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동화) 꿀벌이 찾아 나선 꽃밭!-2 **

유혹에 빠진 동화 081

by 동화작가 김동석

꿀벌이 찾아 나선 꽃밭!-2





바람이 불었다.

모든 걸 휩쓸고 갈 강한 바람이 휘몰아쳤다.

소년은

어둠 속에서 바람을 맞이했다.

모두가

잠든 시간이었다.

소년은

바람 마녀가 가져올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휘이이익! 휘이잉! 휘이이익! 수이이위익!'

바람은 더 강하게 불었다.

소년은 꿈틀거렸다.

검정 비닐봉지와 하얀 비닐장갑이 바람에 날아와 소년의 몸에 부딪쳤다.


"빨리 가!

가고 싶은 곳을 향해 가봐.

이곳에 머물면 쓰레기통에 들어가 뜨거운 불기둥을 만나게 될 거야.

그러니까

빨리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가!"

소년은 비닐봉지와 비닐장갑에게 말했다.


"고마워!

소년아 더 강한 바람이 불어올 거야.

빨리 집으로 들어 가!"

하고 검정 봉지가 말하고 바람을 타고 날았다.


비닐장갑은 날지 못했다.

소년의 사타구니에 끼여 날 수 없었다.

소년이 두 다리를 벌리지 않으면 어디도 갈 수 없는 곳에 멈춰 있었다.


"이봐!

넌 훨훨 타는 불기둥이 무섭지 않아?"

소년이 고개를 숙이고 비닐장갑에게 물었다.


"날고 싶어!

더 멀리 날아가고 싶어.

그런데 앞이 막혀 있어 날 수 없어!"

하고 비닐장갑이 소년에게 말했다.


"히히히!

앞이 막히면 날 수 없지.

사람도

앞이 막히면 먹먹해지고 나아갈 수 없어.

내가 다리를 벌리면 힘차게 날아가는 거야!

알았지?"

하고 소년이 말했다.


"고마워!

더 멀리 날아갈게.

아니

지구 끝까지 날아가고 싶어!"

하고 비닐장갑이 대답하고 두 다리 사이로 삐죽 얼굴을 내밀고 바람에 날았다.


강한 바람이 불었다.

가끔 굵은 빗방울이 떨어졌다.


"히히히!

바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소년이군.

도대체

바람 마녀를 무서워하지 않다니 배짱이 두둑한 녀석이야!"

나무 뒤에 숨어 소년을 지켜보던 바람 마녀였다.


"저 녀석을 어떻게 혼내줄까!

나뭇가지를 부러뜨려 한 대 때려줄까?

아니야!

그보다 더 무서운 걸 보여줘야 해.

그렇다면

길가에 돌멩이를 날려 이마를 한 대 때려줄까?"

히히히!

눈퉁이 밤탱이 되는 걸 볼까?

아니야!

이것도 아니야.

저 녀석은 자리를 떠나지 않을 거야.

어떡하면 길을 비켜줄까?"

바람 마녀는 고집 센 소년이 싫었다.


"바람 마녀님!

들판을 지나오며 본 것들을 말해 주세요.

바람 마녀님

마을을 지나오며 들은 이야기를 말해 주세요.

바람 마녀님!

나는 세상 이야기가 듣고 싶어요."

소년은 바람 마녀에게 말했다.


바람 마녀는

소년이 밉지만 가끔 붙잡고 이야기할 때가 있었다.


"이봐!

길을 비켜야지.

죽고 싶어?"

하고 바람 마녀가 나무 뒤에서 나와 소년에게 물었다.


"안녕하세요!

세상 이야기가 듣고 싶어요.

바람 마녀님!

들판에 핀 꽃들은 모두 살아있죠?"

하고 소년이 물었다.


"히히히!

내가 다 쓰러 버렸지.

뿌리가 뽑히고 목이 뒤틀리고 엉망이 되었어.

꽃도 피지 않고 향기도 나지 않는 꽃이라 쓸모가 없어!"

하고 바람 마녀가 소년에게 들판 이야기를 했다.


"그럼!

마을에 핀 장미꽃이랑 수국도 쓰러졌어요?"


"다 쓰러졌지!

이제 꽃이란 꽃은 들판에서 볼 수 없어."


"백일홍!

배롱나무는 살아있죠?"

하고 소년은 마지막 꽃나무가 궁금했다.


"백일홍!

뿌리가 깊이 내려서 내가 뽑을 수 없었어.

하지만

꽃은 피지 않을 거야!

꽃망울을 다 떨어뜨렸으니까!"

하고 바람 마녀가 말했다.


"혹시!

사람을 죽이진 않았죠?"

하고 소년이 물었다.

사람이 죽을 수 있는 강한 바람이었다.


