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재한 가죽 베개!

유혹에 빠진 동화 155-01 횡재한 가죽 베개

by 동화작가 김동석

01. 횡재한 가죽 베개





날씨가 추운 날은

<행복한 고물상>이 더 조용했다.


눈 내리는 오후

덕배 할아버지가 네모난 가죽 베개를 하나 들고 <행복한 고물상>에 들어왔다.


베개는

겉은 너덜너덜 가죽이 벗겨져 보기 흉했다.


“김 사장!

가죽 베개 가져왔어.”

하고 덕배 할아버지가 사무실 문을 열며 말했다.


“가죽 베개도 있습니까!

추운데 이쪽으로 오세요."

하고 대답하며 김 사장이 덕배 할아버지를 반겼다.


덕배 할아버지는

벌써 일흔아홉이나 되셨다.

그래도

건강하고 즐겁게 사셨다.

오후에 잠깐

폐지 줍고 받은 돈으로 친구들과 막걸리 사 먹는 할아버지였다.


“이거도 살 거지?”

가죽 베개를 보이며 덕배 할아버지가 말했다.


“겉이!

너무 너덜너덜한데요.”


“그러니까 사야지!

얼마나 많은 세월 동안 주인에게 봉사한 베개이겠어.”


“아마!

몇십 년은 고생했을 것 같아요.”

하고 대답한 김 사장은 망설였다.


“막걸리 한 병 값만 줘!”


“그렇게 많이요!”


“적선한다 생각하고!

막걸리 한 병 값만 줘.”

덕배 할아버지는 물러서지 않았다.


“알았습니다!”

김 사장은 지갑에서 오천 원을 꺼내 덕배 할아버지에게 주었다.


“고마워!”

덕배 할아버지는 김 사장에게 인사한 뒤 밖으로 나갔다.




김 사장은

너덜너덜한 가죽 베개를 한 참 내려다봤다.


“참!

오래도 사용했군.”

이리저리 돌려보던 김 사장은 베개 뒷부분에 달린 작크를 열어보았다.


'끽끽!'

한 번도 열어보지 않았는지 잘 열리지 않았다.


“참기름을 쳐야 하나!”

김 사장은 냉장고에서 참기름을 꺼냈다.

작크 주변에 참기름을 발랐다.

그리고

다시 열었다.


'끽 끽 끽!'

조금씩 열렸다.

다행히 뒤로 갈수록 잘 열렸다.


“안에는 또 뭐가 들어 있을까!”

베갯속에서 네모난 스펀지 같은 것을 꺼냈다.

다행히도 스펀지는 깨끗해 보였다.

그런데

한가운데 칼자국이 있었다.


“칼자국!

이게 뭘까?”

김 사장은 두 손으로 칼자국 난 곳을 벌렸다.


“오 마이 갓!

이게 뭐야.”

그 안에는 지폐가 가득 들어 있었다.


“오 마이 갓!

내가 횡재를 했다.

이게 바로

횡재한 기분이구나!”

김 사장은 소파에 앉아 지폐를 꺼냈다.

꾸깃꾸깃 접어서 넣은 돈이 꽤 많았다.


“히히히!

이게 웬일이냐.”

이런 횡재를 한 걸 누구에게 자랑해야 하나!"

김 사장은 돈을 보고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다 꺼낸 지폐를 하나하나 폈다.

그리고

만 원 지폐와 오만 원 지폐를 따로 모았다.


“도대체 얼마나 될까?”

김 사장은 오만 원 지폐를 셌다.


“하나, 둘, 셋, 넷…….”

스물일곱 장이니까 백삼십오만 원이다.


“오! 하나님.

이게 무슨 축복입니까.”

오 마이 갓!

할렐루야! 할렐루야!"

김 사장은 또 만원 지폐를 셌다.


“하나, 둘, 셋, 넷, 서른일곱, …… 백마흔둘…….”

김 사장은 세다 잊어버리고 다시 셌다.


“하나, 둘, 셋, 넷, 서른일곱, 백!”

백장을 내려놓고 나머지를 다시 셌다.

모두 세고 난 김 사장은 소파에 퍽 자빠졌다.


“이백칠십오만 원!

오 마이 갓.

덕배 할아버지 정말 좋아!

고물상!

이런 맛에 하지.”

김 사장은 소파에서 뒹굴다 일어나 덩실덩실 춤췄다.


“하나님의 축복!

이게 그 축복이 아니겠어.

히히히!

돈! 돈이다.”

김 사장은 소파에서 돈을 뿌렸다.

돈이 떨어지는 걸 보고 김 사장도 놀랐다.


가죽이 너덜너덜한 베개에

많은 돈이 들어있다니 정말 놀라웠다.


“앞으로!

가죽 베개만 사야겠어.”

김 사장은 돈을 모두 챙겨 책상 서랍에 넣었다.

