맛을 음미했다.


"도깨비님!

물어볼 게 있어요?"

은서 엄마가 깨비 앞에 앉더니 말했다.


"네!"

하고 깨비가 대답하자


"도깨비들도 집에서 책을 읽나요?"

은서 엄마가 물었다.


"아니요!

책은 저만 읽어요.

다른 도깨비들은 밤마다 춤추며 놀아요."




그림 나오미 G



"그렇군요!

깨비님은 언제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어요?"


"저는!

아마도 태어난 순간부터 책 읽는 게 좋았어요."


"그랬군요!

혹시 도깨비방망이에서 책도 나오나요?"


"당연하죠!

세상에 출간된 책은 모두 나옵니다."


"와!

너무 좋겠다."

은서 엄마는 순간 도깨비방망이가 갖고 싶었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은서 엄마는 도깨비가 부러웠다.


'디잉동동! 디잉동동!'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은서가 왔나 봐요!"

하고 말한 은서 엄마가 소파에서 일어났다.


잠시 뒤

은서가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은서가 깨비에게 인사했다.


"안녕!"


"조금만 기다리세요!

손 씻고 올게요."

은서가 말하고 손을 씻으러 목욕탕으로 들어갔다.


"오늘은!

어디서 책 읽어드릴까요?"

은서 엄마에게 깨비가 물었다.


"은서 방에서 읽어주세요.

저도 듣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은서 엄마도 깨비가 들려주는 동화를 듣고 싶었다.


"네!

같이 들으면 저야 영광이죠."

깨비는 누구에게나 책 읽어주는 게 좋았다.


"이쪽으로 오세요!"

은서가 손 씻고 나오더니 깨비를 방으로 안내했다.


"네!"

깨비가 대답하고 은서 뒤를 따랐다.


"와!

책이 많구나."

은서 방에는 책이 많았다.


"네!

저는 책 읽는 게 제일 좋아요."


"그렇구나!"

깨비는 한 참 동안 은서 방에 있는 책을 둘러봤다.


"오늘은!

<뒤통수가 예쁜 제니의 인형가게!> 동화구나."

깨비는 가방에서 책을 꺼내며 말했다.


"네!

그 책에 나오는 제니가 좋아요."

은서는 <뒤통수가 예쁜 제니의 인형가게!> 책 속 주인공처럼 패션 디자이너가 꿈이었다.


"혹시!

은서도 패션 디자이너가 꿈이야?"


"네!

맞아요."

은서가 대답했다.


"그렇지!

책 속의 주인공 제니가 멋진 패션 디자이너잖아."

깨비도 <뒤통수가 예쁜 제니의 인형가게!> 책을 읽어 본 적 있었다.


깨비가 책을 읽기 시작했다.

밖에는 벌써 어둠이 세상을 채우기 시작했다.

바닷가 갯벌에서는 샘이 달빛을 기다리고 있었다.


"달빛!

늘어진 달빛 타고 춤추는 댄서!

고양이도 도깨비도 달빛 붙잡고 춤추는 밤!

나는 춤추는 댄서가 될 도깨비!"

깨비가 노래 부르며 샘이 기다리고 있는 갯벌을 향해 달렸다.

매일 만나는 동수도 생각나지 않았다.

책 읽어주고 나오면 먹던 눈깔사탕도 먹지 않고 갯벌을 향해 달렸다.


"샘!

어디 있어?"

깨비가 갯벌에 도착해 샘을 불렀다.


"여기!"

샘은 벌써 갯벌 한가운데 들어가 있었다.


"어떻게 들어 가?"

깨비는 처음 들어가는 갯벌이 무서웠다.


"장화!

발에 맞는 장화를 신고 들어 와!"


"알았어!"

하고 대답한 깨비는 샘이 파는 장화를 하나하나 신어봤다.


"이게 발에 맞다!"

깨비는 장화를 신고 갯벌을 향해 달렸다.


"뛰지 마!"

샘이 소리쳤다.


"왜?"


"뛰면 갯벌에 빠진다고!"


"알았어!"

대답한 깨비는 천천히 갯벌 위를 걸었다.

조심조심해서 걸어도 자꾸만 갯벌 속으로 발이 빨려 들어갔다.


"와!

힘들다."

깨비는 갯벌 위에서 비틀거리며 걸었다.


"천천히!

발을 옮기지 않으면 갯벌에 빠지니까 조심해!"


"알았어!"

깨비는 샘이 말한 대로 천천히 아주 천천히 발을 옮기며 샘에게 다가갔다.


