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잘 해왔으니 그냥 더 믿어주마.. 하다가도 불현듯 스며드는 그 불안감을 난 피할 수 없다.
스스로 잘해오고 있다고 믿었는데 중학교라는 문턱! 다시 말하면 정확한 서열로 성적이 매겨지기 시작한다는 현실 앞에서 내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아이는 하던 대로 똑같은데 내가 변한 것이 문제다.
선행 학습을 그리 달갑게 여기지 않았는데 왜 갑자기 선행하지 않는다는 아이를 설득하려는 것일까.
남들이 다 한다는 이유로 내 아이에게도 똑같은 전철을 밟게 하고 싶지 않았다.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한글을 일부러 가르치려고 하지도 않았다. 초등교육이 한글을 가르치는 것부터 시작된다고 들었다. 미리 배우지 않아도 학교 교육만으로 읽고 쓰게 되었다. 그 정도 템포에 소화가 가능하니 믿어줘도 되겠다 싶었다. 둘째에게도 그대로 적용하여 미리 한글을 떼지 않고 입학해서도 잘 따라가 주었다. 공교육의 테두리 안에서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수학이니 영어니 학교수업은 어느 정도 잘 따라가는 것처럼 보여서 마음이 놓였다.
그런 믿음의 기조를 유지하기만 하면 되는데 난 이제 와서! 왜! 갑자기! 아이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하게 된 걸까.
며칠 전 중학교 예비소집에 다녀온 뒤 받아온 안내장 내용의 일부이다. 반편성 배치고사에 대한 안내가 포함되어 있었다. 본격적으로 경쟁의 테두리 안에 들어서게 된 것이다.
내가 당사자일 때는 이러지 않았다. 걱정도 불안도 조바심도... 내겐 아무 거리낌이 없었다. 그냥 눈앞에 놓인 과제물을 하나하나 깨어나가면 되었다. 크게 어렵지 않았다. 내 아이도 그렇게 스스로 헤쳐나가길 바랐던 마음은 다 어딜 가고 엄마가 뭘 더 해줘야 하나...라는 마음과 함께 좋은 결과물을 손에 쥐고 싶은 욕심까지 싹트기 시작했다. 내 아이가 차례로 줄 서는 서열의 맨 앞에 섰으면 하는 바람을 숨길 수 없다. 과연 그 서열에서 내 아이가 차지한 위치에 내가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까.
큰아이가 지금까지 잘해왔다면 계속 믿어주면 되는 것이 아닐까. 마음처럼 쉽지가 않구나. "비교"라는 마음이 자라기 시작하면서 내 마음이 변하고 있었다. 누구 딸은 성적이 어떻고, 몇 등을 했으며, 이번에 어느 대학을 들어가고.. 등등...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무관하게 나의 방식을 고집하고 아이를 무작정 믿어주던 때도 있었는데...
요즘 녀석의 잦은 바깥 활동은 나의 불안을 키워주고 있다.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고 조용히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낼 때는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바라기도 했었는데, 할 일을 뒤로 미룬 채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에만 정신 팔려있는 모습에 나의 불안감은 제대로 자극받았다. 요즘 내가 평정심을 잃은 이유이다.
녀석은 자기 생활을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을까. 그렇지 못하다면 엄마는 과연 개입하는 것이 옳은 걸까. 내가 그런 삶을 살아오지 않아서 어떤 선택이 옳고 내 아이에게 도움이 될지 고민이 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