사무실 문을 잠그고 밖으로 나왔다.

덕배 할아버지가 늘 가는 <부산 휴게소> 막걸리 집으로 향했다.




<부산 휴게소>

주막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김 사장!

여긴 웬일이야?”

덕배 할아버지가 김 사장을 보고 손짓을 하며 물었다.


“안녕하세요!”

김 사장이 덕배 할아버지 친구분들을 보고 인사했다.


“여긴!

<행복한 고물상> 사장이야.

인사들 해!”

하고 덕배 할아버지가 친구들에게 김 사장을 소개했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김 사장은 처음 보는 덕배 할아버지 친구분들에게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막걸리 병이 네 개나 되는 것을 보니 많이 마신 것 같았다.


“한 잔 해야지!

술이 없네.

<부산댁> 여기 막걸리 한 병 더!”

덕배 할아버지가 막걸리 한 병 시켰다.


“이제 그만 마셔!”

하고 옆자리에 앉아있던 덕배 할아버지 친구분이 말했다.


“아니!

우리 말고 김 사장이 마실 거야.”

하고 덕배 할아버지가 말했다.


"또 술 취했군요!"

하고 말한 <부산댁>이 막걸리 한 병을 더 가져다줬다.


“노인들은 그만들 마셔요!

취하셨으니.”

<부산댁>이 또 한 마디 했다.


“알았어.”

하고 덕배 할아버지가 부산댁에게 대답했다.


“자자!

쭈욱 한 잔 마셔.”

막걸리를 따라 주며 덕배 할아버지가 김 사장에게 말했다.


“네!

감사합니다.”

김 사장은 대답하고 막걸리 한 사발을 쭈욱 마셨다.


“그런데

그 가죽 베개는 어디서 가져오신 겁니까?”

하고 김 사장이 덕배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그거!

구청 앞에서 아이들이 공차는 것을 보고 가져왔지.

못 쓰겠어?”


“아닙니다!

그걸 가져올 생각에 놀랐습니다."

하고 김 사장이 대답했다.


"그렇지!

어떤 물건이든 역사가 담긴 건 소중한 거야.

난!

너덜너덜할 때까지 베개를 사용한 주인을 만나고 싶었어.

요즘

사람들은 하루도 못 쓰고 버리는 물건이 많은 데 말이야."

하고 덕배 할아버지가 대답했다.


김 사장은

한 시간쯤 앉아 있다 나왔다.

물론

술값은 김 사장이 다 계산했다.


덕배 할아버지와 친구분들은 수다를 더 떨어야 한다며 그곳에 남았다.


“여기 술값 얼마야?”

하고 덕배 할아버지가 묻자


“다 계산했어요!”

하고 <부산댁>이 큰 소리로 외쳤다.


“뭐라고!

누가?”


“그 젊은 아저씨가!”


정말이야?”


“네!”


“그럼!

술 더 먹어야지.”


“안 팔아요!”

하고 <부산댁>이 말했다.


“뭐라고?”


“술 안 판 다 고 요!”


“무슨 소리야!

딱 막걸리 한 병만 더 줘.”


“안 팝니다!”

<부산댁>은 단호했다.

할아버지들에게

집에 조심히 들어가라고 입구까지 배웅해 주었다.




김 사장은

집에 들어와 그 많은 돈을 어떻게 사용할지 생각했다.


“공돈도 너무 많은 공돈이라!

이게 웬일이냐.”


다음 날 아침

김 사장은 7개의 봉투에 이십만 원씩 넣었다. 그리고

고물을 줍고 오시는 분에게 봉투 하나씩 드렸다.


“이게 뭔 돈이여!

보너스여.”

순이 할머니가 봉투를 열어 보고 깜짝 놀라며 김 사장에게 물었다.


“네!

어려우실 텐데 잘 쓰세요.”


“아이고!

고맙네 고마워.

김 사장이 최고여!”

순이 할머니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많은 나이에도

아직도 흘릴 눈물이 있다니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덕배 할아버지!

이거 받으세요.”


“이게 뭔가!

어제 술값도 다 내주고.”


“제가 고맙습니다!

건강하시니.”


“이게 얼마여!

김 사장 미친 거 아냐.”


“네!

아닙니다.”

사실 덕배 할아버지 봉투는 더 담아드리고 싶었다.

하지만

다른 분들과 형평성 문제로 똑같이 이십만 원 담았다.


<행복한 고물상>에 오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모두 오늘 두둑한 봉투를 하나씩 받았다. 다들 너무 좋아했다.


“세상에!

이렇게 큰돈을 주다니.

내일부터는 더 열심히 고물을 찾으러 다녀야겠네.”

은서 할머니는 더 열심히 일할 생각이었다.


김 사장은

나머지 돈을 가지고 은행에 가 통장을 만들었다.

고물을 줍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위해 쓸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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