"샘!

이제 어떻게 하지?"


"기다려야지!

달이 머리 위로 뜨는 순간까지 기다려야 해."


"알았어!"

하고 대답한 깨비는 힘들어서 갯벌에 주저앉고 싶었다.


"마음속에 근심 걱정을 모두 내려놔야 해!

그렇지 않으면 달빛을 붙잡고 하늘을 날 수 없어."

하고 샘이 말했다.


"알았어!"

하고 대답한 깨비는 마음속을 들여다봤다.

깨비 마음속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동수!

눈깔사탕!

책 넣는 가방!

또 뭐가 있지?"

깨비는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말하며 들여다봤다.


"샘!

눈깔사탕 먹을래?"


"눈깔사탕!

사람 눈을 먹는 거야?"

샘이 호기심 어린 말투로 물었다.


"히히히!

사람 눈을 어떻게 먹어!

사탕이야!

그냥 하얀 사탕."

깨비가 웃으며 말했다.


"사탕 이름이 뭐 그래!

눈깔사탕이 뭐야?"

샘은 사탕 이름이 신기했다.


"그건 나도 몰라!"

깨비는 주머니에서 눈깔사탕 봉지를 꺼내 들고 대답했다.


"하나 먹어 봐!

또 먹고 싶을 거야."

하고 말한 깨비가 눈깔사탕 하나를 샘에게 주었다.


"이게 맛있다고?"


"그래!

달콤한 맛이 입안에서 아주 오랫동안 샘물처럼 나온다니까."


"정말!

달콤한 물이 나온다고?"


"그렇다니까!"

깨비도 대답하며 눈깔사탕 하나를 입에 넣었다.


"고양이가 먹어도 될까?"

샘은 사탕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

눈깔사탕을 먹어본 고양이는 세상에 한 마리도 없을 것이다.


"괜찮아!

도깨비인 나도 먹잖아."

하고 말한 깨비가 입을 벌려 입안에서 녹고 있는 눈깔사탕을 샘에게 보여줬다.


"좋아!

먹어볼게."

하고 말한 샘도 눈깔사탕을 입에 넣었다.


"우익!

저마(정말) 다코마다(달콤하다)!"

샘은 처음 먹는 눈깔사탕이 달콤해 좋았다.


"마시지(맛있지)?"


"응!"

샘은 처음 먹는 눈깔사탕이 달콤했다.


"달이 뜬다!"

멀리 해안가 산 넘어에서 둥근달이 떠올랐다.


"이제 어떡해?"

깨비가 물었다.


"조금만!

기다리면 우리 머리 위로 달이 떠오를 거야.

그때 달빛을 붙잡으면 돼!"

샘이 말했다.


"알았어!"

깨비도 눈깔사탕을 입안에서 굴리며 밤하늘에서 빛나는 달을 유심히 쳐다봤다.


"하나 더 줘?"

샘이 눈깔사탕을 깨물어 먹고 깨비에게 달라고 했다.


"샘!

눈깔사탕은 깨물어 먹는 게 아니야."

하고 깨미가 말하자


"그럼!

어떻게 먹어?"

하고 샘이 물었다.


"입안에서 혀로 굴리며 천천히 달콤한 물을 빨아먹는 거야."

깨비가 눈깔사탕 먹는 법을 샘에게 알려줬다.


"천천히!

혀로 빨아먹는다고?"


"그래!"


"알았어!

하나만 더 줘?"

샘은 입안에 달콤함이 없어지기 전에 하나 더 먹고 싶었다.


"이번에는 깨물어 먹지 마!"

하고 말한 깨비가 눈깔사탕 하나를 더 샘에게 주었다.


"알았어!"

샘은 눈깔사탕을 하나 입에 넣고 달빛을 바라봤다.


"이제!

달빛을 붙잡을 시간이야."

샘이 조용히 말했다.


"알았어!"

하고 깨비도 조용히 대답했다.


"마음을 비우고 눈을 감아!

그리고

다가오는 달빛을 가슴으로 느끼며 붙잡으려고 해 봐!"

샘이 달빛을 붙잡는 방법을 말해주었다.


깨비는 눈을 감았다.

가슴으로 다가오는 달빛을 보려고 했다.

하지만 쉽게 가슴으로 달빛을 볼 수 없었다.


"샘!"

가슴으로 달빛을 볼 수 없으면 어떡해?"

깨비는 처음 하는 일이라 쉽지 않았다.


"더 간절한 마음으로 달빛을 보려고 해야지!"

