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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또 지나갑니다

입추가 지났어요

by 날마다 하루살이

엊그제가 입추라는 뉴스를 들었다. 신기하게 절기는 어쩜 이리도 때를 잘도 알고 찾아오는지. 그 뜨겁던 열기가 입추를 넘기면서 새벽공기가 달라진 걸 느꼈다.


오전에도 미칠 것 같던 열기는 사라졌다. 11시 정도만 되면 "엄마 에어컨 틀어줘"라고 말하던 작은 아이는 "엄마 오늘은 안 틀어도 될 것 같아"라는 답으로 기온이 변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보통은 12시에 에어컨을 틀었다. 냉기를 가득 채우고 1시부터 공부하는 학생을 기다렸고 내 아이들이 좀더 안락하길 바랐다. 오전 수업은 그냥 선풍기 바람으로 견디었었다.

보통 12시에 켜기 시작한 에어컨은 새벽 1,2 시쯤 끄고 잠시 냉기를 가두었다가 더워지면 창문을 열었다. 오래된 집은 냉기를 가두지 못해 금세 더워지니 잠시 기다렸다가 창문을 연다. 잠을 자주 깨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도 요즘은 머리가 아프지 않아서 한결 몸이 가벼워졌다. 여러 번 깨어도 잠자고 나면 개운하다.


한여름에는 창문을 열어도 냉기를 바로 느낄 수 없었는데 요 며칠 창문을 열면 차가운 새벽 공기와 만난다. 어찌 이리도 반가울까.


그러곤 이불을 찾아 덮는 아이들을 본다. 확실히 새벽 공기가 달라졌다. 새벽 한 6시쯤이 되면 내가 자는 자리로 해가 들어 또다시 눈을 떠야 한다. 다시 창문을 닫고 커튼을 친다. 새벽부터 뜨거운 태양은 잠을 깨울 정도였다. 하지만 이 마저도 누그러들었다. 오늘은 그냥 창을 열어두어도 괜찮다. 볕은 들어오나 과히 거슬리지 않는다.


계절은 소리 없이 왔다가 소리 없이 지나가는구나. 아직 한낮의 태양은 뜨겁지만 집안에선 에어컨을 틀 정도까진 아니다. 어젠 오후 늦게 에어컨을 틀고 작은 아이 머리를 잘라주고는 일찍 샤워를 시켰다. 계절이 변하고 일상도 변한다.


곧 있으면 '추워 추워'하겠지. 이번 여름이 유난히 덥게 느껴졌었던 것은 날씨 탓도 있겠지만 내 몸상태가 그러했던 이유도 한 몫했다. 몇 해 전 앓았던 전정신경염 때문인지 편두통 때문인지 계속 머리가 무거웠었다. 머리가 무거우니 몸까지 마음까지 무거워졌었다. 계속 약을 먹고 머리가 가벼워지기를 기도했다. 얼마 전부터 머리가 맑아지더니 기분까지 좋아진 걸 느꼈다, 모든 일이 서로 연결되어 있었고 또 하나가 해결되니 자연스레 여러 문제가 해결되었다.


살다가 어려운 문제가 닥치게 되면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을 되새겨 보겠지만 그 지나는 중심에선 그 말이 허무맹랑하게 느껴진다. 지나고 나야 비로소 깨닫게 된다. '아... 이제 지나갔구나~'


오늘 아침 이불을 끌어다 덮으며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햇볕을 가리지 않는 이 시간이 또한 내가 한여름을 잘 떠나보내는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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