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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에게 요즘 제일 무서운 말

고비는 넘기라고 있는 것?

by 날마다 하루살이

"엄마, 요즘 할 일이 너무 많아서 힘들어요~"

얼마 전부터 규칙적으로 공부를 시작해서일까 버겁게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덜어주고 싶었다.

우리 집 아이들은 따로 학원을 다니지 않는다. 그렇다고 집에서 정기적으로 학습지를 시키는 것도 아니다. 그저 학교 교육을 믿고 내 새끼를 믿으며 초등교육 정도는 잘 따라가겠지 싶은 마음이었는데 옆집에 사는 둘째의 친구가 공부를 하러 오기 시작하면서 같이 수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그럼 ○○(옆집 친구)랑 같이 책 보는 거만 하고 뒤로는 쉬게 해 줄까?"

"아니 그게 아니라..."


원인은 다른 곳에 있는 거 같다.


"제일 힘든 거는 운동이에요~"


아~~ 마음이 아려왔다. 도와줄 수 없는 요구 사항이었다. 녀석에게 운동은 단순히 체력증진의 의미를 넘어 '치료'의 목적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척추가 휘어져있고 오른쪽다리 힘줄도 짧아서 재활 운동을 해서 치료가 되지 않으면 수술을 해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협상과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는 문제였다.


"그렇지~~~ 힘들지~~~ 근데 운동은 안 하면 안 되는 거니까 엄마가 들어줄 수가 없겠네. ㅠ"


아침마다 늦게 일어나서 잠도 덜 깨고 몸도 덜 깨어난 상태로 등교 시간 맞추느라 급히 해버리는 운동이 녀석에게 요즘 가장 힘든 문제로 다가온 것이다. 잘 따라온다고 생각했었는데... 나름 좋은 대책이라고 생각해 말을 던져 본다.


"그럼 조금 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운동 시간을 벌면 안 될까?"

"네? 그런 말 들으면 더 머리가 아파요.

'~~~ 해야 된다'라고 하는 게 너무 많아졌어요."


그렇구나. 네게 그런 의견은 제약사항이 많아졌다는 뜻이구나.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된다는 제약 사항하나가 더 추가되는 것이구나. 버겁고 힘들구나. 일반인들이 느끼는 업무 스트레스라는 것이 녀석에겐 이런 모양이 아닐까. 이거하고 잠시 뒤에 저거 하고.. 하루에 두 번, 세 번 반복해야 하고...


"엄마, 제가 요즘 제일 무서운 말이 있어요~"

"무서운 말? 뭔데?"

"운동하자는 말이에요!"


아~~~ 내 새끼가 정말 힘이 든 모양이다. 무섭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힘들다는 뜻이다. 어른도 규칙적으로 하기 힘든 운동.. 힘든 기색을 보이면 힘들어도 참고 해야 한다고 조언이랍시고 강요 아닌 강요를 하고 있었다. 듣는 입장에선 엄마의 강한 의지가 더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맘 약해져서 피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잘 넘겨야 한다. 좋은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내게 새로운 과제가 떨어졌다. 어렵다.


오늘부터는 아침 운동을 생략하기로 해보자.


"엄마 밤에 잠을 잘 때에도 맘이 편하지가 않아요"


일어나서 운동할 생각을 하고 잠자리에 드니 그 자체가 스트레스인 모양이다. 체력이 어느 정도 올라올 줄 알았는데 힘들다고 빠뜨리는 횟수가 반복되다 보니 생기려던 근육이 자꾸만 도망가버릴 수도 있겠다. 특히 5월에 가족들 행사로 여기저기 다녀오는 동안 운동을 빠뜨렸더니 부작용이 드러나게 된 것 같다. 다시 맘을 다잡고 수행해야겠다.


맘 아픈 것은 아픈 것이고 들어줄 수 없는 것은 단호하게....???

아... 말처럼 쉽지가 않다.


그래도 내 새끼가 기특한 것은 녀석이 짜증 내면서 말을 한 것이 아니고 조곤조곤 본인의 의견을 표현했다는 점이다.


"아빠, 형아.~~~

우쭈가 요즘 제일 무서운 말이 있대

뭔 줄 알아?

'운동하자'라는 말 이래~

우리 우쭈 너무 딱하지~~~~"


가족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공론화해 보았다. 문제를 조금은 가볍게 무게를 줄여보고 공감의 의미를 부여하면 조금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다시 녀석을 다독여 본다. 오늘 하교 후 운동타임은 어떻게 이어질까. 녀석에게 기대를 해본다. 잘할 수 있을 거야~!!


녀석을 기다리며 생각하는 이 시간이 지나고 있다.


[너에게 좋은 엄마이고 싶은 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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