하고 말한 샘은 벌써 달빛을 붙잡고 하늘 높이 날고 있었다.


"와!

정말 하늘을 날다니."

깨비는 멀리 날아가는 샘을 보고 놀랐다.


"나도!

나도 날고 싶은데."

깨비는 다시 눈을 감았다.

하지만 자꾸만 하늘 높이 나는 샘이 보고 싶었다.


"샘!"

눈을 뜬 깨비가 샘을 불렀다.

하지만 멀리 날아간 샘은 들을 수 없었다.


"나도!

나도 달빛을 붙잡아야지.

그래야!

춤추는 댄서가 될 수 있잖아."

깨비는 다시 마음을 비우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천천히 가슴으로 다가오는 달빛을 잡으려고 했다.


"안 되겠다!"

깨비는 입안에 있던 눈깔사탕을 뱉었다.

그리고

마음을 비우고 가슴으로 다가오는 달빛을 찾았다.


"저기 있다!"

깨비는 다가오는 달빛 한 가닥을 봤다.


"저걸!

붙잡으면 되겠다."

깨비는 두 손을 벌리고 다가오는 달빛을 붙잡았다.


"히히히!

달빛을 잡았다."

깨비는 너무 좋았다.

깨비가 붙잡은 달빛이 하늘 높이 날았다.


"와!

내가 하늘을 날다니!"
깨비는 너무 신기했다.


"샘!"

멀리서 춤추는 샘을 깨비가 불렀다.


"깨비!

달빛을 붙잡았구나!"


"응!

너무 좋아."

깨비가 붙잡은 달빛이 샘을 향해 날아갔다.


"와!

새끼 고양이들도 있구나!"

샘 주변에는 벌써 달빛 붙잡고 춤추는 새끼 고양이들이 많았다.


"샘!

멋지다."

샘이 춤추는 걸 보고 깨비가 말했다.


"너도!

달빛 붙잡고 춤춰봐!"

하고 샘이 말했다.


"알았어!"

깨비도 달빛 붙잡고 춤추는 댄서가 되고 싶었다.

달빛은 밤하늘을 왔다 갔다 하며 깨비를 춤추게 했다.


"달빛!

춤추는 댄서!

아무도 없는 밤하늘에서 춤추는 고양이!

춤추는 댄서가 되고 싶은 꿈을 가진 도깨비!

아무도 보지 않아도 괜찮아요!

서로 경쟁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나를 위해 춤추는 댄서!

달빛 붙잡고 춤추는 댄서의 꿈!

고양이도 도깨비도 달이 뜨길 기다려요!

달빛 붙잡고 춤추는 댄서가 되기 위해 달이 뜨길 기다려요!

달이 뜨면 춤추는 댄서!

사람들의 욕심도 필요 없는 세상!

도깨비방망이도 필요 없는 세상!

밤하늘과 달빛만 있으면 되는 세상!

여기!

고양이들과 도깨비가 춤추는 세상!

나는 춤추는 댄서가 된 도깨비!"


깨비는 춤추며 노래 불렀다.

밤하늘에서 별들이 반짝반짝 빛났다.

새벽이 오는 줄도 모르고 깨비는 춤추고 춤췄다.



그림 나오미 G



"깨비!

눈깔사탕 하나 줘?"

샘이 깨비를 불렀다.


"좋아!"

깨비는 주머니에서 눈깔사탕을 꺼내 샘에게 주었다.


"나도 하나 먹어야지!"

깨비도 눈깔사탕을 하나 입에 넣고 다시 춤추기 시작했다.


"눈깔사탕!

동수가 사다준 눈깔사탕!

다음엔

동수도 데려와야지!"

깨비는 동수를 생각했다.


착한 동수와 함께

달빛 붙잡고 춤추고 싶었다.

꿈이 소박한 동수가 보고 싶었다.


"동수야!"

하고 깨비는 동수네 집을 향해 크게 불렀다.

하지만

깊은 잠에 빠진 동수는 깨비가 부르는 소릴 듣지 못했다.


"동수야!

여기 봐봐!"
깨비는 달빛 붙잡고 춤추는 모습을 동수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으잉!

이 녀석이 이제 꿈속에도 나타나다니."

동수는 꿈속에서 깨비를 만났다.

눈깔사탕을 입어 넣고 춤추는 깨비를 보니 기분이 좋았다.


"동수야!

달빛 붙잡고 춤추는 깨비야."

깨비가 동수를 부르는 소리가 밤하늘에 크게 울려 퍼졌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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