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섬 우체국 집배원이 전하는 편지
욕지도우체국은 육지의 것에 비하면 소박한 가정집 같다. 50평 남짓한 작은 공간이지만 엄연한 우체국이다. 유일한 여직원 나를 포함, 국장님, 주무관6명, 8명이 근무한다. 공교롭게도 모두다 법적 솔로다. 채용 조건이 ‘솔로’냐며 우리들끼리 웃어넘기지만, 각자의 사연으로 혼자 살고 있는 이들의 웃음 끝에서 쓴맛이 난다.
우체국 댓방 국장님은 일 년 전후로 바뀐다. 매번 좋은 국장님을 기대하지만 기대는 자주 비켜간다. 우리에게 좋은 국장님이란 개인의 인품이다. 업무 수준은 모든 직원이 베테랑이다. 이런 곳 국장님은 직원들에게 관심과 정만 잔득 주면 된다. 그 정주기를 다들 어렵게 느껴하는 것은 분명 받아 본경험이 부족한 미숙한 단계일 것이다.
이번 국장님은 예외다. 젊고 똑똑하고 직원들에게 관심이 많다. 외모도 촌스럽지 않다. 조금 못생긴 얼굴이 예외다. 억지소리 같지만 아닐 수 있는 것은 보는 시선의 차이 일 것이다.
아침 일찍 밭일하다 출근하는 주사들 외모에 국장님도 깜짝 놀랐을 거다.
국장님의 모습을 보고 우리도 깜짝 놀라기는 마찬가지다. 백탁 현상이 아주 심한 썬 크림을 잔득 바르고 출근한 날이다. 우체국 직원들은 놀라기만 할뿐 되묻는다는 것은 도시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무언의 눈치만 서로 주고받으며 웃음기 가득 꼭 다문 입술은 터질 초각을 다툰다.
우체국 문을 열고 들어선 할머니의 큰소리가 조용한 우체국 정적을 깨었다.
“총각! 얼굴에 뭘 둘러 썻소?”
“밀가루는 아니고 안 씻고 출근 했는교?
“폭닥하게 새 신부 화장한 것 같이 예쁘긴 하요.”
직원들의 새어나오는 웃음을 더 이상 멈출 수 없게 되었다.
다음날 국장님 책상에 백탁 현상이 없는 썬 크림을 내려놓았다.
“국장님! 화장품은 제게 문의 하시죠....... 그래도 여잔데......”
다른 제품은 눈이 따갑고 맞지 않아 맞는 제품을 찾지 못한 탓이라 했다.
바닷바람에 그을리고 싶지 않은 도시사람이다. 귀엽고 지적인 것이 매력적인, 그 매력을 어필해줄 수 있는 사람이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해 졌다.
나도 도시 사람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도시사람 취급 해주지 않는 섬사람들 때문에 도시사람이 아닌 척 하는 것인지, 보는 이의 시선에 이미 섬사람인지 알 수는 없다.
57세 구주무관은 21살 때부터 우체국에 다녔다. 새 국장이 바뀔 때마다 대들었다 그만두고 재입사하기를 무려 5번 곧 정년을 앞두고 있다. 우체국 실제 대방이나 다름없다. 말년병장의 모습과 흡사 같은 포스다. 직설적인 성격 탓에 포기와 손해는 본인 몫이다. 그래도 새로운 정보에 대한 호기심은 촌사람이라는 편견을 깨게 하는 긍정적인 신지식인이다.
그래도 지금은 세상 많이 좋아졌다며, 열악한 환경 힘든 시절 지나온 과거를 생각 하며,감사하라는 겸손의 채찍질이 묻은 말들을 툭툭 내뱉곤 한다.
한 달 월급 받아 배 수리비 다 내고 나면 쓸 돈이 십 원도 없었다며 직장이라는 울타리를 갖추기 위한 대가지불을 많이 했단다. 벌어서 그 자리를 유지해 나가야하는 설움 같은 시절을 맞장구치는 다른 주무관이 있어 재밌는 추억꺼리가 된다.
“니 그래가 우찌 살았노?”
“그때마다 형님처럼 딴 데 가고 싶었는데 받아주는 데가 없데요.”
다들 웃음으로 위로하고 위로받는 돌림노래다.
“그래서 주사님은 아직까지 장가를 안간 거네요?”뜸 세 공격이다.
“안간 게 아니라 우체국이 돈을 쪼매 줘서 못간 거지요.”
다들 한바탕 찰진 웃음과 함께 우체국 앞마당 택배들이 제 갈 곳으로 출발한다.
접수대 주무관 표정이 난처해 보인다.
“장가 안 갔나?”
딸에게 고구마 한 박스 붙인다고 온 할머니의 우렁찬 목소리가 하던 일손을 멈추게 했다. 주무관의 난처한 모습은 금세 사라지고 큰소리로 말한다.
“예 안간 게 아니라 못 갔음 더.”
“아이고 우짜꼬 요즘은 아가씨들이 없다 카던데.”
접수주무관의 손이 두 배속 빠르게 일처리를 하고 할머니를 보낸다.
“들어 가입시더~”
“오야~ 주위에 처녀 있나 알아 보께.”
할머니의 무심코 던진 말에 총각 주무관은 오늘 하루도 슬프다.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담배 한대를 피우고 들어온다. 이유 없이 여기저기 아픈 게 이런 업무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혼자 중얼 거리며 의자에 앉지만 참 궁금하다. 평소에 말도 얌전히 하고 자상한 남자 같은데 왜 여지 것 결혼을 못했을까? 늘 조용한 주무관 이다. 따지고 시끄러운 여자 고객들을 상대하다보니 장가 못 간 이유는 자상하고 조용한 여자를 아직 못 만나서 일 것이다.
