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내 나의 온 신경을 날카롭게 건드렸던 혈당이 자리를 잡았다. 한참 혈당이 요동칠 때는 힘들게 운동하고 왔는데도 커트라인에 간신히 걸리는 날도 있었고, 먹는 것이 평소와 별반 다르지 않게 먹었다고 생각했는데도 원하는 수치만큼 떨어지지 않아 맘이 울적한 시간도 있었다.
혈당 조절.. 남은 내 인생을 함께 걸어가야 할 동반자가 되었다. 그러니 그.. 두, 세 자리 숫자에 내 감정도 같이 동요되는 것은 어쩔수 없다.
힘겨운 여름을 걷기와 나란히 지내왔고 그 좋아하던 커피를 멀리 했었다. 여름을 지내면서 냉커피의 유혹을 뿌리치는 것이 가장 힘들었는지도 모른다. 한 달쯤 열심히 운동하면 혈당이 제자리를 잘 찾아올 줄 알았다. 난 당뇨병은 아니고 경계에 있는 정도이니 가능하리란 믿음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맘처럼 고운 결과물이 손에 쥐어지지 않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그 더위에 땡볕을 걷는 것도 힘들었고 식사량을 줄이고 운동량을 늘리다 보니 살이 빠져서 날씬해 보이긴 했지만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들은 살이 너무 빠졌다며 걱정을 할 정도였다.
'그래, 이왕 이런 몸을 가지게 되었으니 잘 견디어 보자~!'라는 희망 섞인 생각보다 '우이씨~ 이래도 니가 안 떨어지는 거야~? 나이렇게 힘들게 계속 운동해야 하는 거야?'라는 한탄이 내 맘을 채우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런 방법으론 변화가 미미하니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자.. 하고 생각을 고쳐 먹은 계기가 있었는데, 오랜만에 만난 사촌 동생이 자기 담당 선생님께서 자기에게 해주신 말이라고 들려준 이야기였다.
"걷기만 해선 안 돼요! 걷기는 나이 들어 힘없는 노인들이나 하는 운동이지, 젊은 사람들은 근육운동을 해야 해요~!"
라고 하셨다며 자신도 혼이 났다는 말을 듣고 나서였다.
'좋아! 나도 한번 해보자! 그 근육 운동이란 거!'
하고서 조금씩 조금씩 하던 근육 운동 때문이었을까 정말로 혈당이 잘 조절되는 느낌을 받았다.
오늘 아침 식후 혈당 (우등생 성적표를 받는 느낌)
안정된 수치가 눈에 들어오면 가슴부터 환해지는 기운을 느낀다. 무엇보다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다는 신호로 여겨 당장 주방으로 가서 커피를 탔다!
내가 좋아하는 커피~
아우 좋아~
세상 즐거움 중 최고는 아무래도 먹는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조금씩 먹는 것들이 추가되었다. 한 잔 마시던 커피는 하루 세 잔으로 늘었고 계절을 따라 우리 집으로 들어온 홍시의 유혹을 떨치지 못했다. 아이들이 먹다 남긴 초콜릿도 먹었고 아예 쳐다보지도 않던 김밥도 다시 싸고 떡볶이도 먹었다. 좀 살 거 같았다.
혈당이 정상이니 '이젠 조금 더 먹어도 돼~'라는 위안은 날 긴장 상태에서 풀어주긴 했는데 부작용을 안고 왔다.
히잉~ 요 며칠 전부터 배가 불편하다. 조금씩 배가 나오려 시동 걸고 있다. 오늘 만져보니 팔뚝도 부풀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럼 안 되지. 살이 찌면 활동이 불편해져서 내가 또 싫어하는 상황이 만들어지잖아.. 다시 정신 차리자~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이 평범한 진리는 평생을 두고 배우고 실천해야 할 삶의 자세인가 보다. 그래도 노력에 대한 소정의 보상이 주어졌으니 즐거운 마음으로 다시 마음의 끈을 조여 보기로했다. 보상.. 보상을 받아보니 그 노력의 행위가 훨씬 수월해짐을 느낀다. 보상이 이런 것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