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방에서 수업을 마치고 나왔다. 보통은 폰을 보면서 각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있어야 하는 녀석들이 이상하게 내 눈치를 살피는 거 같다. 작은 녀석은 공부방에서 나온 내게 다짜고짜 "엄마, 놀라면 안 돼~~"를 언급하며 왠지 조심스럽게 나를 안방으로 안내(?)하는 기분이다.
'뭐야~~ 요 녀석들 뭘 또 먹다가 흘렸는데 좀 과하게 흘렸나? 혹시 이불에~~~?'
갑자기 큰 소리가 나오려는 순간 비명 소리로 바뀌었다.
방바닥에 누워있는 큰 녀석의 배에 작은 새 한 마리가 놓여있는 것이 아닌가~!
제비란다.
가끔 TV에서 새끼 새들을 본 적은 있지만 실제로 이렇게 가까이에서 본 일은 첨이다.
"으악~~ 이게 뭐야~~~~!!!"
"엄마, 도서관 앞에 떨어져 있어서 형아가 데려왔대~"
"아니.. 왜 데려왔어~~~!!!"
"벌써 똥도 쌌네~!!"
화면으로 볼 땐 작고 귀여웠었는데 실제로 보니 가시지 않은 솜털도 징그러웠다. 게다가 똥까지 새로 산 옷에 묻혀버렸다! 얼른 옷 먼저 벗기고 손 빨래하며 입에서는 연신 속사포 발사 중이다.
"징그러 죽겠어! 얼른 도로 갖다 놓자~ 저렇게 떨어진 건 아마 무리에서 이미 도태된 녀석일 거야. 어쩜 이미 죽어가고 있는 지도 몰라앙~~~"
"게다가 저렇게 작은 새끼새가 뭘 먹는지도 모르잖아!"
"검색해 봤는데 병아리들도 계란 주면 잘 먹는대~"
"엄마! 이거 봐봐! 완전 건강해!"
"엄마, 벌레도 잡아주면 되지이~~~"
반박의 여지가 없었다.
휴우~ 한숨이 절로 나왔다. 녀석들은 아무것에도 결코 뜻을 굽힐 것 같지가 않았다. 잠시 후 일 마치고 돌아온 아빠까지 가세다. 본인도 어릴 때 병아리를 키워본 적이 있다나 뭐래나. 우왕~~ 진짜 도움 안 되는 인간유형이다!
그렇게 작은 생명과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컵라면 상자에 휴지를 깔고 작은 보금자리를 만들어주었다. 투덜거리면서.. 사실 고운 마음은 아니었다.
삶은 계란을 넣어주면 입을 쩍쩍 벌리면서 빽빽 거린다. 한 조각 넣어주면 한동안은 삼키는 건지 입을 안 벌리다가 좀 지나면 다시 빽빽거린다. 그럼 또 넣어 준다.
별 신기한 경험을 다 해본다며 지켜보다가 이상한 기분이 들어 인식해 보니 징그럽게 느껴지던 감정이 사라진 걸 알게 되었다. 입을 쩍쩍 벌리던 그 생명의 간절함 앞에서 나도 모르게 마음의 문이 열려버린 것이다. 활짝~ 그러지 않을 줄 알았는데... 새 생명이란 것이 이런 것이구나...
"허락하는 대신.. 똥 치우고 먹여주고 니들이 알아서 다 해야 해! 알았지?"
"그리고 손도 바로바로 씻는 거다~~~"
금세 휴지를 바닥에 한 칸씩 떼어 놓아주고 똥 싸면 그 부분만 버리는 노하우도 터득해 냈다. 유독 융통성 없는 큰 녀석이 그런 생각을 했단 것이 신기했다. 아침이면 일어나기 힘들어하던 둘째는 빽빽거리는 소리에 먼저 반응해 냉장고에 달려가 계란을 꺼내 그 간절하게 벌리는 입에 넣어준다. 가끔 파리나. 개미, 거미도 잡아서 입에 넣어주었다.
우리는 나중에 나는 연습도 시켜서 날려 보내주자고 꿈도 꾸었다. 뭔가 순조롭게 진행되는 거 같았지만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혹시나.. 했었지만 생각보다 그 시기가 빨리 왔다.
어느 날 아침이 조용하다. 밥 달라고 빽빽거려야 하는데... 조심히 다가가 만져보니 딱딱하게 굳어있다.
우찌 이런 일이...
마음과 정성.. 그들의 결과물과의 인과관계는 늘 비례하여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빨리 오다니...
가족 모두 집 뒤 산책길에 가서 첫번째로 보이는 가장 큰 나무 아래에 묻어주었다.
안녕 두두야
큰 녀석이 너무 많이 울었다. 모든 것에 진심인 너~ 그래서 첨 데려왔을 때부터 이별을 두려워했었는데...
봄마다 날아오는 옆집 지붕아래 제비들이 예사로 안 보인다. 오늘은 새벽에 눈을 떴는데 다시 잠을 청하려 해도 쉽지 않다. 창밖에서 들려오는 새소리에 마음이 동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