"히히히!

철수 할아버지를 죽이려고 했어.

내가

논두렁에서 도랑으로 밀쳤어.

그런데

죽지 않고 살아났어.

목숨이 긴 할아버지야!"

바람 마녀는 더 강한 바람을 일으켰다.


"바람 마녀님!

제 꿈도 멀리 데려다주세요.

저는 이곳에 머물러 있어도 제 꿈은 멀리 날고 싶어 해요.

그러니까

제 꿈만이라도 바람에 실어 멀리 데려가 주세요!"

하고 소년이 바람 마녀에게 애원하듯 말했다.


"꿈!

소년의 꿈!

내가 맘대로 해도 괜찮은 거지?"

하고 바람 마녀가 소년에게 물었다.


"네!

내 꿈은 바람을 타고 멀리 갈 거예요.

그러니까

맘대로 해도 괜찮아요.

하지만

맘대로 할 수 있는 꿈이 아니니까 조심하세요."

하고 소년이 바람 마녀에게 말했다.


"히히히!

좋아! 좋아!

네 꿈을 내 맘대로 해도 좋다는 거지.

두고 봐!

네 꿈을 내가 어떻게 망가뜨리고 부숴버리는지 똑똑히 봐!"

하고 말한 바람 마녀는 소년의 꿈을 바람에 실어 날렸다.


소년의 꿈은 하늘 높이 날았다.

강한 바람을 타고 하늘 높이 더 높이 날았다.


"호호호!

내일 밤에는 밤하늘 꽃밭에 도착할 수 있겠다."

소년의 꿈은 날개를 활짝 펴고 더 높이 날았다.


"히히히!

슬슬 요리해 볼까!

어떤

요리를 해야 만찬에 어울릴까?"

바람 마녀는 소년의 꿈을 가지고 맛있는 요리를 할 생각이었다.


"히히히!

소년의 꿈아.

어디쯤 날고 있지?"

하고 바람 마녀가 소년의 꿈을 찾았다.


하늘 높이 나는 소년의 꿈은 보이지 않았다.

가끔 어둠 속에서 반짝반짝 빛났다.


"저기 있군!

더 높이 더 멀리 날아도 소용없어.

강한 바람을 일으키기 전에 내손에 잡히는 게 좋을 거야!"

바람 마녀는 자꾸만 멀리 도망치는 소년의 꿈을 붙잡으려고 길게 손을 뻗었다.

하지만

소년의 꿈은 더 높이 더 멀리 날았다.


"히히히!

더 강한 바람을 일으켜주지.

바람이 얼마나 무서운 줄 모르는 소년의 꿈아!

기다려라."

하고 말한 바람 마녀가 그동안 보지 못한 강한 바람을 일으켰다.


"으아악!

더 강한 바람이 필요 해.

강한 바람아!

조그만 더 강하게 불어 줘."

하고 소년의 꿈이 외쳤다.

소년의 꿈은 곧 밤하늘 꽃밭에 다을 듯했다.


"히히히!

도망쳐도 소용없다고 했잖아.

더 높이 더 멀리 도망쳐야 내 손바닥 안이란 말이야!"

하고 바람 마녀가 손을 길게 뻗으며 외쳤다.


"반딧불이야!

등불을 비춰 봐."

밤하늘 꽃밭에서 놀던 꿀벌과 나비가 소년의 꿈을 봤다.


"여기야!

소년의 꿈아.

여기로 손을 내밀어!"

하고 꿀벌과 나비가 크게 외쳤다.


"안녕!

꿀벌아! 나비야! 반딧불이야!

소년의 꿈은 들판에서 봤던 친구들을 밤하늘 꽃밭에서 만났다.


"아니!

밤하늘 꽃밭으로 도망치다니.

이럴 수가!"

바람 마녀는 소년의 꿈을 붙잡지 못했다.

소년의 꿈 요리도 할 수 없었다.


소년은

강한 바람을 맞으며 아직도 서 있었다.

비바람을 맞으며 밤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조용히

눈을 감고 바람 마녀가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내 꿈은

밤하늘 꽃밭에 도착했어!

꿀벌이랑 나비를 만났어.

반딧불이도 만났어.

바람 마녀야 고마워!"

소년은 강한 비바람을 맞으며 웃고 있었다.


'휘이이익! 휘이잉! 휘이이익! 수이이위익!'

소년은 두 팔을 벌렸다.

더 강한 바람을 맞이하고 또 배웅했다.


"잘 가!

화나면 날 데려가도 좋아."

소년은 바람과 함께 날았다.

무념무상의 기운이 소년의 몸에 가득했다.





#바람 #바람 마녀 #소년 #꿀벌 #나비 #반딧불이 #유혹 #동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