“좋은 아침 반갑습니다!”
우체국 출근, 큰소리는 메아리로 돌아온다. 아무도 인사를 받아주지 않는다. 우체국창구 내근업무가 바쁜가보다. 다시 문 하나를 열고 인사를 해보지만 조용하다. 휴대폰만 뚫어지게 쳐다보며 미동없는 주무관이 있다. 인사 받아주는 것을 귀찮아하는 주무관은 어떤 고민이 있어서 일까? 왜 입을 꾹 닫고 있는 걸까? 내가 싫어 인사 받아주기 싫은 건 아닐까? 좋아하는 여자는 있었을까 ? 결혼이 하고 싶지 않은 이유는 뭘까?
“ 오늘 회식인데 가지요~.”
“아니요, 저 일이 있어서 먼저 갑니다.”
“저도요......”
단합하자고 모인 회식자리는 썰렁하다. 이래서 저래서 갑자기 일이 생겨 매번 불참하는 주무관들 때문이다. 어차피 같이 밥 먹어도 말없이 밥만 먹는 주무관이다. 하고 싶은 말이 정말 없는 것일까? ‘하겠다보다 하지 않겠다.’가 더 많은 주무관은 왜 장가를 못 갔을까? 아마도 이래서 여지 것 결혼을 못 한 것이다.
“주무관님~ 아침에 머리 안 감았죠?”
“저녁에 감고 잤는데 뭘 감아요.......”
대답은 당연함 같은 무뚝뚝한 당당함이다.
하루 종일 폭탄 머리로 온~섬을 다녀도 머리가 왜 그러냐고 섬사람들은 아무도 관심이 없다.
“머리 좀 감아 요~”
새로운 국장님만 관심 가진다.
저녁에 감은 머리는 아침에 다시 감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저녁이 될 때까지 깨끗한 모습을 보기 힘들다. 가끔은 바닷바람이 폭탄머리를 예술성 있는 작품으로 만들어 주기도 한다.
애인은 많았다는데 왜 가정을 꾸리는 것에는 실패 했을까?
이곳 사람들은 한 결 같이 주무관을 착하다고 칭찬한다. 착한대신 매번 억울하게 처리해야 할 일들도 숫하다.
사람은, 상대가 나보다 못해 보이면 왜 무시할까? 주무관을 보면 잠시 드는 생각이다. 술도 못 마신다. 욕심도 없다. 거절도 잘 못한다. 정 많고 부지런함이 한 가지 흠이라면 흠이다. 그래서 가정을 꾸려보지만 유지하기가 힘 들었나 보다.
“국장님 때문에 우리 당뇨병 걸리는 것 아닙니까?”
매일같이 주무관들 당 떨어질까 초코 과자를 종류 별로 사놓으신다.
“배달하다 배고프면 기분 좋게 하는 건 초코밖에 없어요. 대신 많이는 드시지 마세요.”
누가 먹을까 하지만 저녁이면 흔적조차 없다.
참 똑똑하고 긍정적이고 댄디한 국장님은 초코렛 같은 달콤한 사랑을 매일 직원들에게 나눠준다. 이 사랑은 분명 번지를 잘못 쓴 것 같다.
번지만 바꿔 쓰면 결혼 할 수 있을까.
목소리 볼륨이 10은 되지 싶다. 좁은 우체국 안이 쩌렁 저렁 울린다.
“ 어서 오이소~”
“안녕히 가입시더~”
창구 주무관은 할머니 할아버지께 받는 인기가 아이돌 뺨친다. 그래서 소개팅도 정말 많이 들어온다. 결과는 한 번도 애프터를 받아 본 적이 없단다.
애프터를 받는다면 결혼은 할 수 있는 것인가?
“킥킥킥~하하하~깔깔깔~”
조용한 우체국이 웃음으로 활기차다. 그렇게 웃기지 않은 이야기들도 크게 웃는 주무관 때문이다. 주로 혼자 얘기하다 웃음을 참지 못하고 웃느라 이야기 본질을 벗어난다. 이야기는 관심 없고 웃느라 정신없는 주무관도 같이 본질을 벗어난다. 그 모습이 웃겨 도미노처럼 따라 웃다보면 우체국은 즐거워 보인다. 이렇게 웃는 주무관들의 웃음은 포기한 웃음일까? 희망을 연습하는 웃음일까?
웃는다는 것이 우는 것 보다 아름답지 않는가.
“아가씨~”
“네! 저요?”
“그래요. 통장 이거 좀 봐줘요”
“ 아버님, 이쪽으로 오셔요 앉아 계시면 처리 해줄 겁니다.”
홍일점 주무관이다. 우체국에 방문하는 고객들은 창구 직원으로 착각하고 있다. 여자가 경리 보던 세대의 어르신들은 남자직원 보다 여자직원이 편한 습관 탓 일 것이다. 무거운 짐을 옮기는 일도 남자만 한다는 당연함 때문에 나는 내근직주무관이 당연할 것이라는 섬 어른들의 착각이 맞는지도 모를 일이다.
정복을 깔끔하게 입고 남자 주무관들 속에 택배를 챙기고, 다음 고객님이 들어오기 전 우체국을 빠져나가 나의 섬으로 배달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